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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전반적 리듬을 다 바꿔라

풀 마라톤 도전하다


저녁 8시가 되어도 밖은 환하고 해의 여운은 남아 있다.

뜨거운 열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마라톤 달리기 연습하기 전 기온은 28도


저녁 8시, 20시가 28도라니.

8월 3일이라면 딱 그 정도의 기온이 어울리긴 하다.

그러나 나는 달리기 12km를 해야 하는 몸.

어쩐다. 그냥 달릴 수 있는 데까지 달리는 거다.

지난주에도 달렸으니 오늘도 끝까지 달려보자.


너무도 산뜻한 마음을 가지고 광명 마라톤 클럽 앞으로 씩씩하게 나아간다.


요즘 걷기가 참 편안하고 좋다.


달리기의 고통을 자주 느끼기에 걷기가 평화로운 운동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그 고요하고 정적인 걷기를 마다하고 나는 왜 달리기를 하는가? 달리면서 생각해보자. 보나 마나 달리다가 힘들어서 까먹을 테지만 말이다.


마라톤 클럽 다섯 명이 준비운동을 하고 하고 슬슬 달리기 시작한다.


송 훈련부장님이 일주일 동안 집안 행사로 못 오셨다. 송 부장님은 온라인 하프 대회 때 클럽 회장님과 페이스 페이커를 해주셨는데 20km 가는 내내 같은 페이스, 같은 시간 7분 20초~7분 25초대인 나의 페이스로 맞춰주셔서 호흡도 편안하고 무난하게 완주한 기억이 좋다. 이번에도 기록이 좋으려나.


혼자 달릴 때는 왜 그리도 호흡도 불규칙하고 km 구간 기록도 둘쭉날쭉인지. 아직도 멀었다.


2~3km까지는 같이 달리다가 자기 페이스에 맞게 달리기 시작하며 풀코스 완주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앞으로 쭉쭉 나아간다. 마치 고삐가 풀어진 것처럼.


나는 여전히 고삐에 묶인 망아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 속도만 유지해도 다행이다.



6km까지는 스마트워치를 보면서 갔는데 오~ 맘에 드는 기록이다. 요즘은 6분 50초가 km당 목표다.


땀은 뚝뚝 떨어진다.


오른손에 끼운 아대로 땀을 닦는다. 손수건은 쥐고 뛰면 너무 거추장스러워 좋아하지는 않는데 고수님들은 손수건을 손에 잡고 뛰시거나 맨손으로 달린다.


땀이 눈에 들어오면 따갑고 얼굴에 흐르는 느낌도 별로 좋지 않아서 아대를 하는데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힘들 때는 팔을 올려서 얼굴에 닦을 힘도 없다. 땀 닦을 힘도 없다니.


송 부장님도 땀이 엄청나다.

손수건도 없으시네.


덥기는 또 오질 나게 덥다.


28도인데 미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런 날씨에 달리다니.


이런 날씨에 연습하고 몸에 단련이 되어야 풀코스를 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습하러 나오는 거다.



6킬로 반환점을 돌고는 너무 더워서 조금 걸으면서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달렸다. 찌는 더위에 더 몸을 데우니 목이 마르다. 4km에서 수돗물로 목을 축였고 출발 전 집에서도 한 컵이나 먹고 왔는데도 목마르다. 당연하다.


의외로 고수님들은 물을 잘 마시지 않는다.

지난주 토요일 트레킹에도 그렇고 평지 달릴 때도 10km 정도는 별로 마시지 않아서 질문을 했다.




목마르지 않냐고.


평상시에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한다. 건강을 위해서도 물을 많이 마시라고 하는 것처럼 평상시 몸에 수분을 보충해두면 달릴 때 그다지 목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물을 잘 마시지 않은 성향으로 작년에는 하루 2리터 물 마시기 1개월 챌린지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자주 마시려고는 하는데 반나절 동안 마시지 않을 때도 많다. 물 마시기가 생활이 되어야겠구나...


달리기 전 한 컵 먹는다고 몸의 수분이 해소될 리가 없다. 중간에 마셔도 더 목마르다.



체질적인 개선이 필요하구나.

풀 마라톤은 전반적인 리듬을 다 바꾸지 않으면 안 되겠군.


마침 읽고 있는 고미숙 작가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다이어트가 단순히 칼로리와 몸무게, 체지방을 수치화하여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전반적 리듬을 바꾸는 데 있다.


리듬이 바뀌면 내용과 태도가 바뀐다. 거기에는 반드시 감각과 활동, 그리고 관계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래서 일종의 수행이다. 단지 몸무게를 줄이고, 몸매를 과시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러기에는 세포들의 저항이 너무도 강력하다. 그렇다면 그 저항을 넘어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몸무게와 몸매를 뛰어넘는 훨씬 고매한 욕망이 작동해야 한다.


-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88p -


지금 나의 달리기 훈련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몸무게, 칼로리, 체지방을 수치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려면 전반적인 내용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세포들이 나에게 저항하는 것 같다.


"체질을 바꾸라고, 어서 바꾸라고!"


우선 물 마시기를 생활화해야겠다. 몸에 항상 필요한 수분이 유지되도록. 달리기를 할 때 덜 목이 마르도록.


마라톤 클럽 달리기, 트레킹 외에 집에서는 계단 오르기, 윗몸일으키기, 스쾃, 누워서 다리 올리기, 플랭크, 엘리베이터나 버스 기다릴 때 서서 뒤꿈치 올리기를 수시로 한다.


달리기를 연습할수록 기본적인 근력이 없어서는 하프는 가능할지 몰라도 그 이상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집에서도 항상 움직이니 딸들이 " 엄마, 가만히 있지를 않네요"라고 말하곤 한다. 듣기 좋은 말이다.


광명 마라톤 클럽 고수님들도 항상 조언해 주시는 부분이다. 스쾃, 런치, 피치 운동도 하라고 하는데 아직 피치 운동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고 스쾃, 런지도 틈나는 대로 하고 있다.



© stevepb, 출처 Pixabay


음식도 소식하고 있는데 체력 보충을 위해서 단백질도 많이 섭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고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하는 마늘, 냄새가 싫어서 안 먹는 마늘도 구워서 잘 먹는다.


나의 고매한 욕망은 무엇일까?

풀코스 마라톤을 뛰기 위한 음식, 물 조절, 근력 키우기, 멘탈, 달리기 연습, 휴식 등 총체적인 체질 개선이다.


8km가 지나니 화장실에 가고 싶다.

이런 기록경기에서 화장실이라니.

아직은 몸의 리듬을 잘 조절하지 못해서 중간에 화장실을 가곤 한다. 아침에 달리기와 저녁에 달리기가 또 달라서 뛰다 보면 화장실이 가고 싶어 진다.

이래저래 10km 달릴 때는 고려하지 않았던 음식, 화장실, 물 등이 등장하게 되었다.

화장실 다녀오니 흐름이 끊겨서 다시 달리기도 힘들다. 이래저래 힘든 날이다.


싫어하는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ㅠㅠ

걷다 뛰기가 쉽지 않다. 천천히 뛰더라도 멈추면 다시 뛰기 힘들다. 힘이 배로 드는 것 같다.


마지막 200m를 앞두고 더운데도 완주하시고도 안 00님이 마중 나와 주셨는데 힘이 없어서 걷는 건지 뛰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스퍼터를 하자고 하시는데 할 힘이 없다. 끝까지 하자는 말에 겨우 힘을 내서 속도를 내어봤지만 에너지가 딸리고도 딸렸다. 스퍼트하고 가야 개운하고 뿌듯한데 못했다.


마지막 finish 50m 전


완주 후 물을 4컵이나 마셨다.

마셔도 마셔도 목마르다.

물에 대한 갈증일까 제대로 뛰지 못한 갈증일까?



그나마 위안이라면 이 더운 날 12km를 기록에 상관없이 완주했다는 것이다.



수고했다.

팔아, 다리야, 내 몸아, 내 멘탈아~

수고했구려.



토요일은 20km 달려보세나~


풀코스 완주 이미지 트레이닝 사진





* 20220803, 수요일 달리기 연습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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