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논어, 반야심경을 평생 곁에 두고 읽으면서 자신을 궁금해하지 않고, 자신을 매일 모시고 읽으려고 하는지 최진석 교수님이 책 말미에 묻습니다. 저는 뜨끔했습니다.
엊그제는 책꽂이를 정리하면서 많은 책 속에 제가 쓴 전자책, 시집, 책을 보면서 책꽂이에 더 가득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겟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책으로 책꽂이를 가득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책으로, 사고로, 결과로 책꽂이를 채우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니체의 말도 동시에 떠올랐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가장 먼저 스스로를 존경하라
<<니체의 말>> 21p
스스로에 대해서 대해서 존경하듯 대하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함부로 행동할 수가 없겠지요. 스스로에서 대해서 궁금해하면 어떻게 행동할까요? 호기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볼 것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많은 일에 도전하면서 자신을 알아가겠죠.
스스로를 안다는 것, 궁금해한다는 것, 존경한다는 것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일임을 배우게 됩니다. 그것도 평생 좋은 책을 두고 자주 읽듯이 하라는 말입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도 스스로 자신의 스승이 되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내가 나의 스승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승님을 모시듯 자신을 깍듯이 대하고, 스승님이라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까요? 전제가 달라지면 행동도 결과도 달라지겠죠.
벤저민 하디의 <<퓨처 셀프>>라는 책도 생각납니다. 자신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에서 현재를 바라본다면 현재의 나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까요? 80이 되어서 과거를 회상한다면 현재의 사춘기 아들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전제만 달라져도 사고, 행동, 성과와 달라질 거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단지 생각만으로, 상상만으로도 가능한 일입니다.
자신을 믿는 일, 자신을 존경하는 일, 자신을 스승으로 생각하는 일이 이렇게 자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일임을 여러 책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후기에는 <<건너가는 자>> 1~3장을 썼고, 이번에는 4~5장에서 인상적인 인사이트를 준 문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4장 : 뒤집힌 생각을 바로잡아, 가장 탁월한 길을 선택한다
인간은 이론이나 진리를 통해서 세계를 보는 존재가 아니라, 세계를 통해서 이론과 진리를 만드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의미를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그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 사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존재입니다.
224p
이론에 세상을 껴 맞추는 게 아니라 세상을 통해 이론과 존재를 만든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이론에, 공식에 맞춰 삶을 해석하기도 하니까요. 자신의 정치적 성향, 종교적 성향, 경제적 성향에 따라 세상을 해석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것을 강하게 주장할수록 상대편의 입장을 부정하고 폄하하는 무리수를 던지게 됩니다. 스스로가 가진 이념, 신념, 이론을 부정하고 숙고해 보는 일을 하라고 권합니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요. 나의 생각이, 나의 정체성이, 나의 가치관이 과연 맞는 것인지 거듭 질문하고 의문을 하고 수정하며 변화, 성장하면서 다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것을 강하게 주장할수록 반발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고집할수록 고통이 생기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갈등을 통해서, 경쟁을 통해서 자신이 성장하고 성숙으로 가는 길인지를 파악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갈등이 나쁜 것이 아니고, 경쟁도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런 삶의 모습들을 통해서 나는 어떤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사는 존재인지 질문하며 성장해 가면 됩니다.
5장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고통의 바다를 건너갈 뿐이다
<<반야심경>> 전체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가 바라밀다와 공입니다. 바라밀다는 '건너가기'입니다.
건너가서 도달할 어떤 이상적인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건너가기가 아닙니다. 건너가기 자체가 바라밀다입니다. 건너가기의 존재적 근거이자 논리적 근거가 바로 공이고요.
269p
자신의 것을 고집하지 않아야 건너가기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유연한 사고가 가능하고, 자신을 부정하고 자꾸 새롭게 정의해야만 가능한 건너가기입니다.
건너가서 어떤 것을 달성하고 만나는 게 중요하지 않고 건너가는 자체가 중요하고 그 근거가 바로 공이라고 설명합니다. 공은 비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비어있지만 채워짐과 상생하는 관계에 있는 공입니다. 인연이라고도 하고 관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에 어떤 상을 지으면 두려움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무지에서 두려움이 생기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틀 안에서 통제할 수 없으면 두려움과 불안을 동반하겠죠.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 걱정 두려움이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그 자체로 즐겁고 행복해하는 경향이 많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수고로운 관찰과 생각을 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지식, 관찰, 생각, 실천 없이 지혜로울 수는 없습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반야심경>>에서 마지막 이 뜻은 "건너가세, 건너가세, 저기로 건너가세. 저기로 다 함께 건너가세. 깨달음이여, 만세'로 최진석 교수님이 번역하셨습니다.
'건너가기'와 '다 함께' 건너려는 이타적 마음이 자신과 사회를 성숙시킬 테니까요. ' 함께'는 나를 확대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낯선 곳으로 함께 건너가는 용기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만듭니다.
나에게 <<건너가는 자>>책의 의미는 자신을 궁금해하면서, 자신을 읽으면서 평생 살아가야겠구나 하는 의미, 그것도 혼자보다 함께 건너가기가 의미가 있겠구나, 어떤 고정된 틀, 상도 만들지 말고 유연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책입니다.
24년 9월 7일 북클럽 <<건너가는 자>>로 진행합니다.
북클럽 안내 바로 가기 https://blog.naver.com/untilok1128/223561126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