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딸의 출근을 보며 느낀 점


SE-8530d493-5b1c-4629-aba9-365f7308b1b6.jpg?type=w773 가족사진, 아침 고요 수목원


연년생 두 딸이 친구처럼, 자매처럼 싸우기도 하고 서로 의지도 하며 자라더니 어제부터 둘이 나란히 출근을 합니다. 출근하는 등을 보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수능 끝나서부터는 자신의 용돈은 스스로 벌어야 한다고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이야기해 둔 터라 취직 소식을 듣고 나서야 알바를 그만뒀어요.


4~5년 동안 학교도 다니고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때론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어요.

면접을 7~8군데 보러 다니기도 하고 저에게 질문을 해달라고 하기도 했죠. 어느 한 과정 하나하나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시간의 문제일 뿐 기다리다 보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둘째가 먼저 다니고 첫째가 나중에 취업했지만 그것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죠. 나름대로 다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그냥 옆에서 지켜보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어제는 알바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해요. 카페나, 분식집 등에서 사람들을 상대하고 일했기 때문에

새로운 직장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고 해요. 눈 오는 날, 비 오는 날 아르바이트 가기 싫다고 한두 마디 내뱉다가 터벅터벅 걸어갈 때는 안쓰럽기도 했어요. 하기 싫은 일도 약속이기에

성인이기에 해야만 하는 것도 배워야 하니까요.


아르바이트로 인해서 돈의 소중함과 쓰임을 알고, 노동의 중요성, 관계의 중요성, 인사의 중요성도 알았겠죠. 역지사지 마음으로 고객과 직원의 입장도 이해하는 경험이 되었겠죠. 배우고 공부하던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도 기억하지 않을까요?


처음과 달리 둘째는 일이 과부하가 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배우는 단계지만 그다음부터는 일이 쏟아지니까요. 그럴 때는 선배나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잘 해결해 나가더군요. 바인더도 쓰고, 시간 조절을 하면서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효율을 생각하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들이 일을 배우고, 커리어를 배우고, 삶을 배우는 게 아닐까 해요.


중간중간에는 힘든 일도 만나고 어려운 관계를 만나기도 하겠지요. 이직도 할 수도 있고 또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생기겠죠. 각 단계마다 스스로 다 헤쳐나갔기 때문에 걱정은 되지 않아요. 자기 나름대로, 생각대로 부딪친 일들을 다 해결할 내면의 힘이 아이들에게 있다고 생각되거든요. 부모는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봐 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둘이 유치원 가방을 메고 가던 날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초등학교 입학식 큰 가방 메던 날. 중고등 교복 입던 날, 수능 보던 날, 졸업하고 이제 취업을 하고 출근하는 모습까지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더군요. 아이가 안쓰러울수록, 아까울수록, 사랑할수록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혼자서 하나하나 해낼 수 있도록

자립심, 독립심을 키워주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고등학생인 막내도 수능 끝나는 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라고 미리부터 이야기해두고 있습니다.^^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현재에 충실하게 감사하게 가족들과 잘 살아나가려고 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음 정리 챌린지 감정 정리 5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