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시 인천 국제공항으로 중3아들과 서둘러 갑니다. 아들과는 초6학년 때 경남 함안 여행을 4주 동안 체험신청서를 내고 여행한 추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 긴 여행을 다시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보스턴 마라톤 참가 덕분에 9박 10일 동안 여행하게 되었어요.
아주 좋은 여행 핑계가 됩니다. 그 핑계를 위해서 저는 6년을 노력했고 최근 3년은 마라톤에 시간을 아주 많이 할애하기도 했습니다.
13시간의 비행시간이 생각보다 지루하진 않았어요. 영화도 여러 편 보고, 책도 읽고 먹다가 졸다가 하다 보니 뉴욕공항에 도착했어요. ‘보스톤 1947’영화는 극장에서 두 번이나 봤는데 기내에서 또 2회나 보게 되는군요. 마지막 언덕 4개를 내가 달린다고 하니 흥분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죠.
갈 수 있음에, 도전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되 어떤 시나리오가 나올지 저도 궁금합니다. 항상 풀마라톤은 변수가 많으니까요.
‘거버넌트’,보호자’,‘어른 김장하’를 봤습니다. 나름대로 영화가 다 의미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영화만으로도 쓸 말이 아주 많지만 오늘은 생략하기로 해야겠군요.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입국 심사에 인내심을 길러야겠어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왜 그리 천천히 하는지, 하다가 문 닫고 가버리는 경우(나름 이유 있겠죠)도 있고 이런 긴 줄에 마냥 기다리는 게 좋지만은 않았어요. 비행기 도착시간에 맞춰서 인력 확보를 하면 좋을텐데 말이죠. 한국이 아니니 이해하기로. 우리나라 좋은 나라.
기다리다가 아들과 저의 입국, 원어민 발음이 아니라 아주 귀를 쫑끗(원어민이라도 쫑끗해야 단어 캐치 가능)하고 들었어요. 왜 왔는지, 옆에 있는 사람은 uncle이냐고, 현금은 얼마나 갖고 있는지, 얼마나 머무를지 물어서 단답형으로 대답했어요. Boston Marathon, my son, 200 dollars, 9nights 10 days …중3 아들은 어떻게 다 들리냐고 묻더군요, 짬밥이라고 했죠. 핵심만 듣고 핵심만 말하기. 하지만 들리지 않으면 말 할 수도 없다는 것.
일단은 무조건 뻔뻔하고 자신감있게 말했어요~^^
수속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뉴욕시티를 보러 갔죠.
자유의 여신상은 유람선을 타면서 봤어요.
아들은 내가 자유의 여신상을 보다니…하면서 말하더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성인들이 모인다는 미국에 평생 갈 수 있을까, 가고 싶다는 꿈을 막연하게 꾸었었죠.
전광판이 아주 이색적이고 삐까뻔쩍한 타임스퀘어에 가보니 실감이 나더군요. 아들에게 여긴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아니가 뉴욕 타임스퀘어라고 말했지요. 서울 도심도 더 깔끔하고 비슷한 곳도 많지만 뉴욕만의 감성이 있습니다.
첫날의 감회는 일단 13시간 비행으로 너무 피곤했고 밥을 5끼나 먹어서인지 배는 더부룩합니다. 하루 꼬박 새우고 잠을 자니 꿀잠이었어요. 빨리 시착적응을 해서 월요일 풀코스 마라톤 컨디션 좋게 뛸 수 있기 바랍니다. 오늘은 마라닉tv 단체팀과 공원 조깅하기로 해서 기대가 됩니다.
호텔 와이파이 아주 느리군요. 사진도 안 올라가구요. 로밍해도 사진 안 올라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응하면서 즐거이 지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