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달리기를 기억하고 있었다!(5km 달리기)

풀 마라톤 도전하다


엄지발톱이 까맣다.


딸과 아들은 "으이"하고 얼굴을 찡그린다.

나에게는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영광의 상처다.

그나마 발톱이 빠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2021년 12월 23일 하프 마라톤을 2시간 55분에 완주하고 나서 1개월 하고도 보름을 쉬었다.

식구들은 게을러졌다고도 하고, 추워서 안 나간다고도 하고 나름대로 이유를 찾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나의 몸을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다. 무리하기 않기 위해서.


그러다가 컴퓨터를 오래 하다 보니 어깨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한다.

수영장 문 닫은지도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그나마 수영으로 어깨를 주 3회 이상 풀어줘서 아프지 않은 거였구나. 고마웠다. 수영장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너의 진가를 알지 못할 뻔했다.


특별한 병명이 없는 한 운동과 명상, 휴식으로 풀어보련다.

걷기는 그다지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아직도 발톱이 까맣고 무릎 뒤 오금이 아프긴 하지만 이제 달릴 만하다.


게을러지다 못해 뒹굴뒹굴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집 근처 마라톤 클럽에 연회비를 내고 가입도 해버렸다.

나의 의지를 내가 알고 있기에 돈으로 묶고, 모임으로 묶는 강제성을 발휘해야만 규칙적으로 할 것 같다.

주위에서는 나보고 의지가 강하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이제 주 2회는 연회비와 마라톤 클럽으로 엮어놓았으니 당분간 잘할 게다.


아침 독서모임이 끝나자마자 레깅스 반바지 팬츠와 발가락 양말을 신는다. 발가락 양말을 신지 않으면 발톱에 눌려서 피가 난다. 남편의 발가락 양말은 달릴 때만 유용하게 신고 있다. 평상시에는 발가락 다섯 개를 일일이 신는 게 귀찮지만 뛸 때만큼은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귀찮아도 발가락 양말이 최고다.


얇은 목티 위에 반팔을 입고 가벼운 플리스를 입는다.

장갑은 두껍지 않은 면장갑을 낀다. 기모가 있는 장갑은 10분 이상만 달려도 손에서 땀이 나서 덥다. 뛸 때는 손에 있는 가벼운 깃털이라도 걸리적거리므로 최소한 필요한 것만큼만 갖고 뛴다. 더우면 들고뛰라고 하는데 버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귀찮은 일이다.


오랜만에 뛰기에 5km만 뛰고 와야겠다.

느낌상 1개월 전보다 몸무게가 조금 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몸이 결코 가볍지 않다.

아침 독서모임을 진행하고 있는데 'NFT 사용설명서'(맷 포트 나유, 큐 해리슨 테리 지음)가 쉽지 않다. NFT 유튜브 동영상을 들으면서 40분을 목표로 달려야겠다.


아침 07시 30분에 안양천을 슬슬 달리다 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좋다.

오늘 날씨는 구름이 꽤 있어서 햇살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해가 뜨려고 발버둥 치고 있으나 구름이 잔뜩 가리고 있는 모습이다.


2월 8일 아침은 쌀쌀하기만 하다.

면장갑을 끼긴 했지만 손도 차갑구나.

옷도 플리스를 입지 않았다면 추웠을 것 같다.


2km를 달리니 몸이 데워진다. 손도 따듯하고 몸도 더워지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달려서 몸이나 발, 다리가 무거워 적응을 못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어제 뛴 사람처럼 가벼운 커디션이다. 버즈에서는 오늘 아침 낭독한 NFT의 단점이 나온다. 사이트나, 사이버 지갑 해킹의 위협도 있고, 본인이 원작자가 아닌데도 원작자인 것처럼 등록을 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실제 상품을 받지 못하더라도 제3의 중개자가 없기 때문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아직까지는 리스크가 많고 정착되지 않았으나 누구나 창작자처럼 자기 작품을 팔 수 있다는 데에는 큰 매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완전히 정착된 후 배우면 늦으리. 무엇보다도 대체 NFT가 뭔지 궁금하고,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아침 낭독도서로 선정했다. 장단점을 하나하나 익히는 중이다.


3KM의 안내가 들리자 이제 돌아가야겠다.

2km를 더 가서 5km 완주 후 1km는 걸어서 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

걸으면서 산책해야 주위를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달릴 때에는 오직 몸에 집중하고 호흡에 집중하기 때문에 주위 풍경이 눈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후리스를 벗어서 허리에 묶고 얇은 목티와 반팔티만 입고 달린다. 땀이 난다.

누가 보면 추워 보이겠지만 뛰어서 그런지 오히려 덥다.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5km를.


그것도 아주 가볍게.

하프 20km 이상을 뛰어서인지 가뿐하게 느껴진다.

좀 더 먼 거리를 여행 갔을 때는 가깝게 여행 간 거리가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다.

일단 어려운 일을 하면 조금 어려운 일이야 큰 맘먹고 해버리면 끝이다.

그러나 해보지 않았다면 모르는 일처럼 큰일이 되어버린다.

풀 마라톤을 뛰고 나면 하프도 좀 쉽게 보이려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