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형과 누나의 손에 이끌려
지하철1호선을 타고
처음 왔던 정독도서관
형과 누나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막내와 놀던 도서관 앞뜰에는
벚꽃 향기가 가득 했었지
대학입시 공부하던 여름날
좁아서 너무 더운 동대문도서관을 피해
찾아온 정독도서관
천장에 달려 연신 돌아가던 선풍기도
성문종합영어와 수학의 정석을 공부하던
수험생들의 열기를 식혀주진 못했지
2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하던 프레쉬맨시절
또 다시 찾아온 정독도서관
열람실에 앉아 있기엔
너무 예뻤던
노란 은행잎과 파란 코스모스
같이 온 동급생 여친과 벤치에서
떠들고 웃는 시간이 더 많았지
아빠가 되어 딸아이와 함께
찾은 정독도서관
겨울방학숙제를 위해
딸아이는 필독도서인 최인훈의 "광장"을 빌리고
소설가를 꿈꾸는 아빠는 "소설쓰기의 모든 것"을 빌린다
크리스마스를 맞은 북촌한옥거리는
마술쇼와 버스킹공연으로 북적거리고
딸아이의 눈에는 호기심이
아빠의 눈에는 추억만이 가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