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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를 보며 달리다. 24동아마라톤 대비 53일차후기

보스톤 마라톤 풀코스 도전


07시 모닝 러닝을 위해 길을 나선다. 하프 이상의 거리는 항상 전날부터 긴장한다. 아직도 초보인가 보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걸을 때는 묘한 기분이 항상 든다. 아무도 없어서 좋기도 하고, 아무도 없어서 적막하기도 하다. 


나와 그림자 둘이서 걷는다.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렇게 어두운 길을 나설까 하고 생각도 해본다. 


해돋이를 보든, 영화를 보던, 독서를 하든 항상 조용한 시간에 몰입해야 기분도 좋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





영하 1도라서 그나마 포근한 날씨다. 오전은 영상 5도까지 올라갈 예정이니 러닝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지만 나서는 시간은 7시 전이라 싸늘하다. 이 싸늘함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싸늘함이 너무 싫으면 이불 속에 있었을 테니까.


07시에 광명 마라톤 클럽에서 셋이서 출발한다.  장거리 팀은 07시에,    FUN RUN 팀은 08시에 시작해서 10시에 마무리 스트레칭을 하기로 했다. 


마라톤 클럽의 장점은 여러 사람이 같이 뛰면서 동기부여를 받는다. 하기 싫어도 하게 되고, 의식하게 되니 더 잘 달리게 되고 엄살 피우는 것도 자제가 된다.  운동은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의식하거나, 환경설정하면 더 잘 되는 경우도 많다. 


항상 삶이 그렇듯이 옳고 그름이 없다. 적절하게 잘 활용하고 조율하면서 살 뿐이다.



한강 해돋이 러닝



한강을 향해 출발했다. 00 님과 둘이서 한강 24KM 목표다. 훈련부장님은  반대 방향으로 12KM 러닝 후 다시 합류한다. 


광명에서 한강 방향은 아침에도 여러 번 뛰어봤지만 해돋이를 보기는 처음이다. 


1월 1일 해돋이도 의미 있게 졸린 눈을 비비며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에서 가족과 지켜봤지만 오늘도 남다르다.


해의 기운은 사람에게 힘을 주고 활력을 준다. 


매일 보는 해, 매일 오는 아침이지만 어디서 만나는 거,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짐을 느낀다. 





훈련부장님은 두 사람의 기록을 꿰고 있어서 반환할 때까지 6분 이내로 뛰지 말라고 한 마디 했으니 잘 지켜보리라. 초반에 너무 무리하면 돌아올 때 힘이 들 테니 대회처럼 페이스 조절 연습을 해야 한다. 


새로 러닝화 구입 후 두 번째 신는 날이다. 나이키 베이퍼 플라이를 신어본다. 24동아마라톤 대비 신발로 길을 들인다. 11KM까지 신어본 느낌은 가볍고 발에 착 감기는 느낌이다. 통통 많이 튀는 카본이라고 하는데 적당히 조금 튀는 느낌이라 부담도 없고 발목 신발 끈 매는 부분, 발등과 닿는 부분이 부드럽다. 


칼발이라 나이키 신발이 잘 맞는 편이라 나이키 줌 플라이 5, 나이키 줌 넥스트~(이름도 길다)를 신었는데 맘먹고 베이퍼플라이, 알파 플라이를 사려고 하는데 사이즈도, 색상도 몇 개 없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 건지, 제작을 조금만 하는 건지 서울 매장 4군데를 둘러봐도 없어서  아쉽지만 베이퍼 플라이를 샀다. 


폴 코스를 3회 완주했지만 아직도 초보라 기록상 그다지 좋은 운동화는 자제하는 중이었는데 항상 러닝화 욕심이 들끓는다. 


사려고 맘을 겨우 먹었는데 막상 사려면 사이즈며, 색상도 없다. 나 참. 





한강 편의점에서 물과 에너지 바를 먹고 다시 달린다. 반환점을 돌았지만 그다지 몸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고 가뿐하다. 


15 KM에서 각자의 컨디션으로 달리기로 하고 00 님과  이야기한 후 속도를 조금 높여본다. 6분 10초 페이스에서 5분 50초로 달려보니 나쁘지 않다. 5분 30초도 달려보았는데 마지막에 힘이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5분 40초로 유지한다. 


21KM 지점에서 광명 마라톤 클럼 8시 팀이 간간이 보인다. 힘들 때는 아는 사람만 보여도 힘이 난다. 휙휙 지나가는 모습과 응원해 주시는 모습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다. 


5분 30초로 달려보자.


이 정도의 컨디션이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호흡을 조절하고 발걸음도 11자 걸음으로 신경 쓰며 내딛는다.


겉옷 점퍼도 9시가 넘어가니 거추장스럽고 더워진다. 긴 팔 위에 싱글 넷만 입고 뛴다. 생각보다 몸이 가볍다. 





가장 힘든 1KM를 남기고 광명 마라톤 클럽 두 분이서 앞서 계시니 또 힘이 난다. 


마지막 2KM는 힘껏 달린다. 마지막 1KM는 보나 마나 마지막의 마지막 에너지를 다 쓸 것이기 때문이다. 없는 에너지까지 모아서. 


무엇보다 갈 때보다 올 때 속도가 좋으니 만족스럽다. 대회 때도 이런 컨디션이면 좋겠다. 


힘이 아주 다 빠질 무렵 피니시를 향해 같이 달려주신다. 옆에서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 혼자 러닝 했을 때와는 다른 기분이다. 


달리기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항상 집 근처 마라톤클럽을 알아보라고 알려드린다. 혼자보다는 클럽에 가입해야 도움도 받을 수 있고 환경 설정을 해야 꾸준하게 러닝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초보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으면 더 좋은 일이다.





2시간 22분을 달려서 24KM를 완주했다.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힘은 다 쓸수록 다시 채워지는 게 매번 놀랍다. 아끼면 힘이 저장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바닥까지 다 소진해야 다시 채워진다. 바닥까지 다 소진했다. 몸이 기억할 거야. 


22년 4월 아산 마라톤 하프 대회에서 2시간 8분 기록이었는데 오늘은 2시간 6분이었다. 10개월이 지났으니 2분 단축이 놀랍지도 않을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벅찬 일이다. 


2분을 줄이기 위해서 근력 운동과 얼마나 많은 거리를 달렸을까나.


달리면서 시간도 단축하고 건강도 좋아지기는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매일매일이 생동감 있게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 더 좋은 러닝의 효과는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그랬다. 오래 살려고 러닝 하냐고 물어보면 생동감 있게 지내기 위해서 러닝 한다고. 


나도 그렇다.


*광명 마라톤 클럽 신입회원인 000님과 000님의 딸이 가입했는데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 같아서 기쁘다. 첫날인데 걷뛰 4,8km를 했단다. 혼자 하면 안되는데 클럽 회장님이 같이 뛰어주시니 가능했다고 한다. 왜 그럴까?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혼자서는 안되는데 왜 같이 뛰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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