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에서 심장마비가 오다

(단편소설) 만년 차장 한만운 개납 생존기 - 4

by 하기

4. 산행에서 심장마비가 오다


부가가치세 신고가 끝난 후 강북 세무서장은 고생한 직원들에게 단합대회 겸 회식을 등산으로 하자고 제의한다. 나는 주말에 산행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차석으로서 참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주말 스케줄을 비웠다.

포천에 있는 운악산으로 산행을 하였다. 나는 당일 컨디션이 평소보다 안 좋아 몸이 무거웠다. 산행을 하는 중에 숨이 차서 자리에 앉은 나는 숨이 막히는 증세가 점점 심해져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땅바닥에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나를 보고 직원들은 119를 통하여 긴급구조를 요청하였다.

들 것에 실려 산을 내려간 나는 집 근처 B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가족들에게 연락이 가 아내와 정연이가 황급히 응급실로 들어왔다.

“정연이 아빠 괜찮아 이게 무슨 일 이래.”

“아빠 갑자기 왜 이래. 어디가 아픈데.”

평소와는 다르게 정연이도 걱정스러운 듯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나는 인공호흡기를 얼굴에 달아 말은 하지 못하고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계속 숨이 차올라 담당의사는 긴급하게 심장마사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나에게 프로포폴 주사 후 심장충격기로 응급치료를 했다.

다행히 급격하게 떨어지던 혈압이 어느 정도 정상을 찾아 나는 응급실에서 일반병실인 901호실로 이송되었다. 이송 후 주치의는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하여 나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검사 결과 심장에 물이 차올라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으로 확인되었다. 심내막염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최근에 병원에서 치료받은 적이 있냐는 의사의 물음에 나는 말했다.

“임플란트 치료를 위하여 치과에서 수술을 며칠 전에 받았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심장이 약하신 분이 임플란트 치료를 무리하게 받으시면 심장 쪽에 병균이 침투해 심내막염이 발생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아내의 말에 주치의가 대답했다.

“심장 내막에 생긴 염증 때문에 판막이 변형되었습니다. 지금 판막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되지 않아 피가 역류하고 있습니다. 심장판막수술을 통하여 손상된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대체하여 심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지 않으면 심장마비로 사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의사의 설명에 아내와 정연이, 그리고 나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주치의인 지장은 박사는 흉부외과 수술의 대가였다. 그는 최근에 판막수술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여 생물실험에 성공하였고 환자의 동의하에 시술이 가능하도록 의사협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기존의 조직판막수술은 돼지와 소의 심장조직을 이용한 수술로 예전의 기계판막보다는 부작용이 적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마모되어 재수술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가 개발한 링 커버 수술은 심장판막에 특수 제작된 링을 이식하여 기존의 판막 기능을 보조해주는 것으로 재수술이 필요 없는 장점이 있었다. 아직 시행 초기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사례가 없었던 것이 단점이었다.

“환자분과 보호자분이 동의하시면 저는 이 방법이 더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알겠습니다. 저도 이런 수술을 다시 받아야 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으니 그 방법에 동의하겠습니다. 대신 최선을 다해 안전하게 수술하여 주십시오.” 나와 아내는 집도의인 지장은 박사를 믿고 수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술 당일 당초 5시간으로 예정된 수술시간은 10시간이 넘게 걸렸다. 판막에 링을 이식하는 작업은 잘 이루어졌지만 지혈이 안 되어 다량의 출혈 때문에 수혈이 이루어지면서 수술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나는 새로운 판막과 함께 새로운 피를 몸 안에 주입하여 생명을 연장하게 되었다. 아니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피와 특수 제작된 링이 만나면서 상승효과가 발생되어 나의 심장은 지치지 않고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개선되었다는 것을 조만간 알게 되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것 같다는 축구선수 박지성처럼 나는 지치지 않고 끝없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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