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초등) 학교 때 봄이 되면 부르곤 하던 노래다. 글자도 모르던 때부터 부르기 시작한 노래다. 고무줄 띠기를 하면서 불렀고 나물 캐러 다니면서도 불렀다. 봄만 되면 불렀던 노래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냉이는 봄이 되면 양지바른 곳에 쑥과 함께 제일 먼저 자라기 시작하는 나물이었다. 바구니를 옆에 끼고 들판을 누빌 때 많이 보았던 나물이다. 나는 어릴 때 냉이를 먹지 않았다. 엄마가 냉이는 취급을 안 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냉이와 쑥을 한 바구니 가득 캐다 드렸는데 냉이가 팼다며 모두 버렸다. 그 뒤로 냉이를 캐지 않았다. 냉이는 결혼해서야 봄만 되면 자주 먹는 음식이 되었다.
달래도 먹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 결혼 생활한지 한참이 지나서 냉이와 마찬가지로 봄철 입맛 돋우는 반찬이 되었다. 씀바귀는 먹어볼 생각을 못 하다가 올해 마트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한 봉지 산 적이 있다. 잔뿌리가 많은 씀바귀를 깨끗이 씻고 데쳐서 초고추장에 무쳐 먹었다. 쌉싸름한 맛이 도라지를 먹는 듯했다.
4월 출근길 화단 한쪽에 민들레와 함께 핀 꽃이 있었다. 민들레보다 작은 꽃이었는데 돌 틈에도 노랗게 피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보았던 꽃이었지만 이름은 몰랐다. 이번 기회에 꽃이름을 알아보기로 했다. 검색기를 돌렸다.
“아! 뭐야 이게 씀바귀야~~~”
4월에 핀 씀바귀
어린 시절 봄이면 나물 캐던 들판이나 풀밭 혹은 채소밭에서 지천으로 피어 있던 꽃이다. 흔하디 흔하게 보았던 꽃이 씀바귀였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얼마 전에는 씀바귀(뿌리)를 사다가 나물로 해 먹기도 했었다. 너무나 흔하게 자주 만나던 꽃의 이름도 모르고 살다니 참으로 무심히도 살았구나 싶었다.
예전에는 꽃 이름을 알아낼 방법이 별로 없었다. 대개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들이 알려주었다. 백과사전도 없었지만 있다고 해도 사전을 들고 다닐 수 없으니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이름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카메라만 들이대고 검색기만 돌리면 금방 이름을 알 수가 있다. 기억력이 짧아서 자꾸 잊어버리기는 하지만 이름을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씀바귀는 화단에도 피었고, 도로가 돌틈이나 보도블록 사이에도 피었다. 민들레가 피던 4월부터 피었다가 다 졌나 보다 생각했는데 7월에도 다시 피기 시작했다. 비교적 오랜 기간 공원이나 돌틈, 그늘이나 양지 어디를 가리지 않고 피었다.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씀바귀 꽃은 노란색으로 1cm~1.5cm 정도의 가는 꽃잎 여러 장(10~20장)이 하나로 모여서 피었다. 안쪽에는 갈색 수술 여러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꽃대에 6~8송이의 꽃이 피었다. 꽃씨는 민들레 홀씨 마냥 하얀 홀씨를 남기며 바람에 나부끼며 흩어진다. 씀바귀 잎사귀는 땅에서 여러 갈래로 자라는데 가장자리가 길이가 20~30cm, 폭은 2cm 정도로 매끄럽다. 잎을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오고 쓴맛이 난다.
고들빼기와 닮았지만 조금 다르다. 고들빼기 꽃은 수술이 노란색이며 꽃잎 끝이 톱니 같다. 고들빼기 잎사귀는 민들레처럼 가장자리가 뾰족하니 불규칙하다.
씀바귀는 고채(苦菜)라고 불리는 쓴맛이 있는 채소다. 이른 봄에 뿌리나 어린잎을 나물로 먹는다. 쓴맛이 강해서 찬물에 우려서 먹어야 한다. 토코페롤이 많은 항산화 효과가 있으며, 알리파틱과 시나로사이드 성분은 항암이나 항 알레르기 효과가 있다. 폐렴이나 간염등 염증을 낫게 해 주고 소화불량에 도움을 준다. 피를 맑게 해 주고 눈을 밝게 하며, 몸의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다.
씀바귀를 먹으면 여름 무더위를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고 한다. 올여름 무척 더운데 씀바귀 캐러 들로 가야 하나? 아니지, 마트에 가면 지금도 씀바귀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