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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ul 07. 2023

매발톱 고고한 자태에 반하다

천상을 향하여

"얘야, 고개를 들어보렴."

부끄럼을 타는 소녀 같은 키 작은 아이에게 말을 걸어본다.

"넌 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건데?"

어떻게든 얼굴을 보겠다며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같다가.

"꽃잎이 몇 장이니? 하나 둘 셋 넷... 여덟 장인가?"

눈 한 번 맞춰보겠다며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민다.

"네 이름이 뭐니?"

좀처럼 고개를 들지 않는 보라색 꽃에게 자꾸 말을 걸어본다.

한 뼘밖에 되지 않는 자그마한 꽃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한다.

"아하! 네 이름이 매발톱이구나."

검색을 통해서 이름을 알아냈다.

땅을 바라보고 핀 꽃에서 위로 뻗은 긴 꽃뿔이 매의 발톱을 닮았다고 해서 매발톱이란다. 근데, 이 설명만으로는 잘 모르겠다. 오히려 잎사귀가 두 갈래 세 갈라져 있는 모습이 새의 발가락 같다.


"어? 얘는 누구야?"

4월, 서울 도심 한 복판 봉은사 앞을 지날 때였다.

"매발톱 아니에요?"

지인이 말했다.

"매발톱 예전에 보았을 때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며칠 전 작은 도서관 앞에서 수줍게 피었던 매발톱꽃과는 너무 다르게 생겼다.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은 너무나 당당했다.

꽃받침 다섯 장, 꽃잎 다섯 장 보라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루었다.

천상을 향해 무언가를 외치는 듯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하늘에서 내려온 나팔수의 나팔이라고 해야 할까.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을 닮았다고 해야 할까.

곁에는 벌써 하늘에 오른 이도 있다.


신선계에서 인간계에 내려온 꽃인가?

잠시 길을 잃은 선녀의 옷자락인가?

6~7월 산속에 핀다는 매발톱을 누가 이곳에 옮겨 놓았을까?

인간은 신비로운 경험이지만 매발톱은 다시 신선계나 하늘에 오르고 싶지 않을까?

결국 하늘로 올라 선녀와 나뭇꾼의 선녀처럼.

청담역 매발톱(2024년 4월)


<매발톱> : 자료출처 네이버

계 : 식물계(Plantae)
문 : 피자식물문(Angiospermae)
강 : 쌍떡잎식물강(Dicotyledoneae)
과 : 미나리아재비과

크기 : 50~70cm

개화시기 : 6월~7월

자생지  : 산의 숲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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