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Trail)은 시골길, 오솔길이라는 뜻으로 트레일러닝은 포장되어 있지 않는 초원, 산을 달리는 것을 말한다.
작년에도 첫 풀코스 도전을 위해 광명 근처에 있는 도덕산, 구름산, 가학산이 연결되어 있는 둘레길을 훈련 삼아 달리기도 하고 걷기만 하는 산행도 여러 번 다녀왔다. 처음 트레일러닝할 때는 체력이 부족했을 때라 달리다가 걷다가를 반복했고 물도 준비해서 가지 않은 터라 지나가던 분에게 물을 얻어마신 기억도 있다. 오르막길, 계단에서 아주 고전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의 나는 많이 성장하고 체력도 좋아졌다. 풀코스를 두 번이나 달렸고 필라테스도 거의 1년간 운동하고 있으며 18층 귀가할 때마다 한 칸씩 오르다가 2칸씩 올라가도 수월해졌다. 1km 구간 스피드도 7분 30초 전후에서 6분 전후로 빨라졌다.
이번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30분간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둘레길이었는데 거의 쉬지 않고 달렸다. 앞선 두 분의 남성 회원을 쫓아가기도 바빴지만 언덕에서 신나게 올라가는 스스로의 모습에 뿌듯하기도 하고 성큼 올라가는 내 모습에 놀라기도 했다. 내리막길에서는 총총거리며 속도가 빨라질 때는 다람쥐처럼 신났다. 계단 오르기에서는 매일 오르던 계단이라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았지만 뛰어서 끝까지 오르지는 못하고 중간까지 뛰다가 걸어서 올라갔다. 계단만 보면 '어떻게 올라가나' 하던 생각에서 '매일 계단 오르기 하고 있으니 이 정도는 올라갈 수 있겠다.'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체력이 생기니 생각도 달리지고 행동도 달라졌다.
한참 달리다가 훈련부장님이 "새소리 들리세요?" 하고 묻는다. 초집중해서 달리느라 새소리, 바람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그냥 나의 호흡소리, 발 디딜 곳만 쳐다보느라 귀는 열려 있으되 호흡 외엔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완전한 몰입'을 하고 있었던 게다. 마라톤도 30km 이상이 되면 달린다는 생각보다 오직 호흡에 집중하면 팔다리가 자동으로 움직이고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다. 이 상태도 '몰입'과 비슷하고 기분이 좋으면 러너스하이를 경험하면서 하나도 힘들지 않은 상태가 된다.
황농문 교수의 '몰입'에서는 '내가 해야 할 일에 내적 중요성이 커지면 그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게 되고, 재미를 느끼기도 쉽다. 내적 중요성을 한층 더 올리면 그 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그 일이야말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된다. 내면 깊은 곳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느껴져야 자신의 인생을 걸고 그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353p)
요즘 나는 마라톤에 '몰입'한 상태다.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고 대회를 찾는 하이에나가 되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마라톤 대회도 나가고 싶어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도전하는 것을 보니 마라톤은 내 인생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의미가 커지고 있다. 운동, 건강뿐만 아니라 도전, 자신감, 삶의 자세까지 배우게 되는 마라톤에 빠진 것이다.
멈춰서 나무를 쳐다보니 "삐익 삑 삑~" 새소리가 들린다.
트레일러닝의 장점은 오르막일 때 허벅지 내외부 근육이 동시에 강화되고 복근과 허리도 사용하기 때문에 튼튼하게 되는 근력이 강화된다. 오르막일 때 허벅지에 불이 나는 것 같다. 마라톤 스트레칭할 때 균형 감각을 기르기 위해 여러 동작을 하는데 울퉁불퉁한 지형을 다치지 않고 달리려면 균형감각이 길러진다. 다리에 힘이 빠졌을 때 좁은 길에서는 더 정신을 바짝 차렸다.
무엇보다도 온통 나무 그늘이라서 좋았다. 요즘은 7시만 되어도 해가 뜨면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그늘이라서 땀이 나기도 하지만 해가 가리어지기 때문에 아주 달리기에 적합한 곳이 숲 속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갔는데 초록잎들의 싱그러움에 벗고야 말았고 온전한 내 눈으로 보면서 달리니 덜 힘들게 느껴졌다.
지루한 평지와 달리 지형이 계속 달라지고 어떤 길이 나올지 궁금하여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트레일러닝 대회가 있어도 너무 힘들까 봐 도전을 하지 못했는데 10km 정도는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년에는 꿈도 꾸지 못했는데 체력이 생기니 트레일러닝에 대한 흥미도 생겨났다. 무언가 기초과정이 지나야 다음 과정이 눈에 들어오고 더 멋진 도전할만한 대상이 생기는가 보다.
숲과 캠핑을 좋아하는 남편도 이제 하프를 건너왔고 11월 jtbc대회에는 첫 풀코스를 도전하기 때문에 분명 트레일러닝 훈련을 접하다 보면 좋아할 것 같다.
1시간 동안에 트레일 러닝을 마치고 보니 힘은 들었지만 다시 하고픈 마음이 들었다. 아마도 다음 주에도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