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나는 네가 죽은 줄 알았다
베란다 창문 밖 빈 화분에서
날개를 접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너
너의 무사를 기원하며
나는 창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미동도 없던 너
내일 아침 너의 영결식을 치를 걱정에
나는 오롯이 잠들 수 없었다
아내는 119를 부르자고 했고
딸아이는 가장의 책임을 운운하며
나의 결단을 요구했다
우리 가족 모두를 잠들지 못하게 한 너
나는 밤새 너의 처리에만 몰두했다
두려움에 떨며 행여 남아있을 너의 온기를
차가운 창 밖 저멀리 던져버려야하나
주섬 주섬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종량제 쓰레기로 버려야 하나
쓰레기매립장에서 차마 화형 당할 너의 안위는
먼동이 터오르기전까지 내 안중에는 없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념의 밤이 지나고
베란다에 빛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우리 모두는 블라인드를 열고 창문 밖 그 자리를 응시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보았지
너라는 존재의 흔적들
몇 개의 깃털과 배설의 증거를 남기고
잠시 머물렀던 꽃의 자리를 박차고
너는 다시 비상의 날개짓을 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