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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장편소설, 노벨상 수상 작품



"아~ 가슴이 먹먹하다"


잠자기 전 20페이지 정도 읽고 책을 덮었습니다. 머리에 지진이 난 것처럼 혼란스럽고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다음 날 저녁 다시 책을 폈습니다.


"휴~ "


숨을 내쉬며 읽다가 다시 덮었습니다. 뭔가 마음의 정리를 하고 읽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다른 일은 일단 손을 놓고 '소년이 온다' 소설 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독서를 하루에 끝내버려야겠다는 심산으로. 그래서 한강 작가가 한 페이지 쓰고 울고, 한 페이지 쓰고 울었다고 했더군요. 읽는 것도 이렇게 아파서 자꾸 멈추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어땠을까요? 실제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들은 또 어떨까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장편소설, 노벨상 수상 작품, 독서 후기



19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입니다. 화자가 망자와 유족입니다. 독특하면서도 슬픔을 오롯이 느낄 수 있고 망자도 당황스러워하는 상황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군중의 도덕성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된다는 것이다. 어떤 군중은 상점의 약탈과 살인, 강간을 서슴지 않으며, 어떤 군중은 개인이었다면 다다르기 어려웠을 이타성과 용기를 획득한다. 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숭고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지닌 숭고함이 군중의 힘을 빌려 발현된 것이며, 전자의 개인들이 특별히 야만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원적인 야만이 군중의 힘을 빌려 극대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123~124p



군중의 도덕성이 특정한  윤리적 파동에 의해서 발생된다면 누구는 약탈하고, 누구는 이타성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 파동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걸까요?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어떻게 발생할까요?


그 파동의 시작점은 어디였을까요? 왜 이런 역사는 되풀이될까요? 왜 아직도 전쟁은 계속 일어날까요?


누구는 선한 행동을, 누구는 악한 행동을 할까요? 그것 또한 개인이 만드는 게 아닐까 합니다. 파동의 시작은 욕망이었든 이기심이었든, 질투심이었든, 명예든  무엇이든 있었을 테니까요. 반대로 이타성이 있었던 파동이라면 개인의 작은 흔들림에서, 작은 사랑에서, 그의 철학에서, 그의 배움에서, 그의 삶에서 나오지 않았을까요?


숭고함은 개인이 깨어있지 않으면 악으로, 약탈로, 살인으로, 강간, 폭력으로 변질된다는 것이죠. 같은 장소에서도, 같은 시간에서도 인간은 그렇게 수시로 편을 가르고 달라질 수 있는 연약한 인간일까요? 그러니 1초의 순간도 온전한 이성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평상시에 사고하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저 인간일 뿐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장편소설, 노벨상 수상 작품, 독서 후기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129 p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죽음은 작별하지 않았기에 평생 실종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장례식은 중요한 이별식이기에 많은 사람 앞에서, 또는 가족들과 슬프면서 이별식을 합니다. 산 사람을 살도록 하는 중요한 형식 중의 하나입니다. 살아야 하기에 이별을 고하고 살 준비를 하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작가의 말처럼 계속 따라다니면서 삶을 장례식장으로 만들 버릴 테니까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장편소설, 노벨상 수상 작품, 독서 후기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252p



마지막 문장입니다. 죽은 아들이 살아생전 길을 걸으면서 이야기한 내용입니다. 그늘로 가는 엄마를 자꾸 밝은 데로 가자고 말하죠. 이 문장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후유증으로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병원 신세를 지거나 우울증, 환상에 사로잡혀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알려줍니다. 역사적 사건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 다음 세대에게까지 아픈 영향을 줍니다. 그걸 가해자들은 알고 있을까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장편소설, 노벨상 수상 작품, 독서 후기



이 소설을 쓰게 된 이유는  한강 작가가 12살쯤 아버지가 가져온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계속 뇌리에 남았다고 합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하고 시적인 산문

-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



역사적 트라우마를 외면하면서 사는 사람들과 정면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프게 고통스럽게 쓰면서 정면으로 마주한 이유는 되풀이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희망이 있었겠지요. 반대로 외면하는 사람들은 고통이 싫거나 자신의 잘못을 묻어두고 싶어 하겠지요.


글의 힘은 대단합니다. 슬픈 역사를, 외면되는 역사를 다시 현실로 가져와서 사람들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리면서 경각심을 주니까요. 그것도 아프게, 아리게, 슬프게 읽어 내려가게 합니다. 이런 역사적인 아픈 스토리로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이 슬픈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직면한 한강 작가의 용기와 글을 쓰는 필력에 감동하게 됩니다. 부드러운 듯, 조근조근한 말과 글에 그녀의 힘을 느낍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장편소설, 노벨상 수상 작품, 독서 후기



한강 작가의 책을 5권 구매했는데요. 시집은 중간중간 읽고 있습니다. 다음 독서할 책으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려고 합니다. 또 어떻게 마음을 사로잡으며 써 내려갔을지 궁금하면서도 아픈 역사를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에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작가처럼 용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지지를 하고 한 사람에게라도 후기로 전달하고픈 사명감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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