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 마무리해요

주말농장 이야기

by 하민영

“날씨가 영하로 내려갔는데 채소들이 버텨냈을까 모르겠네.”

지난주에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채소들이 걱정이다.

“영하의 날씨에 건질만한 것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어.”

“암튼 이번엔 가서 농장 정리하자.”


채소에 내려앉은 서리가 보였다.

다행히 채소들은 추위에도 잘 버텨주기는 했다.

못난 채소들이지만 버텨준 것만으로 감사한 순간이다.


한 주를 건너뛰고 주말농장에 왔는데, 채소는 더 자라지 않았다.

폭풍 성장을 기대했던 막걸리 영양제는 소용이 없었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배추는 상추 수준이고, 무는 알타리무 수준이다.


시금치와 청갓은 더 이상 자라지 않아 새싹 정도다.

푸르던 파는 노란 잎이 물들었고 손바닥만 한 크기에서 더 자라지 않았다.

농장 한 켠에 자리 잡았던 고구마 잎은 추위에 얼어버렸다.


주말농장 6년 차 농사짓는 동안 이렇게 가을 농사가 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다.


그래도 수확은 해야지.

무를 뽑아 한데 모아 보니 제법 양이된다. 주먹만 한 크기로 먹을 정도는 된다.

“무는 싱건지 담으면 되겠다. 아니면 알타리무 김치로 담자.”

“무청 다 넣어서 김치 담아야겠네.”

무청이 크지도 않고 적당히 자랐고, 시들하지 않고 싱싱해서 먹기 좋을 것 같다.


배추는 속이 하나도 차지 않았다.

쌈 배추로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배추가 아니라 상추다.”

“상추보다 작은데...”

“오늘 저녁에 삼겹살 구워서 쌈 싸 먹자.”


아쉽긴 파도 마찬가지다. 파도 양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난번 무쳐 먹어보니 알싸한 맛이 있었다. 제법 파다운 맛이었다.

“파도 더 자라야지?”

“그럼. 삼십 센티는 자라지. 굵기도 훨씬 굵고.”

“겉절이 할 때 넣으면 되겠네.”


시금치와 청갓을 캐고 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그것 먹을 것도 없는데 뽑지 말어.”

“그래도 수확은 해야지.”

새싹 수준의 시금치와 청갓을 굳이 재배하겠다고 나선 남편을 타박해 본다.


곁에 가서 청갓 뿌리를 보니 모양이 희한하다.

청갓이 크게 자랐다면 아마도 무 뿌리 정도 자랐을텐데... 동굴 동글 뿌리가 뭉쳐서 인삼 뿌리 같기도 하고, 사람 모양 같기도 하다.


“청갓 뿌리는 못 먹지?”

“청갓은 뿌리가 질겨서 못 먹어.”

언젠가 청갓을 뿌리째 김치를 담갔다가 못 먹은 적이 있다.


시금치와 청갓을 캐고 보니 한 바구니는 되었다.

모둠 새싹 샐러드를 해 먹기로 했다.


수확은 수확인지라 사진 한 컷 남긴다.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형편없는 수확이었다.

그래도 한 해 동안 우리 부부의 소꿉놀이에 동참해준 주말농장에 감사한다.

다음 해를 기약하며 안녕~~


노란 은행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느라 모든 잎을 떨궜다. 옆에 빨간 벚나무만이 무성하다.

파란 하늘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맑다.


돌아오는 길엔 단풍 구경 실컷.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하민영

#엄마와딸함께읽기좋은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