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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기 Apr 29. 2023

노원역 할미꽃


노원역 할미꽃 / 하기


노원역 사거리

하얀 눈 수북이 머리에 내려앉은

할미꽃 한 송이 피어있다


반 늙은 내가 다가가면

꽃의 눈은 나를 향해 열린다


장미와 후리지아안개꽃 모두어

특별한 데코레이션 서비스

내 눈은 알싸해지고

꽃향기에 코는 벌써

오늘밤을 냄새 맡는다


거리에는 연신 커플꽃들이

또 다른 꽃들을 부르고

할미꽃은 잃어버린 세월 속에

자신을 찾아 온 나비의 춤을 본다


한때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준비된 꽃다발들

잎들은 모두 말라 가지를 떠나고

꽃비 되어 하얗게 하얗게

거리를 적신다


누구든 전성기가 없었을까 마는

다만 그 세월이 가늠하기에는 너무 멀다


꽃 속에서 보낸 30

지아비도 아이들도

모두 국화꽃으로 보낸 시간들


마디마디 꽃다발에 매듭지어

가슴에 새겨진 얼굴들


내리던 눈들도 얼어버린 한파에

인적 드문 노원역 사거리


어디선가 꽃을 찾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머리에 하얀 눈 내려앉은 할미꽃 한 송이

고개 숙여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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