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동아마라톤 풀코스 마라톤 대회가 있어서 몸이 긴장 모드다. 2월은 인터벌 훈련 후유증으로 종아리 통증이 있어서 많이 뛰지 못했고 이탈리아 9박 10일 여행 일정으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가장 행복한 러닝이었다.
이탈리아 여행하는 동안 09시에 출발하는 일정이면 5km 정도 천천히 뛰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여유를 만끽했다. 08시나 그전에 출발하는 일정이면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루 종일 걷는 일정이지만 아침에 산책하거나 모닝 러닝 하면 기분이 아주 상쾌하다. 대회 때 뛰는 것과 여행 중에 러닝 하는 것은 아주 다르다.
첫째 페이스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풍경만 보고 뛰기 때문에 아주 색다른 기분이다. 이러려고 내가 러닝을 계속 해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주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내가 직접 걷고, 내가 직접 뛴 곳이 나의 기억에 머무른다고 생각한다. 버스로 휙 지나간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장소에 대한 기억이다. 물론 여행지에서도 부지런을 떨어야만 아침에 러닝이 가능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모닝 러닝이었다.
보통 해안가나 숙소 뒷골목을 러닝 하는데 잡은 물고기를 파는 아저씨와 고양이를 만나기도 했다.
파도에 깎인 바윗돌과 해안가를 바라보는 해를 맞이하면서 하루의 힘을 얻곤 했다. 하루 종일 걸었는데도 모닝 러닝은 또 다른 기운을 가져다준다. 체력 소모가 아니라 체력 보충하는 러닝 같았다.
이탈리아에서도 주민들을 위한 운동기구들이 있어서 잠깐 앉아서 근력 운동을 해보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하는 것과 딴 나라에서 하는 것은 참 묘하게 기분이 다르다.
러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다. 시라쿠사 섬에서 해안가 모닝 러닝을 하다가 요가를 하는 분을 봤다. 해를 맞이하면서 하는 모습과 표정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 요가를 4년 동안 해본 경험과 햇빛 명상을 해본 적이 있어서 따라 하고 싶어졌다. 그녀를 보면서 동작을 따라 했다. 쉽지 않았다. 다리와 발목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아야만 가능한 동작들이다.
그러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팔도 다리도 아주 자유로움을 느꼈다. 극 I 형인 남편도 따라 하라고 했지만 싫다며 손을 내젓는다. 이런 순간을 즐기지 못하는 남편이 안타깝다. 평생 기억날 만한 일이다.
로마에서는 아침 시간이 부족해서 산책을 했다. 로마는 도로가 좁아서 러닝을 하기가 참 불편하다. 특히 유적지들이 많은 곳, 시내에서는 차가 다닐 길도 부족해서 러너를 위한 도로는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한다. 차도 거의 소형차고 주차 공간도 아주 빽빽하다. 인도가 아주 좁다. 파기만 하면 유적지가 나온다나...
조금만 둘러보면 신전 같은 건물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과거의 유적지를 보존하기 위해서, 현재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로마인들이다.
총 100km 누적 거리도 안 되는 71km 러닝과 걷기를 많이 한 2월 러닝 결산이었지만 이탈리아 여행 중의 러닝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 풀코스 완주와는 전혀 다른 여행 중 천천히 조깅은 더 행복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