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아일랜드 출신의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Small Things Like These)' 131p로 얇은 소설이지만 여운이 있습니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그래도 마찬가지일까 - 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29p)
소크라테스는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없다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렇게 살아갈 것이요, 돌아보고 성찰하고 조금씩 다른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주인공 펄롱이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지만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원하는 어린아이에게 시선을 피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건 멈춰서 생각했기 때문이다.
쉬엄쉬엄해야지, 그러다가 당신 자신한테 따라잡히겠어.
쉬지 않고 숙고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자신에게 따라 잡힌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나의 영혼이, 나를 이끌어야 하는데 항상 쫓기고 삶에 따라잡힌다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삶으로 영혼의 휴식이 필요하겠지요.
숙고하는 삶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소설로써 보여주고 있으니 직접적인 표현보다 훨씬 와닿습니다. 소설은 메시지 하나로, 스토리 하나로 표현하니 생각하게 하고 나의 생활과 삶에 접목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아데스테 피델레스' 노랫소리가 들린다는 부분(67p)이 있어서 유튜브에서 찾아보았습니다.
https://youtu.be/52_lB7kpJ7E?si=nLKAHJwk_3UGZZtj
enya의 노래는 신비스러움이 담겨있는 목소리입니다.
내용상으로는 학교 기숙사나 수녀들이 크리스마스 즈음해서 연습하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했으니 합창이 더 어울리겠군요. 상상하며 찾아보았습니다.
성악가, 가수, 오케스트라, 여러 합창단들이 있어서 들어봤는데요, 소설의 분위기는 위 동영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정했습니다.
종교가 없는 저는 처음 들은 노래인데도 들을수록 좋으면서도 소설의 분위기처럼 밝지만은 않아서 쓸쓸함과 애잔함도 같이 느끼게 됩니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되는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121p)
거의 마지막 부분의 내용입니다.
이 소설은 시원하게 표현하지 않는 게 매력입니다. 암시와 복선을 미리 깔아놓아 궁금하게 하고 상상하게 만들고 조바심 나게 만듭니다.
엔딩도 해피 엔딩도, 새드 엔딩도 아닙니다. 앞으로가 더 궁금하게 만들고 어떤 역경이 있을지도 추측해 봅니다.
거기에 덧붙여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생각을 던져보게 하는 소설입니다.
알지만 두려워서,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어서 하지 않는 일로 우리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고 있어요.
제목처럼 이처럼 사소한 일들이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중요한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더욱더 큰 용기가 필요하죠.
이 책을 읽다 보니 '갈매기의 꿈'도 생각나고 '연금술사'도 생각났습니다. 얇은 책이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지만 이 책은 소설의 특징을 살려 명쾌하게 진행하지 않고 분위기가 전달하는 느낌입니다. 나머지는 독자가 해석하고 행동하라는 뉘앙스입니다.
읽는 동안 글의 매력에 빠지고 그 사황에 몰입한 책입니다. 읽고 나서 더 생각나게 하는 책이고요.
하고 싶은데, 해야 하는데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한 걸음 용기 낼 수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