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풀코스 도전
어제 10km 달린 기록 59분
오늘 10km 달린 기록 55분
이유는 페이스 메이커 덕분이다.
4시간 안에 풀코스(42.195km) 완주 목표를 세우고 나서 시간 3시간 52분에 완주하는 기록표를 보니 5km는 27분, 10km는 55분, 하프는 1시간 56분, 30km는 2시간 45분에 달릴 수 있어야 가능하다.
5km는 26분 기록을 세웠으니 다음은 10km 도전이었다.
혼자서 10km를 맘먹고 달렸는데 지난번과 같이 59분이 나왔다. 5km도 예전보다 빨라졌으니 10km도 달라졌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10km는 그대로다.
광명마라톤 클럽 훈련이 있는 날이라 하프를 1시간 42분 정도 달리고 있는 선배님에게 페이스 메이커를 부탁했다. 풀코스도 3시간 30분대를 달리고 있어서 평상시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가진 분이다.
흔쾌히 수락하셔서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 전 미리 혼자 일찍 가서 30분 정도 스트레칭, 드릴 운동을 했다.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들과 같이 다시 스트레칭을 한 후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평상시 같으면 1~3km는 워밍업으로 천천히 달렸을 텐데 오늘은 개인 기록을 달성하기 위한 날이니 바로 속도를 낸다.
김 00님은 57분 도전이라고 하니 바로 시간 계산을 한다. km 5분 30초씩 달리면 10km 53분, 나머지 4분은 240초니 10km로 나누면 5분 30초 + 24초 = 5분 54초 평균 페이스로 달리면 57분이 된단다. 역시 바로 빠르게 계산하고 페이스를 정한다.
1km를 5분 36초에 달렸다. 조금 빠르다 싶지만 이 속도로 쭉 달려야 개인기록을 달성할 것 같아 호흡을 안정화시키려고 규칙적으로 내뱉는다. 2~3km도 5분 30초 내외로 안정적이고 호흡이 그리 가쁘지 않다. 김 00님이 옆에서 시간을 계속 보면서 체크하고 있었고 발걸음도 규칙적이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이 전달되어서 이 속도로 가보자고 결심했다.
4km 즈음에 목이 마르다. 미리 드릴 운동을 하고, 속도가 조금 빠르게 느껴져서인지 물을 마시고 싶어서 조금 더 간 후 물을 마시겠다고 알리고 목만 축이고 바로 내달린다. 10km 정도는 물을 안 마시고 뛰어야 기록도 나오고 몸도 단련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물을 안 마시면 후반에 고전할 것 같았다. 항상 달리기에는 개인의 신체 상황의 변수를 체크하고 바로 결정, 판단을 내려야 완주가 가능하다.
5km까지는 5분 20초대로 달려봤기 때문에 괜찮은데 과연 6~10km에서도 5분 30초 페이스가 나오는지가 관건이다. 그때까지 스피드가 유지될지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하프와 풀코스를 뛴 경험으로 밀고 나가자.
6~8km까지도 나름 힘들었지만 괜찮다.
마지막 3km를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프와, 풀코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풀코스 고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먼 거리가 남은 것도 아니다. 달랑 3km가 남았다는 생각이 큰 위안을 준다.
마지막 1km에서는 스피드를 더 내고 싶은데 빨리 달리지 못한다. 욕심내지 말고 이 스피드만이라도 유지하자는 생각으로 달린다. 옆에서는 지친 기색 없이 뚜벅뚜벅 아무 말도 없이 태연하게 뛰고 있어서 더 믿고 달릴 수 있었다.
마지막 스퍼트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5분 28초다. 에너지를 많이 쓴 마지막이라 힘을 내도 그리 빨라지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 구간 스퍼트는 다른 구간 스퍼트의 2배 에너지를 써야 몇 초 라도 단축이 된다.
시간을 보니 55분이다. 57분 목표인데 55분이라니 서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중에 보니 김 00님은 처음 페이스 메이커를 하셨단다. 페이스 페이커의 보람을 느끼셨다고 하시니 더 좋았다.
옆에서 든든하게 달려주고, 페이스를 조절해 주고, 마지막까지 같이 뛰어주고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뛰기만 해도 혼자서는 안되던 57분이 달성됐다.
마음의 문제인가
일부러 본인의 기록을 접어두고 나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가 애써 주시는데 힘들다고 중간에 엄살 하거나 포기하는 게 가장 미안한 일이다. 그 미안한 때문에 더 애를 써서 달렸기 때문에 단축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옆에서 같이 뛰지만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니 더 힘을 내서 달리게 된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의 페이스 페이커를 해줄 날이 올 거다.
그때를 위해 체력과 마인드를 길러놔야겠다.
페이스 메이커가 더 힘들어하거나 헉헉대면 안 되니 말이다.
마라톤이야말로 혼자 달리는 거라고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진전이 더딘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고 도와주는 페이스 페이커야말로 마라토너를 만드는 사람이다.
다음 도전이다.
하프는 1시간 56분, 30km는 2시간 4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