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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두 번째 후기





한강 작가의 장편 소설 ' 소년이 온다 ' 독특한 점입니다.



-대화에 따옴표가 없다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다

-망자(죽은 사람이)가 스토리를 풀어간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순수한 희생자 입장에서 아프고 아린 내용의 소설을 담담하게 표현한다

-잘 읽히지가 않았고 곱씹으면서 문장을 이해하면서 읽어나갔다

-에필로그도 미니 소설처럼 썼다



'소년이 온다'를 3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소설이라 금방 읽힐 것 같았는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슬프고 아픈 내용이기도 했고 한강 작가의 문체가 시처럼 비유, 상징이 많고 화자가 달라서 처음에는 술술 읽히지는 않았습니다. 


대화에 따옴표가 없는 건 방금 읽은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작가)에서도 마찬가지네요. 작가의 특징인지, 따옴표를 없애고 책의 분위기를 조용하게 풀어나가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각 장마다 화자가 다릅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내용이 따로인지 이해가 안 갔는데 나중에 보니 화자가 각각 다른 인물이었습니다. 이것만 이해하고 읽어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1장 ~5장 시점>


1장 : 2인칭 시점(동호를 바라보는 시점, 정대를 찾으러 상무관에 온 동호에게  '너'라고 표현합니다. 작가의 인터뷰에서 극 중 인물이 모두 모여있는 1장을 만들고 싶다고 하더군요.)


2장 : 1인칭 시점(정대 혼, 본인이 불태워지고 혼으로 말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죠.)


3장 : 3인칭 시점(은숙 이야기, 출판사 직원인 은숙이 검열 과정에서 뺨을 맞는 아프고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


4장 : 1인칭 시점( '나'가 풀어나가는 스토리)


5장 : 3인칭 시점(선주 스토리, 성 고문 피해자인 선주와 성희 언니 스토리)



이 책으로 블랙리스트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몇 번 나옵니다. 2014년 출간되었지만 여전히 블랙리스트에 올라가거나 폐기하라는 조직이 있는 만큼 작가의 용기와 소설이라는 글의 힘을 느꼈습니다. 


가장 순수한 시민들의 이야기들로 어이없는 죽음, 예상치 않은 죽음, 열심히 사는 소시민들의 죽음으로 이 사건이 극대화되기도 했습니다. 


망자가 이야기하는 시점도 놀라웠고 그래서 읽으면서 더 충격이었습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고 읽으면서 가슴이 아린 상태에서 계속 읽었습니다. 


작가가 말한 것처럼 한쪽은 진압하며 죽이려 왔고, 한쪽은 다친 사람들을 위해 헌혈을 하러 오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인간의 본질에 대해서,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물음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요.


어쩌면 작가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쓸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경험했다면 글로 쓸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경험하지 않아도 쓰려니 힘들었다고 했는데 경험한 사람은 아예 꺼내기조차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벨상 수상으로 전 국민이 이 책과 '작별하지 않는다' 그 외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려는 열풍이 불고 있는데요, 그 열풍이 작품에 대한 애정, 사람에 대한 애정, 국가에 대한 애정, 인간 본질에 대한 애정으로 확대해 갔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램이 있었겠죠. 


널리 알린 것만으로도 작가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슬픈 역사는 왜 되풀이될까요?



1. 시간이 지나면 사건이나 책은 잊힙니다. 그래서 다시 사건이 터지면 예전 일을 상기시키죠. 사건이 터졌을 때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합리적인,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겠지요.


2. 거대한 욕망을 가진 사람이 나타납니다. 명예, 소유, 권력을 가지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이 언제 발현될지 모릅니다.


3. 역사에 대한 무지로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역사는 옛날 일이라고 치부하고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되풀이될 수밖에 없겠지요. 유대인들의 전쟁은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유대인들이 옛날의 쓰라린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매년 3월(해마다 다름) 유월절에 7일 동안 누룩이 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으며 역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지막 7일째는 자녀들에게 유월절에 대해서 전해준다고 합니다.  


4. 불안정, 독재, 갈등 등 정치적 이유로 시민들이 희생됩니다. 정권이 바뀔 때, 혼란스러울 때를 틈타서 정권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큰 사건을 일으켜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시민들의 항쟁을 억압하면서 슬픈 역사가 되풀이됩니다. 


5. 슬픈 역사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다. 슬픈 역사는 혼자의 힘으로 터지지 않습니다. 동조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입니다. 막을 수 있는 강력한 사람들이 적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미약했겠죠. 강한 개인들이 모여 있을 때 슬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겠죠. 배운 사람일수록, 지식이 높을수록, 권력이 높을수록 더 큰일을 터트릴 수 있기에 어떤 마인드를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요?



이상으로 독특한 특징을 가진 ' 소년이 온다' 소설에 대해서 이야기해 봤습니다. 소설의 특징과 메시지와 울림이 아주 거대해서 일주일 동안 머릿속을 맴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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