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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풀코스 완주 후 밀려오는 허무함

풀 마라톤 도전하다

러너들은 대회를 통해 사랑을 한다.

대회를 빼먹을 수는 없다.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 17p-


며칠 후면 2022년 10월 23일 춘천 마라톤 풀코스 완주 후 3주가 된다.


2022년 새해 계획 중 하나였고 2월 9일 광명 마라톤 클럽 가입 후 계속 완주만을 바라보며 훈련했고 완주했는데 허무함이 밀려온다.


왼쪽 무릎은 아직 회복이 덜 되었다. 완주 후 보름이 지나서 달려봤는데 4킬로 달리고 통증이 와서 멈추었고 일주일 후 다시 달렸는데 역시 4킬로에 다시 통증이 와서 멈추었다.


목표 달성 후 허무함은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목표 달성 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완주 후 다음 대회를 준비한다던가 1개월 쉰다든가, 매일 10km 건강 달리기를 한다든가 하는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뭔가 허전하기만 했다.


마치 대학이 목표라서 합격 후 놀기만 하는 대학생처럼 방황하고 있었다.


완주가 목표가 아닌, 즐기는 마라토너, 도전하는 마라토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다시 달리면서 생각해 보려고 했지만 무릎 통증으로 쉬어야 하는 상태라서 그마저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은 쉬라고 하고 지인은 몸이 회복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라고 하는데 마음은 갈 길을 잃었다.


고향 앞바다


완주 후 뒷날 친정 병문안을 일주일 다녀오면서 생각 정리를 한다고 다른 곳에 관심을 돌렸지만 귀가해 보니 다시 제자리였다.


손에 일이 잡히지 않고 그 좋아하는 책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마라톤 풀코스 완주하면 신세계가 보인다는데 허무함만 보인다.


어깨 통증은 여전히 낫지 않고 새벽마다 나를 깨운다.


인터넷으로 책을 검색하다가 '달리기와 존재하기'라는 책을 만났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조지 쉬언의 '달리기와 존재하기'


읽다 보니 밑줄을 긋고 싶은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표지 소개처럼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를 미국 심장병 전문 의자, 작가이자 마라토너가 쓴 책이다.


하나하나가 마음에 드는 문장 투성이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나는 1회 완주 목표를 삼고 나의 한계를 도전하고 싶었다. 계속 마라토너가 되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없었고 간간이 달리기나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 한 개의 대회를 마치면 다음 대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서관 대여, 바로 당일 구입한 '달리기와 존재하기'


마라톤의 깊은 성찰을 통한 글을 읽으니 오래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몸을 거쳐야만 한다. 새로운 삶을 위해서는 살아가는 방법을 잊어버리기 전의 우리 몸으로 되돌아가야만 한다. 새로운 몸이 있었야만 그 안에 새로운 인간과 새로운 삶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달리기와 존재하기 80p-


항상 신체가 우선이어야 하고 몸을 통해서 나를 바라보며 활력을 얻을 수 있고 정서적 안정을 얻는 기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작가는 이렇게 표현을 해서 반가웠다.


누구나 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몸을 위해,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망설인다. 바로 즉각적인 효과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을 움직여본 사람은 안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자신의 몸을 훈련하고 단련하고 즐기지 않으면서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힘과 이성, 조화와 상상력을 얻을 수 있을까? 다들 이 질문에 대답해 보기 바란다.

-달리기와 존재하기 109p-


나의 좌우명은 신체, 정서, 인지, 사회, 경제, 영적 영역의 조화다. 6가지 영역의 조화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삶, 행복한 삶의 기본이 아닐까 한다.


작가인 조지 쉬언도 그 조화로운 삶에 몸을 가장 먼저 기본으로 두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몸을 움직이면서 인지, 정서, 경제, 영적 영역에서 균형과 조화와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하는지 경험하고 있다.


어느 한 영역이 지나치게 부족할 경우 다른 영역이 바로 침해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항상 운동함며 몸을 움직이려고 한다.


자유를 얻으려면 어려운 훈련을 거쳐야 한다. 초심자에게 그런 경험이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운동하느냐가 중요해질 때, 장벽은 무너지고 새로운 차원의 의식이, 자신만의 내면적인 깊이가 생겨난다.

-달리기와 존재하기 379p-


어떤 자유가 찾아올까?


나를 만날 수 있는 자유,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자유, 5시간을 달릴 수 있는 자유, 자신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자유, 부정적인 사고에서 일어설 수 있는 자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자유, 여러 가지 금욕을 할 수 있는 자유, 내가 선택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유를 얻었다.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에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하다.


완주했다고 해서 5km, 10km가 쉽지 않다. 달리는 순간 숨 가쁨과 고통의 통증을 알면서도 달린다. 완주 후의 성취감과 개운함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는 달리기를 놀이처럼 하라고 한다. 억지로 하는 달리기가 아니라 즐거이 하는 놀이라고 생각할 때 삶 자체도 즐겁다. 마치 어린아이가 하는 놀이처럼 즐겁게.


2023년 3월 동아마라톤 풀코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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