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장거리 25km 목표였는데 15km로 마무리해서 영 마음이 찝찝하다. 훈련이라고 생각하려고 하는데 인간의 마음이라 항상 아쉬움을 갖게 된다.
어젯밤부터 좀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훈련 부장님이 동반주 감사하게도 해주신다.
15km까지는 7분 20~30초/km로 뛰다가 그 이후에 조금씩 속도를 내보려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하신다. 10km 이상만 되면 힘이 빠지는데 속도를 내다니 아직 이런 훈련에 적응이 안 된 상태다.
장거리 30km 목표
3km까지는 멤버들이 같이 뛰고 그 뒤부터는 각자의 페이스에 맞게 뛴다.
장거리 훈련이다 보니 자전거로 이 00님이 물과 간식 봉사를 해주시기로 했다.
5km 넘어서 물을 한 잔 마시고 10km 지점에서 자유 시간과 물을 마셨는데 씹는 시간이 있어서 초코파이를 고를 걸 잘못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의 시간으로 간식을 먹어야 하는데 빨리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레가 들리고 기침이 났다. 먹고 나서 입속에 남아있는 기분도 좋지가 않았다. 천천히 먹으라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다음부터는 초코파이로 먹어야겠다.
10km 한강까지는 익숙한 길이고 자주 와봐서 그런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13~15km에는 힘이 빠져서 힘이 들었다.
왜 그럴까?
오늘의 목표는 30km인데 벌써 힘이 들다니.
생각의 문제일까
한 발, 한 발만 생각하고 뛰어보자.
15km에서 다시 물을 마시고 간식은 먹지 않았다. 젤리라도 먹으라고 주셔서 받긴 했는데 먹지 않고 주머니에 두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달리니 달릴 만했다. 그러나 또다시 힘이 빠져서 달리기가 힘들다.
한강에서는 '바다의 날' 달리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테이블에 있는 바나나, 물이 지나갈 때마다 마시고 싶었다. 물을 너무 자주 마셔서 좋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회 때에도 5km마다 준비되어 있다.
광명 - 한강 - 당산 철교까지 가다가 14km에서 반환했다. 더 가는 것은 무리라는 훈련부장님의 판단에 따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오늘의 목표는 28km로 낮춰졌다. 지금까지 최대 22k까지 달렸고 지난주 25km 목표 실패했다.
어쩌면 오늘 28km만 완주해도 성공이다.
한강
힘이 들어서 젤리라도 먹고 힘을 내자는 생각에 먹었는데 달짝지근해서 입안에 남아있는 설탕 느낌이 영 좋지 않다. 혼자 달릴 때 초콜릿을 먹었더니 기운이 난 적이 있었는데 젤리는 나에게는 아니다.
물을 먹고 입을 헹구고 싶다. 젤리도 달릴 때 먹는 게 아니다. 물과 같이 먹어야 하는데 이것도 초보 러너의 실수다.
16km~20km까지 천천히 달렸는데 훈련부장님이 천천히 뛰더라도 걷지는 말자고 하셔서 그리하려고 마음을 먹었으나 결국은 걷고 말았다.
오늘도 장거리 망했다!
21km에서 힘이 달렸다.
다리가 아프거나 호흡이 달리지는 않았는데 힘이 들다는 생각이 들었고 걷기 시작했다.
훈련부장님과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고통의 순간을 넘어야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는 말인데 맞는 말이다.
페이스에 맞게 시간 맞춰서 뛰는 것, 고통과 한계를 넘어야 완주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의 말씀을 해주셨으나 귀에 들어오지 알았다. 실패했다는 스스로의 실망감과 죄송스러움에.
2km를 걷다가 다시 이 00님의 간식, 물 자전거를 만났다.
아예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 걷고 있었다. 다시 뛰기 힘들다는 생각에 나보고 자전거를 타고 출발점으로 가라고 한다. 그럴까도 생각해 봤다. 도저히 걷기, 뛰기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수요일 '야소 800' 피로로 목, 금요일 늘어져 있어서 아직 풀리지 않았는데 토요일 장거리를 뛰니 더 힘들게 느껴졌다.
포기하고 느긋하게 초코파이와 물을 먹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간식 자전거는 나보다 더 멀리 뛰고 있는 장거리 회원을 위해 다시 한강으로 가셨다.
송 부장님과 조금 걷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마무리하면 또 기분이 찝찝할 거야, 마지막 할 수 있는 데까지라도 뛰어서 가보자. 뛰다가 걸으면 다시 뛸 수 없다고들 하는 데 하는 데까지 해보자'
그러고는 훈련부장님에게 뛰어서 가겠다고 하고 뛰기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초코파이 덕분인지, 쉰 덕분인지 힘이 나고 스피드도 줄어들지 알았다. 안타깝게도 스마트워치 데이터를 켜지 않아서 구간별 기록이 핸드폰에는 저장되지 알았다. 스마트워치도 걸을 때 정지해 버렸기 때문에 구간별 기록도 모른다. 하지만 느낌상 6분 50초/km가 아닐까 생각된다.
남은 4km는 너무도 자주 뛰어서 익숙한 길이라 덜 힘들게 느껴졌다. 언덕 훈련, 야소 800 훈련보다도 이 평지가 훨씬 덜 힘들다. 그 훈련할 때 헉헉거리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달리면서 호흡은 아주 양반인 격이다.
멈추지 않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계속 달렸다.
훈련부장님이 앞서 달리라고 하셔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흐름이 끊기면 다시 달리기 힘들 것 같아서 뒤쫓아오는 발걸음 소리만 듣고서 앞을 향해 달렸다.
이상하게도 힘이 났다.
마지막 300m에서는 스퍼트를 훈련부장님과 같이 했다. 있는 에너지를 다 쏟아내려고 전속력으로 달려서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