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동료로서 그녀를 만나다

(단편소설) 만년 차장 한만운 개납 생존기 - 6

by 하기

6. 운동 동료로서 그녀를 만나다


5월이 되자 개인 납세과가 분주해졌다. 소득신고 총괄인 1팀이 소득세 신고창구 준비로 소란스러워지자 2팀은 근로장려금 신고창구 준비로 부산해졌다. 나는 2팀 차석으로서 근로장려금 신고를 전담하기 위한 신고창구를 이층에 마련하는 절차를 직원들과 함께 진행하였다.

순번기를 배치하고 대기석에 좌석을 마련하고 상담직원들에게 업무 매뉴얼을 교육하는 등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나를 보고 반동득 과장은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리하지 말라며 말리면서도 적극적인 나의 모습에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한 차장님 일하는 모습을 보니 든든합니다. 전 관서에서 소문이 안 좋아 사실 안 뽑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복덩이가 굴러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게요. 저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제가 정년퇴직을 해도 우리 2팀은 한 차장님 덕분에 잘 굴러갈 것 같네요. 과장님.” 정년을 얼마 안 남긴 김인재 팀장은 반과장에게 말했다.

나는 사무실에서 근로장려금 상담전화를 받다가 시간이 나면 수시로 상담창구에 가서 방문한 신청자들을 안내하며 직원들에게 어려운 민원이 생기면 내 자리로 안내한 후 상세하게 민원을 해결해주었다. 이런 나를 보고 직원들도 모두 고마워했다.

“우리 팀 한 차장님 정말 대단하지 않아. 지치지도 않으시고 일을 하시는 데 거의 로봇 같다니까. 반면에 1팀 진차장은 상담전화도 안 받고 신고창구 안내도 안 하고 계속 출장만 가시는 것 같아. 얄미워.”여직원들은 자기들끼리 모이면 소곤대며 나를 칭찬하고 1팀 차장인 진차장을 성토했다.

내가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된 것은 심장판막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이유도 있지만 수술 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는 가족과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하여 수술 후 운동과 섭식을 통하여 건강관리를 하고 있었다.

현미와 저염식으로 식단을 바꾸고 매일 헬스장에서 2시간 정도 유산소 운동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였다. 신고기간에도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집에 가기 전에 체육관에 먼저 들러 운동을 하였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헬스장에 가게 된 건 운동효과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에 함께 운동 파트너가 된 미모의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녀의 이름은 최이정이었다. 나이는 나와 10살 넘게 차이가 나는 30대 후반이었다. 처음에 생수기에서 자꾸 부딪혀 눈인사를 하게 된 우리는 운동시간이 비슷해 매일 만나게 되었다. 항상 타이즈를 입고 모델같이 슬림한 몸매를 뽐내고 운동하는 그녀를 남자 회원들은 몰래몰래 훔쳐보곤 했다. 그녀도 은근히 이런 눈길을 즐기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남자 회원들 중의 한 명이었는데 어느 날 운동을 끝내고 집에 같이 가게 되었다. 그녀가 먼저 나가고 내가 뒤이어 나가는 데 엘리베이터를 그녀가 잡아주어 같이 타게 되었다.

“고마워요. 먼저 내려가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잡아주셔서.”

“고마우면 차 한잔 사세요.” 그녀는 뜻 밖에 제안을 하였다.

“네. 그러시면 앞에 커피숍에서 차 한잔 하실래요?” 나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화답하여 우리는 차를 같이 하며 안면을 익히게 된 것이다.

“몸매가 날씬하신데 운동을 참 열심히 하세요.”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려고 열심히 운동하는 거예요.” 그녀는 시크하게 대답했다.

“저는 딸아이가 있는 데 실례지만 결혼하셨나요? 대답 안 하셔도 돼요.”

“아니요. 특별하게 말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저는 싱글이에요. 할머니랑 같이 살죠.”

“할머니. 부모님은 따로 사시나 봐요.”

“두 분은 이혼하셨어요. 아버지는 미국에 살고 계시고 어머니는 재혼해서 지방에 살고 계세요. 전 어릴 때부터 할머니랑 살아서 할머니가 저의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예요.”

숨김없이 자신의 상황을 말하는 그녀에게 알 수 없는 친근감이 느껴지면서 그날 이후로 우리는 서로의 운동에 대하여 조언과 체크를 해주는 운동 동료가 되었다.


김인재 개인 2 팀장이 정년퇴직을 하였다. 팀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어 나는 개인 2팀 차석에서 팀장으로 승진하게 된다. 퇴임식이 끝나고 환송회를 위하여 회식을 하고 우리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며 2차를 하였다.

“한 팀장님 이제 개인 2 팀장으로서 제 후임을 잘하시리라 믿습니다.”김인재 팀장은 나를 보고 말했다.

“팀장님이 안 계시니 허전할 것 같습니다. 자주 놀러 오시고 경험을 전수해주십시오.” 나는 진심으로 김인재 팀장의 정년퇴직을 아쉬워했다.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 있나요. 앞으로는 제 생각은 하지 말고 한팀장이 2팀을 이끌어야죠.”하며 김인재 팀장은 봄여름 가을 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를 불렀다.

“브라보 브라보 마이 라이프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keyword
이전 23화심장수술 후 정력의 왕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