6.
다음날 전시회 준비로 바쁜 화가 친구가 먼저 식당을 나갔다. 내가 과음을 해서 술을 마시지 않은 그녀가 운전을 해서 나를 라마다 호텔로 데려다주었다. 우리는 같이 호텔방으로 들어갔다. 호텔방으로 들어간 우리는 같이 샤워를 하고 사랑을 나누고자 했으나 내가 과음한 탓인지 피곤하여 서로의 몸을 안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목이 말라 새벽에 일어나니 아내의 문자가 와 있었다.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돼 문자 남겨요. 축하자리에서 술 너무 마시지 말고 아버지가 주는 건 아무 말하지 말고 받아요.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다음 주에 연수 끝나고 집에 와서 얘기해요.”
내가 승진 축하모임이 있을 거라고 미리 언질을 주어서 그랬는지 아내는 별다른 의심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또 일어났어요. 아저씨 노인 같아. 새벽마다 잠을 깨고 크크”그녀는 웃으며 나를 보고 놀리는 듯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아내의 문자는 잊어버리고 알몸으로 누워있는 그녀의 몸을 안으며 내 몸을 밀착해 갔다. 그렇게 어젯밤 하지 못한 육체의 향연을 벌이고 노곤함에 침대에 눕자 그녀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 집이 팔릴 것 같아요. 그것 때문에 제주도에 머물렀는데 이제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고요. 저번에 근무하던 학원에서 자리가 있다고 연락도 오고... 접었던 작가의 꿈도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요.”
“작가가 되기 위해 반드시 서울로 올 필요가 있을까?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제주도가 더 좋은 조건일 수 있을 텐데...”나는 문득 그녀가 서울로 온다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들어 이런 말을 하고 말았다.
“아저씨가 나이 들어서도 사무관에 도전하시고 이루어내는 모습을 보니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서울로 가고 싶어요. 아저씨를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도 되고...”하는 그녀의 말에,
“그럼 나도 너를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지, 나는 단지 작가 생활을 위하여 제주도로 귀향하는 사람도 있고 친구들도 많으니 정서적으로 여기가 글을 쓰기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 거야.”나는 웃었지만 그 순간 장인어른과 아내의 얼굴이 떠오르며 나의 남성은 쪼그라들고 있었다.
금요일 2주째 연수가 끝나고 나는 그녀와 주말에 제주시 쪽으로 놀러 가기로 약속을 하였다. 아무래도 서귀포 쪽에 있으면 교육을 온 직원들도 만날 수 있고 교육원과 상담센터에 아는 직원들도 많아 나는 일부러 제주시 방향으로 여행 일정을 잡았다.
“아저씨, 며칠 후면 연수가 끝나시는 거죠. 어쩌면 이번 주가 우리가 보내는 마지막 주말이 될 수 있겠네요.”그녀가 아쉬운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가슴이 파인 고동색 원피스에 하얀색 숄로 어깨를 덮은 의상이었다. 짧은 원피스 치마 밑으로 쭉 뻗은 날씬한 다리가 내 눈을 자극하였다.
“서울 가면 연락할게. 너도 조만간 서울로 온다니 앞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을 거야.”
“아니에요. 아저씨 말대로 당분간 나 제주도에서 계속 있으려고요. 어머니 집 팔렸다고 바로 서울 올라가기도 그렇고... 글 쓰는데도 제주도가 좋은 면이 있어서. 친구들도 많고...”그녀의 말에는 왠지 억지스럽게 꾸며낸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그녀가 제주도에서 계속 있겠다는 말에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너를 자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종종 교육받으러 제주도에 올 테니 그때 맛있는 거 먹으러 많이 다니자.”나는 렌트한 스포티지의 엑셀레이터에 힘을 주어 속도를 높이고 선루프와 차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순간 해안도로를 달리는 차 안으로 바닷바람이 슁슁 몰려들었다. 카오디오에서는 김광석을 리메이크한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나오고 있었다.
“나뭇잎이 손짓하는 곳 그곳으로 가네. 휘파람 불며 걷다가 너를 생각해. 너의 목소리가 그리워도 뒤돌아 볼 수는 없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https://www.youtube.com/watch?v=RRvo6A11TMA (제이래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