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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대설주의보

by 하기

최승호, 대설주의보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 마을 길 끊어 놓을 듯


은하수가 펑펑 쏟아져 날아오듯 덤벼드는 눈,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쪼그마한 숯덩이만 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


날아온다 꺼칠한 굴뚝새가


서둘러 뒷간에 몸을 감춘다.


그 어디에 부리부리한 솔개라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일까.



길 잃고 굶주리는 산짐승들 있을 듯


눈더미의 무게로 소나무 가지들이 부러질 듯


다투어 몰려오는 힘찬 눈보라의 군단,


때죽나무와 때 끓이는 외딴집 굴뚝에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과 골짜기에


눈보라가 내리는


백색의 계엄령.






최승호 시인 프로필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 시학 '비발디' 시 등단


시집 '대설주의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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