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두려운 러닝 32km 뛰는 일요일 아침이다. 30km 이상 러닝은 생각만 해도 아득하고 러닝 전 일주일부터 긴장을 하고 컨디션을 조절한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일도 무리하게 하지 않고 날씨를 수시로 체크한다.
11월 풀코스 대회까지 총 5회 장거리 뛰는 게 목표다. 지난달 30km 1회 뛰었으니 9월 2회, 10월 2회 뛸 계획이다. 9월은 30km, 32km 1회씩, 10월은 35km 1회, 38km 1회로 훈련한다.
장거리도 두렵고 풀코스도 두렵지만 도전하고 또 해낼 것이다.
다행히 아침 날씨가 오전까지 구름이고 오후에는 맑은 날씨이다. 24도라서 뛰기엔 좋겠다. 오전에 후딱~^^ 다녀오자.
문제는 06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밍크적 대다가 07시에서나 나섰고 07시 16분에야 시작했다. 해가 뜨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해가 나오기 전에 32km를 완주해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까? 날씨가 도와줄까?
출발 전 날씨가 흐리고 선선해서 딱이다. 남편도 11월 풀코스 대회를 같이 신청했기 때문에 장거리 훈련을 해야 한다. 문제는 둘이 나서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
혼자라면 전날 준비하고 휘리릭 나가면 되는데 남편하고 가면 같이 챙기느라 인내심이 필요하다. 풀코스 1회 완주한 남편은 아직도 장거리 러닝 나갈 때 준비에 미숙하다. 지난달에는 혼자 아무런 준비 없이 나갔다가 배고파서 혼났다고 한다. 에너지젤도 안 챙기고 카드도, 핸드폰도 안 갖고 가서 아주 힘들었던 후일담을 들려줬다.
30km는 물도 조금 챙기고, 에너지젤, 에너지바, 식염 포도당도 챙겨야 더운 여름날 덜 고생한다.
10km 지점을 지나자 사이버 영토 수호 마라톤 대회가 한강에서 열린다. 뛰다 보니 같은 방향으로 뛰게 되었다. 천천히 달리다가 러닝 무리를 만나니 더 힘내서 뛰게 된다. 역시 러너들의 에너지를 받으니 없던 힘도 다시 생긴다. 대회뽕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 대회가 후반에 도움을 줄지 몰랐다.
대회 러닝 무리와 헤어지고 다시 남편과 달린다. 13k 지점부터 햇볕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1시간 일찍 나왔어야 하는데.... 후회를 하면서 달린다. 어쩔 수가 없다. 이런 날도 달려봐야 해가 뜨거운 대회 날도 달릴 수 있지.
드디어 반환점 15km 지점 63 빌딩이 보인다. 여기서 돌아갈까 머뭇거린다. 지난달 30km를 달렸으니 오늘은 32~35km 달리면 좋을 것 같다. 아직까지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뛰면서 머리를 굴려본다.
힘드니 30km만? 컨디션 좋으니 35km?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16km에서 가져간 물이 다 떨어져서 반환하기로 했다. 32km로 몸이 정한 것. 목이 마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힘이 빠지고 물만 생각난다.
남편도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5km마다 물을 마셨고 10km에서 에너지젤을 먹었다. 13km 지점에서 물을 마셨는데 목이 마르다.
편의점까지 가려면 2~3km 더 가야 한다.
남편이 유일하게 챙기는 물건은 파스 스프레이다. 첫 풀코스 대회 뛸 때 주최 측에서 중간에 뿌려준 파스 스프레이 덕분에 무릎이 아프지 않았다고 하면서 장거리 러닝 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는데 발에 뿌리니 아주 시원하고 가뿐해서 기분이 좋았다.
목마른 자에게는 물이 나타나는 법~
사이버 영토 수호 마라톤 식수대를 만났다. 식수 주시는 분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마라톤 참가자는 아닌데 러닝 하다가 너무 목이 말라서 물 한 컵 마셔도 되냐고.... 마시라고 한 컵 흔쾌히 주셨다. 이런 감사할 데가 있나...
10걸음 지나자마자 편의점이 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걸 못 봤다. 목이 마르다 보니 주변은 보이지 않고 마라톤 식수대만 보인 것. 둘이 웃었다.ㅎㅎ
남편은 허기지다고 라면을 먹자고 한다. 오 마이 갓... 이런 이런... 누가 장거리 30km 뛰는데 라면을 먹냐고? 음료수만 사 먹고 가자고 하는데 굳이 먹어야겠단다. 러닝 하다가 라면 먹으면 못 뛸 텐데... 역시 또 이해가 안 간다.
끓이는 요기 라면을 먹으려고 했지만 양이 적은 사발면으로 합의를 보고 먹었다. 먹으면 뛸 수 없을 것 같아 한 젓가락만 먹고 남편이 다 먹었다. 나는 물과 이온음료, 에너지젤을 먹고 출발했다.
날씨는 아주 화창해졌지만 내가 바라는 바는 아니다. 계속 구름이 껴 있어야 러닝 하기가 좋다. 다행히 정면이 아니라 등에 해를 업고 뛰기 때문에 덜 힘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발목도 아프고 무릎도 아프고 힘들다고 하면서 먼저 가라고 한다. 라면 탓도 있는 듯하지만 말이 없다.
둘이 다 고생할 필요가 없다. 같이 천천히 뛸까도 생각했지만 오늘은 아니다. 내가 컨디션이 좋아서 혼자서라도 뛰고 싶었다. 23km 지점부터 혼자서 뛰니 기록이 일정해서 좋다. 어차피 오후 2시에 약속 일정도 있고 해서 얼른 귀가해서 준비해야 한다.
남편이야 걸어서 와도 되고 천천히 와도 된다. 훈련의 양이 장거리에서는 바로 티가 난다. 평상시 바쁘다는 핑계로 남편은 훈련을 게을리했다. 근력 운동도 않는다. 아픈 데는 이유가 있지.
32km를 완주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 무엇보다도 통증이 있는 곳이 없다.
이유가 뭘까?
스쿼트, 덤벨 스쿼트, 플랭크 등 근력 운동 덕분이 아닌가 한다. 복근과 허벅지, 종아리, 발목에 힘이 생기고 여유가 생긴 기분이다. 매일 10분씩 1~2회 한다. 스쿼트는 100~300회 할 때도 있고 덤벨 5 kg 들고 유튜브 보면서 10분 정도 한다. 전체적인 상하체 코어까지 단단해지는 기분이 든다.
항상 장거리( 30km) 러닝하고 나서는 고관절이 아프든가, 발목, 무릎, 종아리가 아프곤 했다. 역시 체력을 기른 후 러닝 하면 덜 아프고 오래 뛸 수 있다. 달리기만 해서는 러닝 하고 나면 아픈 곳이 하나둘씩 생긴다. 아픈 곳이 약한 곳이니 나름대로 근력 운동으로 커버하는 방법도 있다. 좋은 기회로 삼으면 내면까지 단단해진다.
풀코스 대회를 뛸 수 있는 체력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거다. 4~5시간 풀코스를 뛸 수 있는 체력, 근력이 있다는 것은 몸 전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니까. 특히 완주하고 나서도 아프지 않다면 준비를 잘한 것이고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신체 상황이다.
32 km 3시간 38분 20초 안에 아주 많은 스토리가 담겨있다. 말하지 못한 말들, 말해도 이해 못 한 말들, 말하고 싶지 않은 말들, 말할 힘도 없는 순간들.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은 흘러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도 빠짐없이 내 안에 빼곡히 쌓이는 일.
- 료의 생각 없는 생각, 185p -
신체와 내면이 더 단단해진 32km 완주.
해냈다! 두려움과 함께 달려서 두려움은 달아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