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클럽에서 배우는 꿀팁(14km 달리기)

풀 마라톤 도전하다

"어깨를 많이 흔들지 마시고 팔만 앞뒤로 해보세요. 에너지를 아껴야 해요."


송 00 훈련부장님이 옆에서 같이 뛰어 주신다.

내가 뛰는 모습을 보시더니 꿀팁을 알려주신다. 나도 모르는 어깨를 흔드는 나쁜 습관이 있는 모양이다.



총 40여 명 중 8명이 모였고 한강 방향으로 14km 달리는 훈련이다.

훈련이기보다는 5km는 같이 달리고 그 이후는 자유롭게 달린다고 한다.


광명 마라톤 클럽 가입 후 2번째 정모 훈련으로 토요일 오후 4시다.


설날에도 만나지 못한 둘째 언니를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시간이 오후 4시라 난감하다.

소화가 되지 않을 시간이다. 보통 달리기 전에는 먹지 않고 뛰어야 속이 편하다.

그러나 이왕 시작했으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뭐든지 하려면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해내야 한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은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다.


11시 30분에 일찍 점심을 먹기로 하고 조금만 먹었다.

그래도 달릴 때는 그다지 불편하지는 않았고 미리 달리기 장소에 가서 30분 정도 산책도 했다.


천천히 3km 정도 같이 달렸지만 간격이 벌어진다.

6명은 앞으로 나아갔고 송 00 훈련부장님은 내 옆에서 달린다.


처음 만난 사람과 차나 밥을 먹는 것처럼 어색한 일은 없다.

달리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통 관심사인 달리기가 있고 같은 방향을 달리고 있으며 신입회원을 위한 배려라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다.


엊그제 10km 달릴 때도 천천히 달리신다고 해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오늘은 14km인데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도 되기도 하고 힘들지만 끝가지 해낼 것도 같다.

14km만 목표로 혼자 달린 횟수가 비공식적으로 2~3번 있고 공식 기록은 하프 마라톤 했을 때 한 번이 있다.

그다지 많지 않은 경험이지만 2개월 전 하프 20km를 달릴 때 10~14km가 참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15~18km는 다시 수월하게 달렸고 18~20km는 무거운 다리가 쇳덩어리보다 더 무거웠다.


한강 방향으로 가는 길바닥에도 중간중간에 km가 작게 써져 있었다.

나중에 혼자 달릴 때라도 참고하면 좋겠다.



엊그제는 기록을 측정하지 않아서 어떻게 달렸는지 몰랐는데 오늘은 핸드폰 앱을 켜고 허리 주머니에 넣고 달린다. 3~5km를 같이 달리는데도 가볍다기보다는 아직도 이것밖에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3km 지났습니다~"


송 훈련 위원님이 알려주신다.


" 아이코, 그것밖에 안 왔나요? 많이 온 것 같은데. 참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죠. 와 ~ 많이 왔네요"


부정적으로 말한 후 바로 긍정적인 말로 바꾸었다. 그래야 힘이 나는 법이니까. 말이, 생각이 몸의 흐름과 에너지를 바꾼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송 훈련 위원님은 나보다 앞서지 않으셨다.

옆에서 그냥 같이 나의 보조를 맞추는 느낌이어서 내가 따라가려고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아서 좋았다.

20년 이상 달리기를 하셨다고 하니 놀랄 따름이다.


중간중간 마라톤 이야기를 가끔씩 해주셔서 좋았다.

발을 내딛을 때 앞부분이 닿는 소리가 나니 뒤꿈치부터 닿으려고 해 보라고 알려주신다.

뒤꿈치부터 닿으면 쿠션이 있어서 피로가 덜하단다.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꿀팁이다.

알려주시는 대로 하려고 노력했고 발이 좀 더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초반에는 천천히 달리고 반환점을 돌고 올 체력을 비축하라고도 했다.

어떻게 완주할 것인지 전략을 짜라고도 했는데 나는 완주 거리를 같은 페이스로 달려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초반에는 천천히, 반환점 이후에는 좀 더 달려도 될 것 같은데 사실 반환점 이후 더 힘들어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자꾸 힘이 들어서 고개가 숙여졌다.

배에 힘이 없으면 허리를 숙이게 된다면서 윗몸일으키기와 플랭크 자세로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도 알려주셨다. 내 배는 물렁살이다. 근육도 없고 힘도 없는데 코어의 힘을 길러야 할 때가 왔나 보다. 달리기를 몇 년 하면서 허벅지에 근육은 붙었는데 뱃살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남편은 아이 셋 낳은 훈장이라고 생각하라고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훈장이다. 빛나는 훈장으로 이번에 만들어볼까나.


7km 반환점을 돌고 보니 다시 7km 가야 한다.


등산을 할 때는 산 정상만 보고 간다. 정상을 아주 잠깐 찍고 내려갈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

지금이 딱 그런 느낌이다.


그러나 계속 달려야 한다. 도착점이 나올 때까지.


점점 속도가 늦어진다.

10km와 달리 14km는 힘들군.

14km는 3~4번 정도로 그다지 많이 달리지 않았다.

이번에 확실히 몸에 새겨놓을 테다. 14km~ 그러니 잊지 말거라, 나의 몸아, 나의 마음아~


이런이런~

트림이 나온다. 점심을 먹은 지 4시간이 지나서 이제야 소화가 되나 보다. 이래서 내가 밥을 먹고는 안 뛰려고 했는데. 그나마 배가 더부룩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다행이야.


옆에서 복식호흡으로 크게 깊게 쉬라고 한다.

복식호흡으로 숨소리가 다 들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단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요가와 수영을 해서 복식호흡이 익숙해져 있다. 아침 명상을 할 때도 복식호흡을 하다 보면 호흡에 집중하게 되어 명상이 잘 된다. 명상이 잘 된다는 것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상태이다. 지금이 그런 상태다. 아무 생각도 하기 힘들 정도로 힘이 든다. 복식호흡을 할 수밖에 없다.


오직 하나 둘, 하나 둘 하는 내면의 목소리로 숫자를 센다. 그 외에 어떤 방법도 나를 위로해주지 못했다.


마지막 1km를 남겨두고 마중 아닌 마중을 달리기하며 오신다.

안 00님, 홍 00님, 박 00님 다 같이 뛰어 주신다. 송 훈련 위원님은 마치 바통이라도 넘겨주듯이 성큼 앞으로 내달린다.


마지막 스퍼트를 하자는 안 00님 말에 그러자고 했고 100m를 신나게 전속력으로 달렸는데 신났다. 하지만 잠시 후 에너지 고갈이다. 다시 속도가 늦춰졌고 겨우야 도착했다.

오늘도 14km 완주 성공~

지난번보다 다른 점은 마지막 1km를 위해 힘을 비축해두었고, 완주 후에도 몸이 개운하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안 00님이 왜 완주 후 개운하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완주 후 사진


개운하다~


해. 냈. 다.


13.92km , 1시간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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