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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Jul 15. 2023

연꽃 새로운 탄생이로다

새로운 탄생을 알려라

전주에 살 때는 덕진공원에 자주 갔었다. 덕진공원은 전주 시민의 휴식처이다.

공원에는 약 10만 제곱미터 정도 되는 제법 큰 연못이 있다. 단오 즈음에는 단오축제가 열리며 다양한 행사가 덕진공원에서 열린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판소리나 댄스 공연이 볼만하다. 단오 때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었다(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연못에는 아치형 현수교가 있다. 현수교 중앙쯤에는 매점이 있고 작은 섬이 있어서 쉬어갈 수 있. 매점은 추운 겨울에는 황량한 연못에서 잠시 추위를 피하며 따뜻한 차 한 잔 하기 좋고, 여름에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날릴 수 있다. 매점 앞 작은 섬은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기도 좋았다. 지금은 현수교와 매점이 사라지고 다리와 도서관이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봄에 가면 화단에 꽃구경, 여름에는 연꽃놀이, 가을에는 단풍 구경을 하며 연못을 돌며 산책한다. 겨울에는 공원에 뭐 볼 것 있겠나 생각하지만 연대가 말라비틀어진 연못과 찬바람을 맞으며 추위와 맞선 모습을 본다. 대학 근처에 있는 덕진 공원은 내 젊은 시절 안식처이자 휴식처였다.

남편이 청혼을 할 때도 덕진 연못이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남편은 꽃다발을 들고 청혼하려고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런 남편의 마음을 모르는 척해줬다. 찬바람을 맞으면서 서 있는데 추운 줄도 몰랐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후에는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뛰어놀았다. 친구들과 탔던 오리배를 남편과도 타고 아이들과도 탔다. 지금은 오리배는 사라졌고 덕진연못이 온통 연으로 가득하다.


덕진공원은 7월 이즘 가야 제일 좋다. 7월에 피는 연꽃은 연못의 절반을 뒤덮다. 연화정 정자 주위로 연꽃이 가득하다. 연꽃이 피는 모습은 전주 팔경에 해당한다. 드넓게 펼쳐진 초록 연잎 위에 분홍 연꽃이 살포시 내려앉은 모습이 어여쁘다. 가끔 연잎 위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요즘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덕진공원에는 연화교가 있고 연화정 도서관(22년 6월 개관)이 있다. 덕진공원에 방문 한 지 오래되어 연화교와 연화정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사진을 보니 연꽃과 어우러져 무척 아름답다.




연꽃은 심청이로도 유명하고 부처님과도 관련 있어서 매우 친숙한 꽃이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다시 살아날 때 연꽃 위에서 탄생했다. 동화의 설정이 너무 멋지다. 진흙탕에서 피어나는 연꽃 위에 살포시 피어나는 효성 깊은 심청이라니...

불교에서 극락세계에서는 모든 신자가 연꽃 위에서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는다. 부처님의 탄생을 알리려 연꽃이 피었다고도 한다. 부처상이나 스님이 연꽃 대좌에 앉는 풍습이 있다. 극락세계를 연꽃이 자라는 연못이라고 생각하여 사찰 경내에 연못을 만들고 연꽃을 심는단다. 인도에서는 신에게 연꽃을 바친다. 연꽃은 이래저래 신과 함께 한 꽃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꽃인지라 예로부터 군자의 꽃이라고 알려져 있고, 모진 시련에도 꿋꿋한 지조를 지키는 아름다운 꽃이라 고결하게 여기곤 한다.


추억과 동화, 종교, 음식 등 친숙하지 않은 것이 하나 없는 연꽃이다.

5천 년 역사를 가진 연은 연잎차, 연꽃차, 연잎밥, 연근조림, 연자죽 등 다양하게 음식으로서 우리에게 매우 가까운 식물이다.

어느 해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갔을 때 연꽃차를 처음 마시게 되었다. 물 위에 다시 활짝 핀 연꽃을 눈으로 먼저 마셨다. 연꽃의 은은한 향이 입안 가득 피어 연꽃차에 반했던 적이 있다. 연잎은 봄이면 가끔 연밥을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연잎향이 향긋하다. 연근조림과 연근 튀김은 가끔 생각나는 반찬이다.

연은 일상에서 다이어트와 피부 미용, 약제로도 다양하게 쓰인다. 항불안제, 항지혈제로 사용되며, 기력보강, 당뇨예방, 피부미용, 혈관건강, 불면증, 치매예방에도 좋다 하여 인기가 많다. 연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세상 좋은 식물이다.


7월의 꽃인 연꽃을 서울 한복판 출근길에 만났다. 이것은 뜻밖의 기쁨이다.

대여섯 평 남짓한 연못에서 아기 우산만 한 연잎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연꽃 봉우리가 살짝 올라왔다. 조그만 봉우리 위로 연꽃이 활짝 피어났다.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밀고, 발그레한 볼 살을 감출 길 없어 푸른 우산 아래 살포시 피어나는 꽃이다.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니 발길을 아니 멈출 수 없다.

고운 연꽃과 푸른 연잎의 사랑을 장맛비가 시샘이로다. 뜨거운 여름 태양과 열기가 질투를 한다. 연꽃은 잠시 마음을 접은 듯 고개를 숙인다. 절망하듯 꽃잎을 떨군다. 그런데 아니다. 다시 찬연히 연밥으로 피어오르니 굳은 절개요, 새로운 탄생이로다.

며칠 후 다시 피어났다. 황홀한 색 은혜로다~~

연잎 사이로 연꽃 봉우리가 빼꼼
장맛비와 뜨거운 태양이 시샘한 후 연밥 탄생
다시 피어나라 황홀한 연꽃이여
덕진연못(글 발행 후 찾아가다) 8월 연밥


 <연꽃> : 자료출처 네이버

학명 : Nelumbo nucifera, 프로테아목-연꽃과

꽃말 : 다산, 힘과 생명의 창조, 풍요, 행운, 번영, 장수, 건강, 명예,

원산지 : 아시아 남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서식장소/자생지 : 연못, 진흙 속에서 자람

크기 : 잎 지름 약 40cm, 잎자루 높이 1∼2m, 꽃 지름 15∼20cm, 꽃바침 지름 약 10cm

활용 : 잎은 수렴제. 지혈제, 오줌싸개 치료, 연근은 비타민과 미네랄 풍부, 뿌리줄기와 열매는 부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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