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텃밭과 정원 사이 어디쯤인가?
- 최진석 교수
질문들이 아주 흥미로워서 블로그를 막 쓰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최진석 교수님이 함평에서 운영하는 새말 새몸짓 철학 강좌 2024년 1기 커리큘럼 중 6강 제목입니다. 15~49세 신청 가능. 나이 제한으로 수강하지는 못하지만 질문에 대한 글쓰기로 12가지의 질문에 흥미로운 질문들이라 혼자 답하고 있습니다.
1기
1강 :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2강 : 수준 높은 삶이란 따로 있는가?
3강 : 굳이 지적일 필요가 있는가?
4강 : 철학이 밥이 되는가?
5강 : 부모는 어쩌다가 교육으로 자식을 망치는가?
6강 : 당신은 텃밭과 정원 사이 어디쯤인가?
2기
1강 : 지적인 사람이 더 행복한가?
2강 : 황당해도 되는가? 황당해야만 하는가?
3강 : 당신의 쾌락은 예능과 예술 사이 어디쯤인가?
4강 : 당신은 생각할 줄 아는가?
5강 : 왜 자신을 궁금해하는 것이 탁월함의 기초인가?
6강 : 지식인이 왜 쉽게 부패하고 진부해지는가?
당신은 텃밭과 정원 사이 어디쯤인가?
질문 자체를 아주 요리조리 쬐려 보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묻는 질문일까요? 우선 텃밭과 정원이 어떻게 다른지 질문에 나온 어휘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텃밭은 채소, 과일 등 먹거리를 주로 기르며 자급자족하는 실용적인 공간이고 작은 규모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반면에 정원은 텃밭과 색깔이 조금 다르네요. 꽃이나 나무 위주로 다양한 식물을 키우고 아름다운 공간, 힐링의 공간, 좀 더 자유로운 공간이며 규모도 큰 공간이라 할 수 있겠어요.
사람에 비유한다면, 나는 텃밭에 있는가, 정원에 있는가 하는 질문이군요. 혼자서 자기만의 생활을 위해서 텃밭 같은 사람인지 아니면 정원처럼 힐링과 아름다움, 조화, 상생을 위한 사람인지를 묻는군요.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제가 텃밭같이 작아지네요. 자신의 생활과 안위만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지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타인을 위해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텃밭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텃밭 같은 사람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의식주를 챙기며 자립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일이니까요. 그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텃밭조차 가꾸지 못하고 폐허로 만드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텃밭에 안주하고 싶지는 않겠죠.
텃밭을 넘어서 정원처럼 다른 사람들이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쉴 수 있는 벤치가 되어주고도 싶습니다. 큰 나무를 심어 바람과 그늘을 주어 지나가는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쉼을 주는 일 또한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나는 텃밭과 정원 사이 어디쯤인가?
자립을 넘어서 정원 사이 어디쯤 나는 존재할까요? 텃밭에 건강하게 있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기본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누구나 아니까요.
텃밭에서 정원으로, 그 너머를 어떻게 건너갈까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정원
그나마 정원에 막 발을 디딜 것을 찾아본다면 나의 말과 나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 격려를 주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에서 다른 사람들이 망설일 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고, 그들의 잠재력을 깨워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집 필사 출간 모임에서 자신 없어하는 분들에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같이 써내는 일, 마라톤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서 시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는 모습, sns 글로 좋은 자극을 주는 일, 이게 선한 영향력이 아닌가 합니다. 정원 같은 모습이죠.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휴식을 취하다가 다음의 일터로 진행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과 같으니까요.
작은 기부를 하는 정원
외국의 아이를 5살부터 후원하고 있습니다. 10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한 명을 후원하다가 다시 한 명 더 추가했어요. 아주 미미한 기부일지라도 그 아이들이 커가는 사진을 받을 때마다 아주 흐뭇하답니다. 정원의 꽃과 나무들처럼 쑤욱쑥 자라거든요. 나의 텃밭인 저의 아이들을 키우는 일도 아주 중요하고 다른 나라 아이들이 의식주 기본 생활과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돕는 정원 같은 일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정원이 되고 싶은가?
좋은 글과 희망, 감동을 주는 글이 있는 정원이 되고 싶습니다. 정원에 있는 다른 꽃과 나무들에게 희망을 주고, 잠재력을 일깨워 주는 일도 하고 싶고요. 독서와 글쓰기 관련 일로 다른 분들의 잠재력을 깨우고 동반성장하고 싶은 정원을 꿈꾸고 있습니다.
텃밭을 정원으로 만든 사람들
갑자기 문득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텃밭을 정원처럼 가꾸다가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오픈한 정원입니다. 꽃 하나, 나무 한 그루가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니 커다란 정원이 되었고 그 정원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다시 가게 되더군요. 혼자만, 가족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운 거죠. 주머니 송곳은 튀어나오기 마련인가 봅니다.
강릉 어흘 246카페, 서울 정릉 본인의 정원을 결혼식 장소로 오픈한 정원, 아내의 정원 등이 있더군요. 개인적인 곳이었던 텃밭이 정원이라는 사회적인 장소로 펼쳐지는 곳으로 확장된 경우일 것 같습니다.
사람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먼저 자신이 자립 자족하고 가꾸면서 타인에게 힐링, 아름다움, 자극, 선한 영향력을 주는 정원으로요.
저는 어디쯤일까요? 부끄럽게도 텃밭에서 정원으로 발을 뻗고만 있는 그 즈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