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밥이 되는가?
- 최진석 교수
최진석 교수님이 함평에서 운영하는 새말 새몸짓 철학 강좌 2024년 1기 커리큘럼 중 4강 제목입니다. 나이 제한으로 수강하지는 못하지만 질문에 대한 글쓰기로 12가지의 질문에 혼자 답하고 있습니다.
1기
1강 :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2강 : 수준 높은 삶이란 따로 있는가?
3강 : 굳이 지적일 필요가 있는가?
4강 : 철학이 밥이 되는가?
5강 : 부모는 어쩌다가 교육으로 자식을 망치는가?
6강 : 당신은 텃밭과 정원 사이 어디쯤인가?
2기
1강 : 지적인 사람이 더 행복한가?
2강 : 황당해도 되는가? 황당해야만 하는가?
3강 : 당신의 쾌락은 예능과 예술 사이 어디쯤인가?
4강 : 당신은 생각할 줄 아는가?
5강 : 왜 자신을 궁금해하는 것이 탁월함의 기초인가?
6강 : 지식인이 왜 쉽게 부패하고 진부해지는가?
철학이 밥이 되는가?
이 질문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이 무기가 되는가>>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야마구치 슈가 철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서문에서 말하고 철학을 배운다면 이런 이점이 있다고 합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어젠다(과제)를 정한다.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언제 철학이 빛을 발하는가?
철학이 빛을 발할 때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유, 무형의 소유물을 총동원해서 풀려고 하겠지요. 잘 풀리지 않고 복잡한 문제일수록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철학의 기준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철학이 필요합니다.
돈이냐, 명예냐를 따졌을 때 돈이 우선인 사람은 돈을, 명예가 우선인 사람은 돈을 손해 보더라도 명예를 선택하면서 문제 해결을 합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게 중요한 이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는 게 첫 번째 중요한 일입니다. 문제 인식을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문제가 풀리니까요.
간단하게 문제의 단면을 본다면 해결은 되겠지만 다시 문제가 발생하겠죠. 문제를 다각도로 보고,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이 있다면 문제가 쉽게 풀리고 반복되는 실수가 줄어들고 말 그대로 문제가 풀립니다.
마라톤을 하면서 1km 구간 스피드가 단축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10km를 자주 훈련할 것인지, 인터벌 훈련을 할 것인지, 기초 체력을 키울 것인지, 페이스메이커에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 다각도로 연구해 봐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기초 체력 훈련(계단 오르기, 스쾃, 헬스), 800 m 인터벌인 야소 800, 페이스메이커 동반자 요청, 10km 대회 참가, 주 3~4회 러닝 습관을 통해서 시간을 단축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훈련만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마라톤도 이럴진대 다른 복잡한 사안은 더 다각도도, 심층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겠죠.
비판적 사고의 핵심은 의문과 질문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기르는 것은 의문과 질문인 것 같습니다. 철학자들이 지금까지 해온 일입니다. 기존의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해서 비판적 사고로 제안하고 비판하고 다시 재제안하는 방법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입니다.
일이든 삶이든 비판적 사고를 통해서 성장, 성과 낼 수 있습니다. 비판과 비난이 다른 점은 비난은 비난으로 끝나지만 비판은 다른 제안을 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비난을 하고 있는지 비판을 하고 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어젠다(과제)는 무엇인가
내가 해결하고 싶은 과제, 목표가 없다면 열심히는 살되 성장, 성과가 작습니다. 내가 무엇을 해결하고 싶고, 어떤 큰일을 하고 싶은지는 교양이 좌우한다고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지식과 그 지식을 확대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교양에서 나온다는 것이죠. 저도 교양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문제 해결, 목표는 자신이 처한 환경, 자신이 보는 객관적인 문제 해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자신이 보는 시공간에서의 어떤 과제를 선택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교양의 역습입니다. 그 사람의 취미, 기호, 선호도, 상식적인 교양이 이렇게 수준 높게 작용할 줄을 몰랐습니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은 철학의 부재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은 철학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복되는 실수, 실패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저도 반성이 되네요. 제가 반복해서 실패하는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있는 일인지, 마인드가 약했는지, 삶의 목표에서 멀어진 일인지 파악해야겠습니다. 어떤 철학이 부족해서인지도요.
철학이 많은 책으로 남겨져 있고 많은 교육기관에서 전하고 있지만 왜 전쟁은 일어나고 지구는 갈수록 살기 힘든 환경에 처하고 있을까요? 역사가 계속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 야마구치 슈의 4가지 이유만으로도 철학이 밥이 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밥을 넘어 삶을 좌지우지까지 해버립니다.
야마구치 슈의 책과 저의 의견을 덧붙여서 의견을 말했는데 저의 생각으로만 더 표현하고 싶습니다.
* 나에게는 철학이 밥이 되는가?
* 나에게는 철학이 밥이 되었던 적이 있는가?
철학에 따라 삶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개인에게는 삶의 사명, 미션이 있고 기업에게는 기업 가치, 기업 철학이 있고 국가에는 국가관이 있겠죠.
철학이 없는, 가치 기준이 없는 기업이 오래 존속할 수 있을까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휘청휘청 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스타벅스 회장은 '인간 중심 경영 철학'을 실천하려고 하며 하워드 슐츠는 사람들이 기업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들은 브랜드의 충실한 고객으로 남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철학이 고객을 불러들이는 것이죠.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삶의 가치, 삶의 철학이 없는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하고 주저앉아버립니다. 그러나 삶의 철학이 있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자신의 철학에 맞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믿음을 가지고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철학의 3대 질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청소년기 정체성 형성 시기에 해야 할 질문이지만 저는 40대 접어들면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책도 찾아보고 강좌도 들어보며 질문에 맞는 답을 찾아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항상 고민하고 수정하고 재설정하는 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발목 골절 수술로 많은 마음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2~3개월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며칠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평상시 하던 대로 하자입니다. 아침마다 시를 필사하고 창작 시를 짓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편집을 하고 있고 세 사람의 시집이 8월 말에 나올 예정입니다.
매일 꾸준히 하는 일의 힘을 알기에, 1개월이 지나면 이동이 좀 나아질 것을 알기에, 3개월 후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를 미리 역산해서 생각해 보니 평상시 하던 일을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넘어졌을 때, 주저앉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복탄력성과 긍정적 사고라는 것을 알기에 이 시점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성찰의 시기로 삼아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5년 후, 10년 후 지금의 3개월이 약이 되기도 하고 순간처럼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실망할 일도 아니었죠.
평상시에 갖고 있었던 가치, 삶의 철학, 긍정적 사고가 나의 철학이었고 삶에서 고스란히 나온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철학이 밥이 되냐고 자주 질문하기도 합니다. 철학이 밥이 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성과를 내고 힘든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해 나가는 사람들입니다. 그게 바로 밥이 되는 거죠. 경제적 부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철학입니다.
철학은 밥 이상이다.
철학은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