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풀코스 완주인데 웃어요. 사진 찍게요.
웃을 힘도 없어요...
남편은 2025년 2월 말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신청한 상태이고 계속 훈련 중입니다. 2023년 jtbc 풀코스 마라톤을 신청하고 보기 좋게 실패했지요.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비까지 내린 상황이라 완주란 불가능 그 자체였어요.
저는 같은 대회에 풀코스 4시간 55분으로 완주했으나 쥐가 나서 아주 힘든 경험을 했어요.
남편은 30km 이상 훈련은 한 번도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장거리 훈련 삼아 대회를 참가했지요. 작년만 해도 신청하기가 쉬웠는데 올해, 내년은 신청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남편은 무릎이 아파서 완주가 불가능했고, 시간도 많이 오버되어 주체 측에서 회송버스를 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하는 쓰라린 경험이 있었죠.
내년 2월은 제대로 도전한다고 하면서 계속 훈련해왔어요.
직장 일로 바빠서 주중에 2회, 주말에 2회 훈련으로 간신히 하고 있는데 드디어 오늘은 제대로 훈련을 한 셈입니다.
주말마다 하프를 뛰었고 1개월 전부터는 30km 장거리를 뛰어야 한다고 제가 옆에서 계속 말했죠. 저는 5회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훈련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남편의 장거리 훈련은,
30km 2회,
35km 1회,
오늘 42km 1회 훈련을 마쳤어요.
1월에는 35km 1회, 30km 1회 격주로 뛰면 장거리 훈련은 마무리됩니다.
2월은 컨디션 유지만 하고 주중에는 10~15km 2회, 주말에는 하프를 뛰면서 컨디션 유지를 하려고 합니다.
헬스에서는 주 1~2회 근력운동과 집에서는 스쿼트를 100~200개씩 하는 중입니다.
그러고는 2025년 2월 23일에 대회에 나가면 됩니다.
풀코스 러너 부부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만큼 부부가 하기가 어려워요. 남편이 러너면 아내는 뛰기 싫어하고, 아내가 러너이면 남편은 별로 러닝을 좋아하지 않고요. 억지로 시킬 수 없는 게 운동이고 마라톤입니다.
제가 한 방법은
제가 먼저 풀코스 완주하기,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려주기,
마라톤으로 꾸준히 하는 좋은 모습 보여주기,
걷기부터 5km대회로 수준을 확 낮춰 같이 하기,
운동으로 활력있는 모습 보여주기,
사소한 일 먼저 배려하기,
5분 운동 해도 칭찬해주기,
같이 운동해서 행복하다고 자주 말해주기 등등입니다.
배우자가 끝까지 러닝을 싫어한다면 어쩔 수 없이 또 존중해줘야죠. 저의 러닝을 말리지만 않아도 땡큐라고 처음에 생각했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운동이니까요.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갖기가 쉽지 않아요. 거기다가 둘 다 풀코스 완주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풀코스 완주는 누구나 하지만 아무나 할 수 있지는 않죠.
훈련을 해야만 가능하고 체력이 없는 완전 초보라면 최소한 2~3년 체력을 키우는 운동을 같이 병행해야 덜 고통스럽게, 부상 없이 완주할 수 있어요.
남편 풀코스 러너 만들기 프로젝트는 일단 성공입니다.
훈련이었지만 가민 시계로 인증이 되었고 기록이 남으니까요. 기록을 보니 중간중간 힘들어서 스트레칭을 했다고 하더군요.
다음부터는 쉬는 시간을 대폭 줄이라고 했어요. 처음이라 괜찮은데 1~2분 스트레칭하고 바로 뛰라고요. 아마 대회에는 그럴 것 같아요.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뛰어서 오늘 가능했는지도 모르죠. 어쨌든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도 풀코스를 완주하고 장거리를 완주하지만 결코 쉽지 않거든요.
얼마나 많은 자신의 내면과 체력과 싸웠는지 가늠해 보게 됩니다. 힘들어서 땅만 보고 뛰었다네요.ㅎㅎ
남편은 처음 풀코스라 천천히 달렸고 쉬는 시간이 많았어요. 걷다 뛰다를 반복했지만 42.23km를 뛴다는 것은 보통 인내심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아주 대단하다고 남편을 칭찬해 줬죠.
그나마 완주 후에 다치지 않고, 뒤뚱거리지 않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저는 첫 30km 달렸을 때, 첫 풀코스 완주했을 때,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겨우 귀가했거든요. 남편은 너무 멀쩡해서 아직 체력이 남아있고 100%에너지를 다 쓴 게 아니었다는 걸 알았죠.
대회는 아니었지만 저는 첫 풀코스 완주라고 축하한다고 당당하게 말해줬어요.
"어떤 풀코스 마라톤이든 쉬운 풀코스 마라톤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