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역 사거리
하얀 눈 수북이 머리에 내려앉은
할미꽃 한 송이 피어있다
반 늙은 내가 다가가면
꽃의 눈은 나를 향해 열린다
장미와 후리지아, 안개꽃 모두어
특별한 데코레이션 서비스
내 눈은 알싸해지고
꽃향기에 코는 벌써
오늘밤을 냄새 맡는다
거리에는 연신 커플꽃들이
또 다른 꽃들을 부르고
할미꽃은 잃어버린 세월 속에
자신을 찾아 온 나비의 춤을 본다
한때 자신을 유혹하기 위해
준비된 꽃다발들
잎들은 모두 말라 가지를 떠나고
꽃비 되어 하얗게 하얗게
거리를 적신다
누구든 전성기가 없었을까 마는
다만 그 세월이 가늠하기에는 너무 멀다
꽃 속에서 보낸 30년
지아비도 아이들도
모두 국화꽃으로 보낸 시간들
마디마디 꽃다발에 매듭지어
가슴에 새겨진 얼굴들
내리던 눈들도 얼어버린 한파에
인적 드문 노원역 사거리
어디선가 꽃을 찾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머리에 하얀 눈 내려앉은 할미꽃 한 송이
고개 숙여 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