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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춘천 마라톤 첫 풀코스 완주 이유

풀 마라톤 도전하다

배움에는 거의 무능함이 따른다. 다음 단계에 도달하자마자 우리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부족함을 느낀다. 어려움은 실제로 나타나지만, 우리의 목표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어려움을 마주하는 건 바람직하다.

-세스 고딘 '더 프랙티스' 319p-



2022년 10월 23일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지도 10일이 지났다. '한여름 밤의 꿈'처럼 흐뭇하면서도 희미해져 가고 있다. 더 희미해지기 전에 어떻게 목표 달성이 가능했는지 더듬어보려 한다.


2022 춘천 마라톤 참여한 광명 마라톤 클럽


#1 광명 마라톤 클럽 가입은 신의 한 수


2022년 2월 9일 광명 마라톤 클럽 가입하면서 하프까지는 혼자 광명천에서 연습했고 10월 춘천 마라톤 풀코스가 목표라고 했다.


코로나로 개인 훈련만 하고 모여서 하는 정모 훈련이 활성화되기 전이라서 혼자 뛰고 달리기 앱 기록만 클럽 톡방에 공지했다. 1개월간 연습 후 코로나 걸려서 회복하는 데에 1개월이 걸렸고 어깨가 충돌 증후군으로 1개월 쉬었다.


2월, 5월~10월 동안 7개월간 훈련했다.


광명 마라톤 클럽의 15주 훈련 프로그램으로 대회 2주 전까지 빡 세고도 처음 해보는 훈련들이 힘들기도 했고 체력을 길러주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조선일보 춘천 마라톤 대회는 다른 대회와 달리 높고 낮은 언덕이 7~8개 있어서 힘들고 꼭 언덕 훈련을 하고 대회에 참가해야 한다.


20년이 넘은 광명 마라톤 클럽이다 보니 고수님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새기면서 훈련에 임했던 게 도움이 되었다.


특히 대회 당일 페이스메이커 해 주신 훈련부장님과 고수님들, 클럽 자원봉사팀 덕분에 힘든 고비 고비마다 잘 견뎌낼 수 있었다. 혼자라면 힘들어서 포기했을 것 같다.


#2 처음 해보는 언덕 훈련, 야속 800, 장거리 30km 훈련


하프까지 지속주 훈련 후 가림산 둘레길 언덕, 도덕산 트레킹, 남산 언덕 훈련, 광명 현충탑 훈련 언덕 등 4곳을 훈련했다. 처음에는 1~2바퀴 밖에 돌지 못했던 가림산도 나중에는 5바퀴, 12km까지도 가능하게 되었다. 처음엔 항상 고전했지만 2~3회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적응하여 꼴찌로라도 미션을 완수하게 되어 뿌듯했다.


8월 남산 언덕 훈련


지속주, 언덕 훈련이 끝나자 야소 800 훈련이 있었고 역시 처음 해보는 훈련이라 하고 나서는 일주일간 휴식을 취해야 했다. 800m를 자신의 80%의 속력으로 달리고 100m 천천히 달리다가 다시 100m 천천히 돌아와서 800m를 역시 자신의 80%의 속도로 달리는데 에너지 소비가 아주 컸다. 800m를 8회~10회 왕복하는 훈련이었다. 마지막 훈련에는 이 정도면 풀코스 완주할 수 있겠다는 고수님들 이야기에 흐뭇했다.



33k 비 오는 날 완주, 첫 장거리 완료


이 훈련이 끝나자 최대 고비였던 30km 장거리가 문제였다. 하프 22km가 최고 장거리였는데 30km를 넘어서려니 몸도 마음도 적응하지 못하여 4번 이상 실패했으나 이 30km의 벽을 넘지 못하면 42.195km 완주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시간이 없어서 혼자 비 오는 날 33km를 해낸 기억이 있다. 마지막 장거리 훈련인 36km도 무척 힘들었는데 클럽 회원님이 동반주해 주시는 바람에 무사히 끝나서 대회 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훈련은 여지없이 3~4회 하기 전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몸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1~2회 안 된다고 실패하기엔 너무 아깝다.


#3 춘천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


춘천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가 있어서 흔들리지 않고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클럽에서 훈련을 완수하지 못하면 혼자 개인 훈련에서라도 하나씩 해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2021년 12월 2022년 목표에서부터 풀코스 완주를 썼고 이미지도 만들어서 벽에 떡~하니 걸어두었기에 매일 눈 뜨면 쳐다보고 잠들기 전에도 볼 수밖에 없었다.


미리 7월에 사전답사를 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코스를 외우다시피 했다.


완주 전 미리 만들어 둔 이미지


시간관리, 목표관리 3p 코치인데 목표관리, 시간 관리하면서 해내야겠다는 사명감도 일부 있었다.


개인 단톡방, 마라톤 클럽 단톡방, 독서모임 단톡방 여기저기에 10월에 풀코스 완주 목표를 여기저기 선언하고 다녀서 완주할 수밖에 없는 환경설정을 해두었다. 완주 안 하면 무안하고 창피하도록 마라톤 한다는 소문을 다 냈다.


#4 기초체력 훈련


하프 이후 계속되는 실패에 기초 체력 훈련을 더 강화했다. 계단 오르기, 런지, 플랭크, 윗몸일으키기로 복근과 허벅지 힘을 강화했기에 30km 장거리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달리기 연습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기초체력이 이렇게 필요할 줄은 몰랐다.


계단 오르기


사실 달리기보다 이 기초체력을 하기가 더 힘들다. 정적인 운동이고 같은 자리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인내심이 필요했다. 역시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장거리에 실패할수록 더 기초체력 훈련에 매진했다.


# 5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


훈련을 하다 보면 잘 되면 자신감이 생기고 못 하게 되면 좌절감이 생긴다. 이 좌절감을 클럽 회원분들도 용기를 주셨고 남편과 나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기 때문에 풀코스 완주가 가능했다.


달리기 훈련 후


마라톤 훈련에만 집중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하는 일, 집안일, 코로나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생겼지만 다시 도전하고 실패했던 부분을 분석하고 보완하는 일 역시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 덕분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안 될 핑계만 만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해낼 방법만 생각하게 된다.


#6 마라톤 훈련의 기록


블로그와 브런치에 마라톤 훈련 과정을 기록하면서 달리기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도 중요하게 되었다. 달리기 위해 글을 쓰는 건지, 글을 쓰기 위해 달리는 건지 모를 정도로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브런치 글을 보고는 시애틀 닷컴에서 동호회 마라톤 메뉴에 나의 글을 링크하겠다는 말에 더 책임감을 가지고 훈련과정을 기록하게 되었다. 포기하는 과정을 글로 남기고 싶지 않았다. 힘들지만 해내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고 마라톤 동호회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하니 완주했다는 도움의 글을 쓰고 싶었다.


#7 가족의 도움


처음 풀코스 마라톤 도전이기에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훈련 후에는 그냥 뻗기 일쑤였다. 집안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음식도 소홀하게 되었는데 남편과 아이들의 이해가 없었다면 마음이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수요일 저녁 8시와 토요일 6시(또는 6시) 훈련이었기에 주말 나들이도 거의 가지 않았다. 내 기억엔 훈련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것 같다. 독서지도, 시간 목표관리, 브런치 작가 컨설팅이 있을 경우엔 1~2시간 일찍 가서 훈련을 마무리하거나 다른 시간 훈련했다.


#8 정신 무장하게 만든 독서의 힘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타 독서모임에 참여하면서 1개월에 7~8권의 책을 접하게 되었다. 다 읽을 때도 읽고 2개월에 걸쳐 읽을 때도 있었지만 읽을 때마다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짐에 따라 정신 무장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특히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 필사반을 운영하고 있는데 힘들 때마다 갈매기 조나단을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한계를 매번 넘고, 가족, 부족에게 배척당했음에도 자신의 길을 찾는 조나단이 몇 번이나 생각났는지 모른다.


춘천 사전 답사 방문 스타벅스


2월부터 읽었던 50권 이상의 책들이다. 알랭드 보통의 '철학의 위안',' 루이스 헤이의 '내면의 지혜', 찰스 핸디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 장은수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오바라 가즈히로의 '프로세스 이코노미', 공자의 '논어', 사토 후미아키이 '조인트 사고', 고미숙이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 이민규의 '생각의 각도', 세스 고딘의 '더 프랙티스', 손웅정 '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자청 '역행자',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파울루 코엘류의 '아처' 그 밖의 많은 경제 도서에서의 태도, 마인드도 도움이 되었다.


책만큼 긍정 마인드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도 없다. 책에서 수많은 스승들이 소리 없이 글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조원 해줬다.


이렇게 둘러보니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풀코스 완주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일, 변화를 위한 바람직한 어려움을 도전했기에 성취한 일이다.


몰입으로 향하는 길에 바람직한 어려움을 찾는 일은 우리가 추구하는 변화를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활동이 된다.

-세스 고딘 '더 프랙티스' 32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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