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을 해결하고 친절공무원대상을 받다

(단편소설) 친절 대마왕 - 8

by 하기

8.


다음날 나는 진희가 사회 선생님으로 근무하는 재연중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세무공무원의 세계에 대한 직업체험 강의를 진행하였다. 처음에 세무서의 조직과 업무유형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하자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따분해하며 졸리는 듯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눈을 뜨고 있는 학생들도 강의 내용보다는 나를 보며 재미없는 공무원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래서는 학습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연중학교는 남녀공학인데 서로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있죠?”


나의 말에 학생들은 갑자기 눈을 깜박이며 관심을 보이는 듯했다.


“관심이 있는 이성 친구에게 접근하려면 이성친구의 마음을 알아야겠죠. 내게 관심이 있는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이런 것을 알면 이성친구의 마음을 얻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갑자기 이런 말을 하자 모두 궁금한 듯 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세무서를 방문하는 민원인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해요.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미리 알고 대응한다면 민원처리가 수월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친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민원인의 마음을 읽는 법도 배우게 될 거예요. 학교에서 그런 것을 익힌다면 어떤 직업을 가진다고 해도 자신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나의 강의에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동감을 표시했다.


진희는 강의가 끝나고 고맙다고 퇴근 후에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우리가 다니던 대학 근처의 실크로드라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같이 하였다.


“현기야 그동안 했던 직업체험 강의 중에 네가 한 것이 가장 호응도가 좋은데.”


“연애 이야기를 가지고 직업의 세계를 설명하니 학생들이 모두 이해도가 좋은데. 이성에 대한 관심이 한참 많을 때라.”


“너는 그렇게 민원인의 마음을 잘 읽으면서 학창 시절에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몰라줬니?”진희는 지난 시절을 추억하는 듯했다.


“그래 지금 생각하니 너와 만나면서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너에게 잘못한 게 너무 많아 나에게 만회할 기회를 줄 수 있어?”나는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나온 홍차를 마시면서 진희에게 말했다.


“그래 나도 오랜만에 너의 모습을 보고 내 마음이 아직 너를 보내지 않은 것을 알게 됐어. 우리 지난 잘못은 잊고 앞으로 잘해보자.”


나는 진희의 집으로 가는 길에 장미꽃을 사서 진희에게 선물했다. 진희는 학창 시절 살던 쌍문동 아파트에 여전히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었다. 아파트 벤치에 앉아 잠시 얘기를 나누다가 나는 진희의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진희의 앞니가 내 입술에 부딪히는 순간 잊고 있었던 느낌이 되살아나며 나는 행복감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진희가 다니는 학교를 방문하여 세금 및 국세청에 대한 홍보를 한 것이 세무서에도 알려지게 되어 나는 여러 군데 구리 세무서 홍보를 위한 행사에 참가하게 된다. 구리시장 번영회 사무실에서 이루어진 시장 내 상인들과 지역사회 창업자들에 대한 세무컨설팅도 내가 기획하여 추진하게 되었다.


나는 세법을 잘 모르는 시장상인들을 위하여 기초세법 및 창업 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가지 세무문제를 주제로 하여 파워포인트 자료를 만들어 번영회 사무실 강당에서 강의를 하였다. 강의 후에 번영회 사무실 방송실에서 시장상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청취자들을 위한 세무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였다.


“최현기 조사관 수고 많이 했어.”


“최조사관님 번영회 대표로서 오늘 강의와 방송이 만족스럽고 앞으로도 자주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장상인들이 모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하.” 박균성 납세자보호과장과 번영회 대표는 나를 보며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행사가 끝나고 사무실에 돌아오자 젊은 여성 민원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최조사관님. 조사관님이 고충 담당이라고 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어요. 저의 고충 좀 해결해 주세요.”


민원인은 조그마한 무역회사의 경리인데 월말에 거래처 통장으로 매입대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계좌번호 끝자리를 잘못 입력하여 다른 통장으로 대금이 입금되었다고 했다. 마침 그 계좌가 구리 세무서 관할 체납자의 통장이라 압류가 되어 출금이 불가한 상태로 매출처에 대한 거래대금 미지급으로 회사에 고발이 들어 올 상황이라는 것이다. 경리인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으로 어떻게든 오늘까지 돈을 찾아 거래처 통장에 입금할 수 있도록 부탁하였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나는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민원인의 마음을 읽고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련 계약서 및 세금계산서, 거래처 장부 등을 확인하니 민원인의 고충내용이 모두 사실로 증명되었다. 나는 민원인과 체납자의 통장이 개설된 은행에 방문하여 압류해제 통지서를 전달하고 민원인이 관련 입금액을 찾아 거래처에 입금하는 것을 확인하고 가지고 온 재압류통지서를 은행에 접수하여 체납자의 통장을 재 압류하여 채권 일실을 방지하였다.


“조사관님 너무 감사드려요.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공무원이 있다는 사실이 저 같은 소시민을 든든하게 하네요. 조사관님 복 받으실 거예요. 제가 어떤 식이던지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아니요, 당연히 공무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건데. 그렇게 까지 감사하시니 제가 오히려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나는 민원인의 과도한 감사에 업무 마무리 잘하시고 가시라고 배웅을 했다. 그러나 민원인의 반응은 단순한 제스처는 아니었다. 민원인이 청와대에 제출한 친절공무원에 대한 감사편지와 추천으로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 친절대상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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