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마라톤 목표 위한 연습이 행복이고 건강이다(10km)

풀 마라톤에 도전하다

주 3회는 달려야 한다.


2022년 9월 풀 마라톤 도전을 위해 지난주부터 달리기 연습 중이다.

주 2회는 광명 마라톤 클럽 회원과 같이 달리고, 주 1회는 혼자라도 연습해야겠다.

같이 달려보니 따라가려면 연습량이 턱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체력도 딸린다.


3~4년 전부터 주 1~2회, 날씨 좋은 봄, 가을에 많이 달렸지만 이젠 계절 상관없이 연습하련다.

여느 때와 다른 풀 마라톤 도전이니까.


오늘은 월요일. 10km 달리자.

가장 처리해야 할 일이 많긴 하지만 모닝 달리기를 하지 않으면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저녁에도 달릴 것 같지 않은 예감에 가장 쌩쌩한 모닝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아침 독서모임이 7시에 끝나자마자 서둘러 나선다.

왠지 배가 고플 것 같아 감자 2조각을 먹고 먹다 남은 초콜릿 4조각을 주머니에 넣었다.

목이 마를 것 같아 물도 한 컵 가득 마셔둔다.


안양천으로 Go GO~


가볍게 1~2km를 달리고 있는데 신호가 온다.

화장실을 가야 할 것 같다.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를 말아야 했어.

아니면 먹은 후 화장실을 본 후 달려야 했어.

후회해도 소용없다.


화장실을 찾자, 찾자.

하필이면 내가 뛰는 코스 건너편이다.

어쩔 수 없다. 저기라도 가야지.

화장실까지 가는 내내 신호가 자꾸 온다.

이럴 때는 딴생각을 해야 해. 괜스레 오리만 쳐다본다.


다행히 근처에 화장실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시간은 몇 분이나 지체되었다.


볼 일을 봤으니 몸이 더 가볍네.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10km 목표니 6km에서 돌아오자. 그래도 1km는 모닝 산책을 하면서 자연을 즐기고 싶다.

힘든 10km 일정인데, 앞만 보고 달리고 자연을 보지 않고, 즐기지 않는 건 예의가 아니다.

나에 대한 예의! 자연에 대한 예의!


이어령 님의 '마지막 수업' 낭독을 들으면서 달린다.

죽음을 앞에 둔 이어령 님의 통찰, 지혜, 학식, 품격,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참 담담하게 들었다.

사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6km를 돌고 다시 7km, 8km가 다가오자 힘이 꽤 들어간다.

몇 번을 연습해도 달리기가 힘들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왜 자꾸 힘든 일을 하는 건지.


이때를 대비해서 초콜릿 한 조각을 먹는다.

달다. 잠시 달리기의 고통을 잊는다.

500m도 못 가서 다시 초콜릿이 필요하다.


초콜릿 두 조각이 남았다.

마지막 1km를 위해서 남겨두어야 한다.


9km에서는 마라톤클럽에서 배운 마지막 스퍼트를 해보려고 마음먹었으나 가능할까?

지금보다 조금만 더 속도를 내보도록 하자. 일단 남은 초콜릿 두 조각중 한 조각 쏙~

발은 빨리 내딛는 것 같으나 속도의 느낌은 별로 느끼지 못한다.

마음은 빨리 가나 발은 더딘 느낌이다.


마지막 500m를 남겨두고 마지막 초콜릿을 먹는다.

잠시 고통을 잊는 진통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초콜릿.

오늘 처음 갖고 왔는데 쓸모가 있다.


20km 하프 마라톤을 할 때 5km, 15km에서 먹었던 간식이 무척 힘을 주었다.

귤 몇 조각, 초코파이 한 두 조각이었는데도 그 위력은 대단했다.

그래서 초콜릿이 들어있는 에너지바가 있는 거구나.


완주 후 좋아하는 포도 마이구미와 카페라테를 먹어야겠다.

항상 완주 후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다.

마지막 1~2km 남았을 때는 마이구미와 카페라테만 생각하고 달린다.

생각보다 빠른 지점에서 10km 완주했다는 핸드폰 알림이 울린다.

와~ 이거지~

이런 성취감 때문에 달리는 거지.

핸드폰 앱을 보니 그래도 9km 보다 10km 구간은 1분 정도 단축되었다.

신경 쓴 보람이 조금은 있었군.


천천히 산책하고 주변 사진 찍으면서 귀가한다.

편의점에서 좋아하는 마이구미와 카페라테도 산다.

상쾌하다. 개운하다. 그래, 이 맛이야.


집에 도착 후 씻고 아침을 먹으니 슬슬 잠이 온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할 일이 많이 쌓였는데...


2시간이나 깊은 잠에 빠졌다.

오후 1시간 넘었는데 일어나기가 힘들다.

오~ 몸이 꽤 무거운데.


오후는 비몽사몽 지냈다.

해야 할 일은 거의 다 뒤로 미뤘다.

모닝 달리기는 아직 나에게 10km는 무린가보다.

5km는 상쾌하던데 10km는 또 다르다.

주중 저녁에 달려야 하는 이유를 알겠다.


오늘은 참 스펙터클한 달리기 연습이었다.

화장실, 초콜릿, 마이구미, 카페라테, 마지막 스퍼트, 예정 없던 낮잠과 피로감.


어쩌면 난 풀 마라톤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그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결과 그 한순간이 뭐라고 1년간 아니 몇 년간 달리기한 연습 시간과 견줄 수 있겠는가?


A really great talent finds its happiness in execution

정말 위대한 재능은 그 행복을 실행에서 찾는다.(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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