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강원도 남이섬을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전국에 흩어져 사는 네 자매가 모였습니다.
몇 년 전에도 남이섬을 네 자매가 같이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여름이었고 아주 초록초록한 나무들에 대한 좋은 기억이 있었습니다. 여름과 가을은 또 다른 분위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여기를 둘러봐도, 저기를 둘러봐도 마치 낮인데도 나뭇잎이 조명등을 켠 듯 환했습니다. 봄엔 꽃구경, 가을엔 단풍 구경을 가지 않으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말하곤 합니다. 최인철 교수님이 행복의 요소가 여행에 다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먹고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곳이라고요. 가을 분위기는 사람들의 기분을 한껏 설레게 했습니다.
매일 마시는 차와 커피, 빵도 자연과 함께 먹으니 더 맛있고 달았습니다. 일상에서 먹던 그 빵맛이 아니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배가 고프면 풍경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배를 든든히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는 건 나들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사진을 찍기만 해도 뭐가 그리 좋은지 마치 소녀들처럼 웃었습니다. 나무 의자를 쟁탈하기 위한 시시한 게임도 재미나기만 했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추워졌는데 일요일인 어제는 나들이하기엔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모닥불과 가을 단풍잎이 잘 어우러집니다.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시점에 나무들은 이제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에너지를 발산했던 나뭇잎들이 아쉬웠는지 겨울로 가기 위해 마지막 멋진 쇼를 하면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만 같습니다.
우린 기꺼이 마음을 열고 달려갔습니다. 1년 동안 애썼던 저와 언니들에게도 각자 한 해를 애써서 살았던 보상을 나들이로 보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카메라 기술이 좋아도 아직까지 사람의 눈처럼 자연을 담지 못하여 눈과 마음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언제나 짧은 시간, 긴 아쉬움을 뒤로하고 내년 꽃 피는 봄에 다시 나들이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집이나 그렇듯이 많은 희로애락의 삶이 있는 네 자매에게 남이섬의 단풍과 은행나무, 가을 풍경은 락(樂)의 한 페이지로 장식될 듯합니다. 다행히 60이 넘은 두 언니들이 건강하여,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놀러다녀야겠습니다.
걷기, 산행, 달리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남이섬 풍경은 언제 봐도 매력적입니다. 혼자서 하루 종일 걸어도 좋은 풍경들입니다. 때론 같이, 때론 혼자서 가을을 즐겨도 좋을 요즈음입니다. 조용히 혼자 책을 들고 가서 한 권 다 읽고 싶은 남이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