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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영 Oct 29. 2023

후원에 노란 산국 향이 그윽하다

국화향에 이끌리어 왕의 정원으로 향하다

호리병 모양을 한 연못에 부채꼴 모양의 정자가 물그림자를 비추 운다. 단청을 곱게 칠한 정자는 물속에서 하나가 되었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이 못에 드리우고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며 연못에서 살랑살랑 춤을 춘다.


한 소녀가 머리를 가지런히 땋아서 붉은 댕기를 둘렀고 색깔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있다. 그녀는 연못을 보고 앉아 있다. 선한 눈매를 가진 소녀는 궁궐에서 정조 임금을 모시는 달의 여인 항아다. 항아는 임금님을 모시는 일을 하여 왕의 정원을 거닐 수 있는 특혜를 얻었다. 왕의 정원인 후원에 들어오니 자연과 어우러진 누각과 정원에 세상 시름을 다 잊었다.


볼살을 간지리는 바람에 실려 진한 향기가 주위를 맴돈다. 그제야 연못가에 핀 노란 산국에 눈길을 돌린다. 산국은 자기도 좀 봐주라며 가을바람에 나부끼며 흔들댄다. 벌들이 산국 주위를 부지런히 오고 가며 고운 처녀의 눈길을 사로잡고자 한다.


항아는 후원의 존덕정 앞에서 관람지를 바라보다가 산국 향에 취했다. 무심한 듯 피어 있는 노란 산국은 고향 들판의 향기를 전하며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고향의 어머니 소식을 전해 줄 산국
관람정 승재정 폄우사를 바라보며 핀 산국


후원은 창덕궁 북쪽과 창경궁 뒤편에 붙어 있는 우리나라 최대 궁중 정원이다. 후원은 창덕궁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후원은 창덕궁 전체 면적의 2/3(약 6만 2천 여평)에 해당한다.

후원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창덕궁 매표소에서 창덕궁 관람권과 함께 후원 입장권을 따로 예매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할 수 있으나 인터넷 예매는 쉽지 않으니 현장 구매를 하는 것이 좋다. 아침 일찍 가면 원하는 시간대 언제든 예매할 수 있지만 늦게 가면 몇 시간을 기다리거나 예매할 수 없다. 그러니 오전 중에는 현장 예매를 하는 것이 좋다. 후원 관람 전에 느긋하게 창덕궁을 관람하면 된다.    


후원은 창덕궁과 창경궁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숲이 우거진 사이로 걸어간다. 100여 명의 관람객이 가이드 선생님을 따라 함께 입장한다. 후원에 얽힌 여러 임금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새소리와 숲 내음을 맞는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노랗고 갈색의 단풍이 푸른 창공과 흰 구름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후원의 첫 관람지는 부용지다. 부용지는 정조 임금이 신하들과 낚시를 즐기던 곳이고, 정조 임금이 즉위 첫해에 건립한 도서관 규장각이 있다. 부용지 가운데에는 하늘의 세계를 상징하는 둥근 동산이 있고 땅을 상징하는 네모난 부용지가 있다. 규장각이 부용지를 바라보고 높이 서 있고, 영화당은 부용지를 바라보 여유를 즐긴다. 영화당 앞에서 과거 시험을 보고 군사 훈련도 했다고 하는데 춘향전에 나오는 이몽룡이 이곳에서 시험을 봐서 장원급제하였다고 한다.


부용지를 지나서  불로문(늙지 않는 문)을 들어서면 효명세자가 공부하던 의두합과 숙종이 만들었다는 애련지와 애련정을 볼 수 있다. 애련지를 지나면 효명세자가 부모님인 순조와 순원왕후를 위해 건립한 연경당이 있다. 사대부집처럼 지어 임금의 피로를 풀도록 했다고 한다. 연경당을 지나 조금 더 오르면 관람지에 이른다. 관람지에는 관람정과 존덕정, 폄우사, 승정원이 있다. 정조 임금이 새겨놓은 존덕정의 현판, 효명세자의 글 읽는 소리가 들릴 듯한 폄우사, 어느 시대 세자 저하의 숨결이 느껴지는 승재정,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 하늘과 구름, 나무와 단풍을 담은 관람지 모두 아름답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누각과 정자가 있을까. 화려한 건축물이지만 자연과 일체가 되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존덕정과 폄우사, 숭재정 관람을 마치고 관람지를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면 좋다. 반도 모양의 관람지를 바라보며 연못 주위의 나무와 숲이 관람정과 승재정이 어우러진 모습을 눈에 담는다. 단풍이 막 물들기 시작한 이곳은 두세 주 지나면 붉은 단풍이 최고로 아름다운 곳이 된다.


잠시 쉬어가기 위해 의자에 앉았는데  솔솔 향기가 난다. 꽃향기다. 노랗게 핀 산국이 자기를 봐달라고 손짓을 한다. 벌들이 윙윙거리며 열심히 날갯짓한다. 그러고 보니 관람지 주위로 작고 노란 산국이 가득 피었다. 노란 산국의 향은 또 다른 세계다. 조선시대 항아의 이야기를 들려줄 듯한 산국이다.


가을 붉은 단풍이 곧 물들 관람지
후원에서 되돌아 오는 길가에 무심히 핀 산국
조선시대 항아의 이야기를 전해 줄 산국


관람지를 돌아 숲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니 길가에도 산국이 활짝 피었다. 애련지와 부용지 근처에도 산국이 가득하다. 흠음~~~ 노란색에 반하고 향기에 취한다.


후원에 들어갈 때는 왜 산국을 보지 못했을꼬?

아니, 보았어도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꼬?


후원의 자연환경과 연못, 정자와 누각에 반하고, 곳곳에 얽힌 여러 임금님의 이야기에 빠지다 보니 그리 된 게지.

부용정과 연화당 주변에 핀 산국
부용지 주변 주합루로 오르는 계단식 화단에 핀 산국


어디든 밖으로 나들이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올 가을에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까만 기와와 단청, 조선시대 임금과 만날 수 있는 후원에 가보면 어떨까?

깊어가는 가을 후원에서 정조 임금님과 국화향을 맡으며 단풍을 즐기고,  배를 타고 낚시를 하며 시 한 수 읊는 상상을 한다.


전하, 성은이 만극하옵니다!!!

부용지 주변 규장각과 연화당, 화단에 노란 산국




산국(개국화) :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 들국화의 일종

학명 : Dendranthema boreale 쌍떡잎식물강-초롱꽃목-국화과-국화속

분포지역 : 한국·일본, 중국 북부

서식장소 : 산지

크기 : 높이 약 1m     

개화시기 : 9~10월, 열매 11~12월

두화 지름 : 1.5cm

색깔 : 노란색

꽃말 : 순수한 사랑

번식법 : 뿌리 또는 꺾꽂이, 종자/ 물빠짐이 좋고 기름진 토양에 심는다.

약용 : 꽃은 진정·해독·항균 효능, 두통과 어지럼증에 사용, 어린순은 나물로, 꽃차로 복용

          단백질, 필수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등 다량 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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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다_엄마에세이

#간호사무드셀라증후군처럼_간호사에세이

#라라크루 1-1  *3개월동안 함께 글쓰기 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라이크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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