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을 잘하려고 필라테스를 시작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근력 강화를 위해 헬스장을 다녀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해본 적이 있다.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할 즈음에 공교롭게도 어깨가 아프기 시작했다. 가방을 멜 때도 아프고 옷을 갈아입을 때도 아프고 손을 뒤로 뻗기도 힘들어서 병원을 3개월이나 다녔지만 낫지 않고 통증이 반복되었다. 달리기도 어깨에는 좋기는 하지만 직접적인 영향이 덜하기에 필라테스를 다니면서 몸을 풀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 정도 심한 통증으로는 헬스장에 가서도 할 수 있는 동작이 없을 것 같아서 헬스장에 갈 엄두도 내지 않았다.
예전에 요가를 3~4년 한 경험이 있어서 필라테스도 쉽게 다가왔고 혼자서는 통증 때문에 손을 위로 들기도 어려웠다. 특히 기구를 이용해서 어깨 반경을 조금씩이라고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일단 1개월을 등록했다. 어깨 때문에 하지 못하는 동작도 많았지만 다녀오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1개월은 티가 별로 나지 않았고 6개월이 지나자 새벽에 있던 통증이 사라진 것만도 살 것 같았다. 약보다 병원보다 운동이 최고다.
1년이 되자 어깨 통증은 거의 사라졌고 가방 메기도 옷 입을 때도 전혀 통증이 없다. 다만 아직은 손을 뒤로 뻗는 동작이나 오래 어깨운동을 하면 어깨가 무거운 정도라서 90% 정도 완치가 되었다.
마라톤에는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필라테스는 코어 운동이 많아서 마라톤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하는 스쾃과 플랭크를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허벅지 강화하는 동작도 많아서 마라톤에서 많이 하는 런지와도 관련이 있고 발목 강화 운동에도 좋다. 유연성도 길러주기 때문에 하프나, 장거리, 풀코스 대회 때에도 쥐가 나거나 통증이 심한 적이 별로 없었다.
첫 풀코스를 뛴 후 무리한 무릎이 아파서 달리기는 2~3개월 쉬면서 필라테스만 다녔다. 다음 달리기를 위해서 체력은 보강해 두자는 의미에서 필라테스를 빠지지 않고 다녔다. 마라톤에 대한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체력관리를 한 거다. 두 번째 풀코스는 마지막에 고관절이 아팠지만 하루 이틀 지나니 다 나았다. 필라테스에도 고관절 동작이 많아서 그 덕분에 대회 때마다 그 정도의 통증으로 그친 것 같다.
다른 분들과 달리 발목강화, 허벅지 근력, 코어 운동을 할 때마다 이건 마라톤 동작에 기초 근력을 키울 때 너무 좋겠다는 생각에 끝까지 땀을 흘리며 하게 되었다. 그냥 하는 동작보다 마라톤에도 좋은 동작이다 생각하니 더 열심히 했다.
필라테스를 해보니 동작들이 단순할 것 같았는데 1년 이상 다녀본 결과 같은 동작들이 별로 없다. 갈 때마다 기구 외에 다른 작은 도구(폼 롤러, 작은 공, 큰 공, 밴드 등등)들을 활용하니 매일 동작이 달라 지루할 새가 없다. 주 5일 하는 나로서는 겹치는 동작만 하면 지루한데 결코 지루하지가 않아서 갈 때마다 오길 잘했다,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필라테스 강사도 되어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달리기 훈련 전후에 가도 아주 좋다.
달리기 전에 필라테스를 하면 몸을 풀고 가게 되어 스트레칭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몸이 가뿐하다. 달리기 후에 필라테스를 해도 무리했던 근육들을 풀 수 있어서 빨리 회복이 되는 느낌이 있다. 특히 대회 뒷날은 회복하기 위해서 달리기를 하지 않고 쉬는데 필라테스는 꼭 가서 몸을 풀어주면 뭉쳤던 근육들이 풀어져서 좋다.
마라톤은 달리기 연습만 해서는 완주하기도 어렵고 기록 단축도 어렵다.
기초체력으로 근력을 키우는 운동도 해야 하고 스피드를 내기 위해서는 야소 800 훈련도 해야 하고 언덕 훈련도, 장거리 훈련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마라톤 관련 훈련은 광명 마라톤 클럽 고수님들에게 배웠고, 기초체력과 유연성, 스트레칭, 코어 강화는 필라테스가 도와주었기 때문에 풀코스 2회 완주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