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마라톤 풀코스 도전
아~ 비다!
23년 11월 5일 JTBC 비 오고, 쥐가 났던 트라우마가 생각납니다. 일기예보는 흐리다고 했는데 비가 와서 다시 살펴봤더니 7시면 갤 것 같더군요.
서울 대회는 짐을 맡기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6시 30분 전에 광화문역에 도착을 해 보니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더군요.
남자 화장실은 긴 줄, 여자 화장실은 줄이 없어서 수월했어요.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비가 오지만 대회장 분위기를 느껴야겠죠. 음악으로 기분이 업 되고 많은 사람들의 설렌 에너지 덕분에 비가 오지만 상쾌했어요. 무엇보다도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가서 서두르지 않아서 마음이 편했죠.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출발 전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은 필히 봐야죠. 오늘 마라톤 대회는 용기, 지혜, 유연, 끈기, 노력 등이 필요할 텐데 두 분의 에너지를 받고 갑니다.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보스턴행 멤버
24 보스턴 마라톤 대회 팀도 간단히 만나고 인사만 해도 반가웠어요. 막시 님('달리기는 제가 하루키보다 낫습니다' 저자)도 만났죠. 상국 님(서브 3 러너)은 고구려 마라톤 대회에서도 만났고 이번에 또 만났어요. 잠시 주로에서 스쳐갔지만 같이 보스턴 가는 톡방 인연이라 알아보겠더군요.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짐을 맡기는 데에도 6시 30분쯤 맡기니 수월했어요. 한진택배 차량이 줄지어 나란하게 서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JTBC에서도 짐을 맡기느라 장소가 아주 협소해서 불편했거든요. 화장실도 별로 없었고.
지하철역 화장실, 대회장 간이 화장실이 있었어요. 미리 가서 그런지 그다지 불편함은 못 느꼈어요.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광명 마라톤 러너
광명 마라톤 클럽 풀코스 러너들을 만나서 스트레칭 후 출발선에 섰어요. 출발 전 비가 그쳐서 다행이에요. 혼자 뛰는 대회와 같은 마라톤 클럽에서 같이 뛰는 건 정말 달라요. 특히 선배님들과 같이 뛰는 거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거든요.
출발을 알리는 폭죽
광화문 대로에서 달릴 수 있는 대회라 큰 대회는 의미가 있어요. 복잡한 만큼 인기 있는 대회죠. 서울 경기에 있는 분들이 참가하기 좋은 거리에 있고 큰 대회다 보니 많은 참가 하려고 합니다. 작년에는 신청 추첨에서 떨어져서 달리지도 못해서 허무했답니다.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출발 풀코스 15,000명
풀코스 15,000명이 참가했어요. 잠실에서는 10KM 20,000명이 참가했대요. 마라톤은 사람 구경이 반, 마라톤이 반이에요.
F조로 출발했어요. 같은 마라톤 클럽 김 00님이 처음 풀코스여서 제 뒤만 따라온다고 하셨는데 살짝 부담도 됐지만 남자분이라서 충분히 체력이 되시고, 훈련도 잘 되어 있는 분이라서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어요.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5km 구간 기록
가민 워치로 6분 15초로 30km까지 달린 후 그 이후는 각자 컨디션에 맡기기로 했어요. 저는 4시간 20초가 목표이기 때문에 6분까지는 그 이후 당겨볼 생각이었어요.
30km까지는 둘이서 아주 편안한 페이스로 지친 기색 없이 잘 뛰었습니다.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광명 마라톤 자원봉사 팀
30km에서 마라톤 클럽에 맡겨둔 젤과 꿀물도 받았죠. 어찌나 반갑던지요. 25km 넘어서고부터는 클럽 회원들 얼굴만 생각하고 달렸어요. 뭐라도 의미 부여를 해야 달리게 되는 구간이니까요. 깃발을 휘날리며 이름을 부르는데 어찌나 반갑던지요. 소나기를 시원하게 맞은 기분이에요.
문제는 클럽 자원봉사 팀과 헤어진 후 생겼어요.
지금까지는 예전 풀코스 때와는 달리 발목, 무릎, 고관절, 어깨, 복근이 하나도 아프지 않더군요. 그동안 훈련한 덕분에 체력이 길러진 거라는 생각에 뿌듯했죠. 동마 대비 100일 운동 챌린지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보람이 있네요.
엄지발톱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느낌상 피가 나는 것 같았지만 보면 마음이 약해질까 봐 쳐다보지도 않았어요. 훈련할 때 발톱이 들려 있어서 걱정이 되긴 했지만 장거리 훈련 35km 할 때도 별문제가 없는 터라 신경 쓰지 않았어요. 발톱이 디딜 때마다 아프기 시작했죠.
멈춰야 하나, 계속 뛰어야 하나, 1개월 후 보스턴 마라톤 대회 풀코스도 참가해야 하는데 어떡하나.
뛰면서 고민을 하다가 천천히 달리기로 했어요. 완주를 목표를 달리자고 목표를 재설정했어요. 발톱 때문에 몇 번 멈추는 바람이 같이 뛰던 김 00 님과는 멀어져 버렸어요. 이 페이스대로 간다면 4시간 30분 완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그분은 결국 4시간 35분으로 첫 풀코스 완주했어요.)
마지막 5km는 시간이 가지 않더군요. 잠실 대교를 넘어서는 더디 가는 느낌이에요. 주위 사람들 발을 보니 모두 무거운 다리를 터벅터벅 내려놓더군요. 출발할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에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깃발로 응원하는 분에게 몇 km 남았냐고 물어보니 2km래요. 전력 질주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힘이 나지 않았어요. 겨우겨우 한 발씩 내딛고 있었죠.
몸은 갈수록 솜이불을 둘러업은 거 마냥 무겁기만 했어요. 4시간 20분 완주는 시계를 보면서 포기했고 4시간 40분 안에 도착하자는 목표로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걷는 건지 뛰는 건지 한 발, 한 발 내디뎠어요.
길가 모르는 분에게 물도 얻어먹고, 콜라도 얻어먹으면서 힘을 냈어요.
멀리서 finishi line 보였어요. 다른 대회에는 막판에 힘이 나는데 이번에는 발톱으로 스퍼트를 할 수 없었어요. 나름대로 있는 힘껏 뛴다고 하는데 땅이 자꾸 잡아당기는 느낌이었죠.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완주 후
겨우 도착하면서 "해냈다"를 외쳤죠. 항상 완주하면서 "아이고 힘들다"를 외쳤는데 좋은 말 놔두고 왜 꼭 이 말을 할까 생각해 봤죠. 다음에 달릴 때는 "해냈다, 잘했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건 성공했네요.
문득 정신없는 그 와중에도 이 생각이 나더군요.
마라톤 클럽 자원봉사 두 분이 사진을 찍어주셨어요. 마라톤 클럽 회원들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수고했다며 다른 분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셨어요.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완주 후 발톱 통증
짐을 찾고 회원들을 만나니 광명 마라톤 팀 중 제가 거꾸로 세 번째 들어왔더군요. 여자 풀코스 회원은 저 하나였어요.
풀코스 러너들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죠. 마치 저처럼요. 다들 훈련으로 보나, 페이스로 보나 제가 4시간 20분 완주할 것으로 보였는데 왜 늦었냐고 이유를 묻습니다.
또 다른 러너들은 물집이 생기든가, 발바닥 통증이 있다든가, 페이스 오버를 하든가 여러 가지 변수를 주로에서 만났더군요. 쉬운 풀코스 완주는 없었습니다. 부상 이유로 포기하신 분도 계시고요.
큰 부상 없이 완주한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 풀코스 완주입니다.
24 서울 동아마라톤 완주 메달
<대회 운영 분석>
*작년 jtbc 대회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짐 맡기는 데에 시간이 걸려서 이번에는 일찍 갔더니 수월하게 맡겼습니다. 찾는 시간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어서 기다리느라 땀이 식어서 추웠습니다. 짐을 맡기고 찾는 데에 불편함을 많이 호소하네요. 공간의 제약도 있겠지요.
*우비를 출발 전 벗고 뛰라고 사회자가 안내하는데 싱글렛만 입은 사람들은 춥다고 했어요. 저는 긴팔을 입고 조깅해서인지 그다지 춥지는 않았어요. 겨울에는 보통 1km는 달려야 몸에서 열이 나거든요. 우비로 교통사고 유발할 수 있어서 그런가 봐요. 지키는 사람들이 반밖에 없었어요.
*식수대에 앞부분은 포카리, 뒷부분은 물 식수대를 놓았는데 아무래도 뛰다가 목이 마르니 포카리부터 먹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저는 많이 먹으면 속이 좋지 않기 때문에 물을 먹고 포카리는 조금만 먹습니다. 처음에는 포카리만 많이 먹다 보니 속이 쓰리더군요. 음료는 항상 앞에 배치하더군요.
*검은색(회색) 풍선에 검은색 글씨로 페매 시간을 적으니 보이지 않았어요.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기도 했는지 주로에 던지다 보니 종이컵과 달리 밟았을 때 미끄럽더군요. 마신 후 도로 옆의 설치된 통이나 길가에 버리면 좋겠는데 도로 가운데 버린 분들이 있어서 불편하더군요.
*코스는 jtbc와 겹치는 부분도 있고, 언덕은 많지 않아서 평이한 코스라고 생각해요. jtbc가 더 어려웠어요.
* finish line이 멀리서 보이면 힘이 나는데 커브 돌고 나서 보이니까 힘을 덜 받아요. 춘천 마라톤처럼 멀리서 finish line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완주 후>
*동아마라톤 (서울 마라톤) 완주 후 간식과 메달은 지나가면서 여럿이 나눠주니 순조로웠어요.
*가장 큰 문제는 짐 찾기예요. 길게 줄이 있어서 한참을 기다렸고 땀이 식으니 춥더군요. 그나마 날씨가 따듯하고 해가 나서 다행인데 온도 낮았으면 엄청 추웠을 거예요. 인력 배치를 짐 찾을 때 더 많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니면 다른 시스템을 찾던가요. 모두들 불편하다고 한 소리들 했죠.
몰린 줄은 끝이 없고 빈 곳은 비어 있는 것으로 봐서 문제가 있어 보인 듯합니다. 짐을 맡길 때 저처럼 4시간 40분 대인 사람들이 한 줄로 길게 서더군요. 맡긴 차량 번호가 써져 있어서 그 번호에서 찾아야 하죠.
24 동아마라톤(서울마라톤) 후원 아디다스
같은 시간대에 완주할 사람들은 분산해서 배치하면 빨리 찾을 수 있어서 수월할 것 같은데 왜 도착하면서 같은 줄에 길게 서도록 배치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옆 줄은 텅텅 비웠고요.
*메달 줄도 목에 걸어서 가다 보니 땡그랑 떨어지더군요. 연결하는 부분이 오픈되어 있어서 금방 떨어지게 생겼어요. 일부러 하신 건지 궁금하네요.
서울 주로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풀코스 뛰는 사람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나은 시스템 구축을 하면 더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드는 대회였어요.
24 동아마라톤 풀코스 완주 기록
이젠 저의 대회 운영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잘한 점
-아침 5시에 식빵, 바나나, 우유, 따뜻한 차 마시기
-미리 도착해서 여유롭게 조깅하고 둘러보고 컨디션 유지하고 볼일까지 해결한 것
-30km까지 같은 페이스로 유지한 것(잘했다. 쓰담쓰담)
-다른 주자들에 동요되지 않은 것
-발톱이 아팠지만 속도를 늦추며 끝까지 완주한 것
-대회 1~2주 조깅하고 휴식하며 컨디션 조절한 것
-동아 마라톤 대비 100일 운동 챌린지 하루도 안 빠지고 훈련하고 체력 훈련한 점
-30km 장거리 4회 훈련한 것
-연습 대회에서는 32km 5분 50초 페이스였지만 대회에서는 6분 23초 페이스로 풀코스 현실적인 목표를 잡은 것
-시도 때도 없이 스쾃, 아령, 물구나무서기, 플랭크, 콩주머니 양쪽 발목에 달고 집안에서 걸어 다니기
-완주 후 발목, 무릎, 고관절, 복근, 어깨 하나도 아프지 않은 것
-완주 후 의료팀장님에게 발톱 치료 물어보고 조치한 것
-완주 후 보상으로 비싸고 예쁜 양말 산 것(24 보스턴 마라톤에서 신어야겠어요~^^)
2024 동아마라톤 보상, 집에 와서 바로 양말 구매(양말이 쫌 비싸요)
보완할 점
-낮은 언덕인데도 힘들어한 점(언덕 훈련 더 필요)
-30km 이상 급격한 체력 저하(장거리 훈련 더 필요)
-훈련할 때 발톱이 들렸는데도 통증 없어서 방치한 것(선배님들에게 물어보고 예방조치할 것, 밴드 감고 뛰어야 했다고 선배님들이 조언해 주심
이상으로 2024 동아 마라톤 후기였습니다.
완주만으로 만족한 대회였습니다.
이로써 저의 국내 3대 메이저 대회 풀코스 완주가 끝났습니다.
3대 메이저 국내 대회 풀코스 완주 메달
22년 춘천마라톤 첫 풀코스 5시간 34분 완주,
23년 jtbc 풀코스 4시간 55분 완주,
24년 동아마라톤 4시간 42분 완주.
메달은 춘천마라톤이 가장 예뻐요. 세 개 대회 중 가장 기억나는 대회는 첫 풀코스 22년 춘천 마라톤이고요, jtbc는 비가 오고 쥐가 나서 제일 힘들었던 경기였어요.
그나마 이번 동아 마라톤이 가장 수월한 경기였습니다.
매년 성장하는 마라톤 대회였어요. 한 줄로 한 해를 정리하지만 그 안에는 체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야 하는 고된 일상(때로는 즐거운 일상)이 있었답니다. 광명 마라톤 가입 후 이뤄낸 일이라 감사하네요.
무엇보다 훈련이 필요한 일이라 하루 1시간 이상, 때로는 반나절, 때로는 하루를 투자했어요.
24년 보스턴 마라톤 후기가 다음 대회 후기가 되겠군요.
이번엔 또 뭐야?
김민들레
첫 풀코스는 왼쪽 무릎이 아파 30km 이후 고전했고
무릎보호대를 하고 장거리 훈련으로 더 자주 달렸다
두 번째 풀코스는 고관절이 아파 35km 이후 통증과 싸웠고
고관절 부드럽게 하기 위해 수시로 스쾃과 요가로 풀어줬다
세 번째 풀코스는 넘어져서 얼굴, 무릎 까져서 포기했고
언덕 훈련과 페이스 조절에 더 감각을 익혔다
네 번째 풀코스는 32km에 쥐가 나서 파르르 온몸이 떨렸고
물구나무서기와 쥐 방지 예방약까지 먹었다
다섯 번째 풀코스는 30km에 양쪽 엄지발톱이 들썩였고
이젠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여섯 번째 풀코스는 어떤 일이 생기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