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내가 더 이상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질문을 쓰자마자 떠오르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 하나는 내 생계를 내가 책임질 때.
2 . 또 다른 하나는 엄마가 되었을 때.
3 . 나의 일을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
스무 살이 되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학교는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었는데 일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일요일, 공휴일 빼곤 꼬박꼬박 가야 하고 상사들 눈치도 봐야 하고 배워야 할 일도 아주 많았죠. 물어본다고 다 대답해 주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일도 많았습니다.
그런 노력과 고민의 대가로 월급을 받기 시작했을 때, 내 생활을 내가 책임져야 할 때 어른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엄마가 되었을 때입니다. 직장 생활보다 더 힘든 엄마의 생활이었습니다. 임신했을 때, 돌이 될 때까지 잠을 못 자는 생활이 이어질 때 이건 사는 게 아니었어요. 잠이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고, 안 자면 이렇게 힘들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임신, 임신이 힘들다 하지만 잠을 못 자는 신생아 때도 참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서 일을 다시 시작할 때는 항상 퇴근 시간만 되면 조바심이 났습니다. 퇴근하자마자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야 하는데 예기치 않게 일이 생기기도 하고 처리하지 못한 일로 퇴근이 늦어지기도 했으니까요. 갑작스러운 출장도 있었고요.
나를 돌보기만 했던 시절에서 나 아닌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지점에서 어른이란 참 힘든 거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대학생, 중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힘든 점이 별로 없었지만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헤매면서 키웠습니다.
모르면 책에서도 찾아보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다른 언니들한테도 물어보면서 하나씩 해결했는데 항상 새로운 문제의 연속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어른으로 가는가 봅니다.
세 번째는 스스로 판단해야 할 때입니다. 다시 학교 공부를 시작하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하거나, 집을 사거나 하는 등의 일은 대단한 판단력과 결단력이 필요했습니다.
사소한 판단이야 실수를 해도 괜찮지만 일이 클수록, 큰돈과 연관된 일일수록 고민의 고민을 한 기억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남편과 의논해서 결정한 덕분에 지혜롭게 잘 지내왔지만 그 당시에는 그 결정이 맞았는지 불안해하면서 그 시기를 넘어왔습니다.
세 가지를 살펴보니 어른으로 가는 과정은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성과, 스스로 살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이어야 하고, 자신과 가정에 대해서 결정하고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질 때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어른스럽지 못하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처럼 떼를 쓰거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경우, 성인이 되어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 혼자만을 생각하며 행동할 때 해당될 것 같군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어린이다운 생각과 행동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특히 놀 때, 웃을 때, 장난칠 때는 영락없이 어린이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 기질이 있어야 호기심과 창조력이 생겨나기도 하죠.
상황에 맞는 어린이 기질과 어른스러움이 공존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글쓰기 좋은 질문 642>>에서 나온 질문에 대한 글쓰기로 이런 의미 있는 질문에 대해 글을 써보는 중요한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