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모임 후기,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모임 후기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작별'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는 뜻이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로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지난번에는 혼자 읽었고 이번에는 재독을 하면서 다시 읽고 싶은 부분은 낭독을 했어요. 낭독을 하니 좀 더 묘사가 가슴에 와닿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독서모임 후기, 아직도 4.3사건은 진행 중



한강 작가와 4.3사건의 배경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준비하면서 배경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모두 '작별하지 않는다' 책 제목만으로는 러브 스토리인가 했었죠. 저도 이별에 관한 이야기인가 하면서 처음 펼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4.3사건에 대해서 재희님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에 대한 작가 북 콘서트를 보셨다고 해요.  작가가 9세였던 시점에서 4.3사건을 겪었다고 합니다. 저도 덕분에 독서 모임 후 찾아봤답니다. 500여 명이 같은 날 제사로 그날의 통곡 소리가 ....ㅠㅠ


영주님은 유해발굴 뉴스를 들으면서 4.3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답니다. 


저는 제주도 출신이라 자라면서 동네 어른들이나 부모님이 하는 이야기를 가끔씩 들었어요. 누가 4.3사건 때 돌아가셨다드라, 그때 고생을 많이 했다드라 하는 이야기들을요.  독서모임 후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 내용 요약을 찾아봤는데 500명이 몰살당한 동네에서 제삿날 통곡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ㅠㅠ


서로 소개를 한 뒤 책표지와 전체적인 소감에 대해 나눴습니다.


재희님은 제목만으로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슬픈 작별의 이야기인가 했다, 읽고 나서 보니 작별하지 않음을 표현하고 싶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닷가가 중요한 장소로 느껴져서 예전처럼 예뻐 보이지 않는다. 이젠 바다를 볼 때 아픈 역사가 생각날 듯하다. 일제강점기에도 제주도가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가려진 역사를 보는 기분이었다.라고 말했어요.


동온님은 이 책을 소화할 수 있을까 싶어서 망설이고 있었다고 해요. 4.3사건의 스토리인지 5.18배경의 스토리인지 정확히 모르고 읽기 시작했대요. 러브스토리 역사 이야기인 줄 알았대요.


저는 두 번째 읽다 보니 표지의 천 이야기를  본문에서 찾았어요. 




깊은 밤으로 지은 옷을 입히듯 정성스럽게, 영원히 잠이 부스러지지 않도록, 그 모든 일이 끝난 뒤, 바다 대신 흰 천 같은 눈이 하늘에서부터'밀려내려와 그들을 덮어주길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24p



표지에 있는 천이 처음에는 바다인 줄 알았는데 양쪽에서 천을 잡고 있는 모양이라고 하더군요. 흰 천이 죽은 영혼을 위로하고 있는 듯합니다. 


모래 바닥과 띠지를 벗기면 사람들의 발자국들도 흐트러져 있어요. 모래사장 몰살 장면을 기억나게 하고 위로하는 모습입니다.


제목'작별하지 않는다'가 아주 단호하게 들렸고 '작별'은 잘 가, 잘 있어라는 말을 하고 헤어지는 것을 '작별'이라고 하더군요. 인사도 못 하고 헤어진 가족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작별을 하지 못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인상깊은 문장도 서로가 달랐습니다. 재희님은 '소년이 온다'작품을 먼저 읽었기 때문에 그 임팩트가 더 컸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랬어요. 




무딘 칼로 안구 안쪽을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차가운 차장에 머리를 기댄다. 언제나 그렇듯 통증은 나를 고립시킨다.

120p



두통을 직접 겪은 사람만이 묘사할 수 있는 그런 문장인 것 같다고 하더군요.  한강 작가의 글에서 두통과 위경련을 겪고 있다고 읽은 적이 있어요. 글을 쓰는 동안에도, 한참 후에도 계속 두통이 오랫동안 찾아왔더랍니다. 


통증을 겪어본 사람은 어찌할 줄 모르는 표현하기도 어려운 고통이 있습니다. 통증에 대한 고립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기에 혼자만이 이겨내기에 고립이라는 말을 참 적절한 표현이었습니다. 




돌이 됐다고 했지, 죽었다는 건 아니잖아요?

241p



돌아보면 죽는다고 하지만 집과 나무들이 빠지는 모습을 모른 채 그냥 갈 수 없었던 여자 이야기. 


돌이 됐다고 했지, 죽었다는 건 아니라는 말이 더 애달프네요. 다르게 생각하라고 메시지를 던진다고 재희님이 이야기했는데 저도 그런 생각이 많이 드는 책이었어요. 


낱말, 사건, 행동들이 기존에 내가 알던 것과 달리 해석되고 의미 부여되고 있음을 읽으면서 느꼈거든요. 


다음은 영주님의 인상적인 문장입니다.




귀를 기울이는 듯 꼼짝 않고 갓등 위에 앉은 아미의 얼굴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한쪽 눈은 벽에서 

움직이는 인선과 아마의 그림자를, 다른 쪽 눈은 유리창 밖 마당에서 저녁 빛을 받으며 흔들리는 나무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두 개의 시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 나는 알고 싶었다. 저 엇박자 돌림노래 같은 것, 꿈꾸는 동시에 생시를 사는 것 같은 걸까.

114p



앵무새 아미의 두 눈이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한쪽은 인선과 아마(죽은 앵무새)의 그림자를, 다른 쪽 눈은 유리창 밖 나무를. 생과 사를 다 보고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야말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표현들이 많아요. 살아서 하는 이야기인지, 죽어서 하는 이야기인지 모를 표현도 많고요. 이렇게 앵무새를 통해서 암시를 하고 전체 내용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영주님이 인상적인 문장 선정으로 그냥 넘겼던 부분을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의미 있는 문장이었습니다. 


저의 인상적인 문장은 124p입니다.




눈이 떨어진다. 이마와 뺨에. 윗입술에, 인중에. 차갑지 않다. 깃털 같은. 가는 붓끝이 스치는 것 같은 무게뿐이다. 살갗이 얼어붙은 건가. 죽은 사람의 얼굴처럼 눈에 덮이고 있나 하지만 눈꺼풀들은 식지 않은 것 같다. 거기 맺히는 눈송이들만은 차갑다. 선득한 물방울로 녹아 눈시울에 스민다.

124~125p



  시로 표현을 한 부분입니다. '눈'이 이 책에서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병원에 있는 인선이 창밖의 눈을 보며 앵무새를 떠올리고, 경하를 제주 본인 집에 가서 앵무새를 구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눈이 펑펑 오는데도 말이죠. 


본인도 힘겨운 삶을 살고 유서까지 쓰는 경하가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 중산간 지역으로 가는 장면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게 헤매는 상황을 잘 묘사해 줍니다. 


4.3 사건의 본토지로, 인선의 본거지였던 과거로, 작은 앵무새를 살리기 위해 이방인인 경하를 제주 중산간으로 눈이 오는 날 부탁을 합니다. 


마치 4.3사건을, 눈에 덮이고 밀봉된 사건을 알아봐 달라고 한 것처럼, 눈을 뚫고 가야만, 고통을 통해 거닐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을 경하가 찾아갑니다. 


위의 그림은 넘어지고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매다가 인선 집에 도착할 즈음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려봤습니다. 온통 눈 세상인 그녀 앞에 겨우 집을 찾아낸 모습입니다. 


인선의 어머니가  그녀의 언니와 (13살, 17살) 초등학교에 몰살된 시체들 사이에서 그들의 가족인지 살피러 갔을 때 장면이 끔찍합니다. 


눈으로 덮여 있는 시신들을 눈으로 덮으니 알 수 없어 언니가 손으로 눈을 걷어내고 13살 인선의 어머니가 누군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둘이 해낸 것이죠. 평생 따라다닐 트라우마 같은 장면입니다. 


눈은 사람의 얼굴에 닿으면 체온이 있어서 녹지만 죽은 사람의 얼굴에서는 녹지 않습니다. 눈으로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자들, 그 눈을 걷어내고 가족을 찾아내려고 하는 자매들, 사람들... 눈이 그 애처로움, 차가움, 시린 사랑, 고통들을 다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인상적인 장면을 2~3곳 더 선정해서 나눴고요. 마지막 페이지 성냥불을 긋는 장면은 희망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했습니다. 



각자 만들어온 질문도 나눴습니다. 



Q재희님은 한강 작가가 이 책이 지극히 사랑에 관한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했는데 어떤 사랑인지? 질문하셨어요. 


본인은 밀봉, 말하지 마라, 꺼내기 시작하면 다 엮어내어 죽는다는  부분에서 사랑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영주님은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라고 했고 저는 고통을 같이 겪더라도 옆에 있는 게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인선이 어머니 곁은 떠나고 싶어 했지만 결국 고통을 같이 짊어지려 내려온 것처럼요.



Q영주님은 '작별하지 않는다' 의미를 질문하셨어요.  본인은 능동적인 표현이라고 하셨고, 역사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수동적인 표현의 반대라고 했어요. 능동적이라는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재희님은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의지'를 보셨다고 해요. 역시 내가 선택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제가 보는 '작별하지 않는다'의미는 작별할 수 없어서이지 않을까 합니다. 시신을 찾는 일, 장례식을 치르지 않아서 작별할 수 없음을, 죽어서도 작별하지 않고 기억해 주기만을 살아있는 사람들 앞에 부탁하는 게 아닐까요?



Q저는 역사적인 다른 소설과 다른 점은?을 준비했어요.  재희님은 김진명 작가의 역사 소설을 좋아하는데 남성적이고, 문제 해결이 가능한 주인공을 내세운답니다. 반면에 한강 작가는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정을 다루고 독자에게 공을 던져주고 너희들이 받는 게 뭔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고 하더군요. 아주 멋진 비유적 표현입니다.


영주님은 이 질문에 스토리 위주의 서사와 심리 묘사와 심경 변화로 서사는 흐려지나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저는 대답은 이 책은 시적 표현이 아주 많고 묘사도 시적 표현 위주로 되어 있죠. 한강 작가의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 그렇습니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흰 '도 표현이 쉽지 않습니다. 어렵다고 하는 이유가 비유, 상징, 압축을 해서 그렇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은 구성 자체가 특이합니다. 화자가 다른 '소년이 온다'에서도 망자가 화가 됩니다. 각 장마다 화자가 다르고요.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표현이 아주 많습니다.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를 표현들도 있습니다. 혼이 말하는 것인지 살아있는 주인공이 말하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기존 소설과 다른 파격과 애매함으로 소설을 이끌어가고 있으나 문체와 흡인력이 있어서 끝까지 읽게 만들더군요. 각 소설마다 다른 구성을 하고 있어서 창의성이 돋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한강 작가의  5권의 책(시집 포함)을 읽었습니다.



< 한 줄 소감 >


재희 : 한강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나눔

영주 : 한강 작가 작품을 회피하다가 읽게 되어서 다행이다

김민들레 : 아직도 유가족의 아픈 역사는 진행 중인 4.3사건의 아린 소설




< 나만의 독서 ONE STEP >


재희 : 중1 아이와  읽고 나눔을 하고 싶다

영주 :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희랍어 시간'읽고 싶다

김민들레 : 한강 작가의 작품 5권 읽음, 4.3사건 배경 찾아봄, 시집 필사 출간 10기 운영 중인데 시집에 대한 애정이 더 생겨서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 매일 시 한편 필사와 창작시 한 편 쓰고 있습니다. 현재 10기 운영 중이며 11기는 2025년 1월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