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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풀코스 2회째 완주 후 의욕상실?

풀마라톤 도전하다

쉬어!


김민들레


춘천 마라톤 첫 풀코스 완주 후

의욕상실이다


남편 왈

"쉬어, 또 다른 목표를 찾을 거야.

당신은 항상 그래왔어."

"그래?"


미용실을 다녀와도

몰라보는 남편이

나를 보고 있었구나


2022년 10월 23일 춘천 마라톤 첫 풀코스 완주 후 1개월 이상 의욕상실이었다. 첫 풀코스 완주의 기쁨보다도 목표달성 후에 오는 허무함이 밀려왔고 만사가 귀찮았다. 목표 달성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나 보다.


기초체력을 위한 시간, 달리기 연습 등 많은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풀코스 1회만 달리고 그만두리라 생각했는데 만족감도, 성취감도 없고 허무하기만 했다.


달리면서 잊어버리고 생각을 정리하려고 했건만 왼쪽 장경인대 통증 때문에 2개월 이상 달리지도 못했다. 처절하게 그 허무감의 실체를 느껴보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남편은 "그냥 쉬어!, 쉬라는 신호야"라고 말했는데 정말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평상시 너무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말할 때는 정나미가 떨어질 때도 있었으나 쉬라는 말은 참 위로가 되었고 수긍도 가는 말이어서 편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필라테스와 병원 진료를 다니면서 다음 풀코스 대회를 준비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코웃음을 쳤다.


지난주 토요일 풀코스 2회째 완주 후 다행히 나흘이 지나니 몸이 회복되었다. 하루 이틀은 오리처럼 풀코스 완주 훈장으로 뒤뚱뒤뚱 걸었다. 사흘 동안 쑤신 기간에도 천천히 필라테스로 몸을 풀어주니 빨리 통증이 사라졌다.


일할 의욕도 나지 않았는데 첫 풀코스 완주처럼 허무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도 않는다. 일주일 동안은 푹 쉬려고 마음먹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왔다. 항상 각오하게 되면 일이 덜 무겁게 다가오는 경향이 있다. 마음을 놓았다가 일이 갑자기 닥치면 놀라게 되는 법이니까.


"몸에 에너지가 다 소비되어 일할 의욕이 덜 생기는 거야"

또 남편은 영감 같은 소리를 한다. 맞다. 에너지로 충만할 때에는 의욕이 생기지만 지쳤을 때, 특히 풀코스 완주 후에는 회복될 동안 다른 일을 할 의욕을 잃는다. 몸의 에너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매일 운동을 하지만 새삼 느낀다.


몸이 문제인지, 마음이 문제인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몸부터 다스려본다. 마음의 문제를 다스린다고 해도 항상 제자리로 돌고 돈다. 그럴 때는 운동을 1시간 하고 오면 마음의 해결책이 보이거나, 마음이 너그러워져 있다. 몸이 먼저고, 마음보다 몸을 다스리기가 더 쉽다. 몸은 거칠고 마음은 부드러워 거친 녀석부터 다루는 거다.


지금은 거친 몸이 지쳐있어서 휴식을 주고 있다. 마음도 지친 몸 덕분인지 꼬리를 내리고 있다.

다시 몸에 생기가 생겼을 때 마음도 다시 활기를 치겠지.


지인이 '나는 나를 바꾸기로 했다'(우즈훙)에서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분출하라, 감정은 살아있다는 증거, 감정의 파도를 즐기라, 체험은 삶에 생명수를 공급한다'는 독서 메모를 보여주셨다.


나에게는 몸의 회복까지가 완주다. 지난 첫 풀코스는 완주가 3개월 걸렸다.


나의 에너지와 감정을 모두 분출하고 감정의 파도를 즐겼으며 체험의 생명수를 공급한 두 번째 풀코스 완주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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