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JTBC 마라톤이 11월 2일 일요일 있었고요. 그 바로 전 주말에 간식 포장 서포터로 참여했어요. 2026 JTBC 마라톤 참가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서포터즈를 신청했고 해보지 않았던 간식 포장도 참 의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마라톤 대회 관련 일은 다 관심이 있거든요. 매년 누군가가 준비해 주는 간식만 마라톤 완주 후 무심히 받아들고 귀가했던 생각이 납니다.
올림픽 공원에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총 5시간 동안 몇 만 명의 간식을 포장해야 합니다. 마라톤 대회는 10km가 1만 7천 명, 풀코스가 1만 7만 명이라고 하네요. 대회 참석 러너만 총 3만 4천 명입니다.
여자들은 바닥에 앉아서 간식 봉지에 간식을 담고 남자들은 상품과 빈 상자 정리를 맡았어요. 저는 첫 번째에 앉아서 빵을 담고 옆 사람에게 넘겨주면 옆 사람은 음료수를 담고 그 옆에는 바나나를 담고.... 이런 식으로 쭉 채워나가는 거예요.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니 거의 모두가 러너들이었어요. 요즘에는 대회 참가가 어렵다 보니 서포터즈 신청을 하면서 참가권을 얻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겁니다. 물론 비용은 냅니다.
예전에는 일반 아르바이트를 썼다면 요즘은 거의 다 러너가 서포터즈로 신청합니다. 쟁쟁하신 분들이 모두 간식 포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로웠습니다. 뒷날 JTBC 마라톤 대회 참가하는 분도 계셨어요. 내년 참가권 확보를 위해 나온 거죠. 컨디션 조절을 해야 하는데 간식 포장을 하고 있다니... 대회 신청이 이렇게나 어려워졌어요. 러닝 붐으로 인해서요. 러너가 많아졌다는 건 국가적으로 건강한 일이니 아주 좋은 일입니다.
예전보다 간식이 더 풍성해진 것도 같아요. 맥주, 바나나, 에너지바, 단백질 음료수 등등 여러 가지를 넣습니다.
모두 주머니에 넣고도 파란색 박스에 담으면 공터에 차곡차곡 쌓았어요. 주머니가 꽉 찰 정도로 담기 때문에 맨 마지막 분들이 무겁기도 하고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해서 힘드셨을 것 같아요.
파란색 박스도 모두 차서 남은 분량은 저렇게 산다니처럼 쌓아뒀습니다. 양이 어마어마하네요.
빈 박스도 엄청 높이 올라갑니다.
1~2시간은 재미있더니 2시간 이후는 바닥에 박스를 깔고 앉았더니 엉덩이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쉽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습니다. ㅎㅎ 그래도 러너들이라서 그런지 손이 아주 빨랐어요. 후다닥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남자분들은 근력으로 다져진 분들이라서 그런지 손도 빠르고, 발도 빠르고 힘도 셉니다.
역시 러너들이라 체력과 마인드가 남다릅니다.
간식을 포장하면서 내일 뛸 광명 마라톤 클럽 소속 풀코스 러너들을 생각하기도 하고많은 러너들이 긴장하면서 또는 설레면서 잠을 자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마라톤 대회는 국가대표도 아니면서 대회 참가 하면 괜히 긴장되고 설레고 잠을 설치게 되거든요. 지금까지 5회 풀코스 참가했던 대회들이 이런 간식을 포장하는 손길들이 있었겠구나 하는 감사한 마음으로 포장을 했습니다. 다음 날 러너들에게도 완주 후 이 간식들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너무 행복한 일이겠지요.
내년 2026년에는 저도 JTBC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 누군가 정성스레 포장한 간식을 들고 성취감을 잔뜩 안고 귀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