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연인>에서 주인공 이장현(남궁민)이 유길채(안은진)를 처음 만났을 때 분꽃 피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한다. 그네 띠는 길채 낭자를 보고 장현은 넋을 잃었다.
헐~
분꽃 피는 소리는 어떤 소리야?
분꽃이 터지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어느 표현에서는 ‘종소리가 들렸다’라는 것과 같은 의미일까?
첫눈에 반했다는 것을 분꽃 피는 소리에 비유하다니 너무 낭만적이다.
분꽃 피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분꽃이 내 휴대폰 카메라에 담기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였나?
7월 어느 날부터였나 보다.
출근길 상가 앞에 놓인 화분에 분꽃이 활짝 폈다. 도서관 앞 화단에도 붉은 꽃물을 들였다.
진분홍빛이 고와서 카메라에 담았는데 눈으로 보는 것과 달리 카메라에는 색깔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진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고운 색깔과 모습으로 찍히는데 분꽃의 진분홍 색만큼은 제 빛을 담아주지 못했다.
이장현이 말한 분꽃이 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가만히 귀 기울여본다.
분꽃은 나팔꽃처럼 나팔모양의 화관 모양을 하고 있어 어떤 소리가 들릴 것 같지만 아무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꽃이 피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분꽃이 피는 소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마음의 소리일지니 어쩌면 들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분꽃은 학교 화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관상용 꽃이었다. 여름이면 학교 화단에는 채송화, 봉숭아, 맨드라미, 샐비어, 분꽃 등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곤했다. 어린 고사리 손으로 호미를 들고 화단의 풀을 뽑아주고 물 조리개로 물도 줬던 기억이 있다.
분꽃은 분화(粉花)·자미리·초미리·자화분(紫花粉)이라고도 하며, 한해 또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뿌리는 단단하고 굵으며, 줄기는 가지가 많이 갈라지며 굵고 높이는 60-100cm이다. 뿌리는 덩이뿌리 모양으로 검다고 한다.
출근길에 여러 상가에서 화분에 분꽃을 심었는데 양지바른 곳에서는 분꽃이 그리 크게 자라지 않았는데 햇볕이 덜 드는 응달진 곳에 놓인 화분은 150cm로 꽤 높게 자란 분꽃도 있다.
꽃은 취산꽃차례(꽃 밑에서 각각 한 쌍씩 작은 꽃자루가 나와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 꽃차례)에 핀다. 나팔꽃처럼 깔때기 모양으로 붉은색(진분홍), 흰색, 노란색이 있다. 향기는 그리 진하지 않은지 곁에 있어도 향기가 나지않는다. 수술은 5개이고 밖으로 나온다. 암술대는 밖으로 길게 나온다.
꽃싸개잎은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꽃받침처럼 보이며 녹색이다. 꽃잎은 없다.
10월 중순이 지난 요즘은 꽃싸개잎과 난형의 열매를 볼 수 있다. 꽃싸개잎은 초록 꽃처럼 보이고, 열매는 난형으로 겉에 주름이 있으며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검게 익어 알알이 박힌다.
7월부터 피기 시작한 분꽃은 10월인 지금도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가을이라 그런지 꽃이며 잎들이 예전만 못하다. 빛바랜 듯하고 가을빛을 띠고 있는 듯도 하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열매를 맺기 시작한 초록 열매가 다섯 개씩 동글동글 꽃모양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꽃과 식물은 유사종이 없어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꽃은 식용색소 원료로 사용하고 잎은 이뇨제·해열제·염증약으로 쓰인다고 한다.
7월에 활짝 핀 분꽃에서는 고운 소녀의 저고리 같았다면 10월 지금 피는 여린 꽃에서는 어떤 소리가 들릴 듯 말듯하다. 분꽃이 피는 소리를 들으려면 꽃의 전설이라도 들어보아야 할까?
옛날옛날 동유럽에 넓은 영토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는 성주가 살고 있었다. 남부러울 것 하나 없는 그에게는 대를 이어 줄 아들이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느지막이 자식을 하나 얻었으나 아들이 아닌 딸이었다. 성주는 고민 끝에 딸을 아들처럼 키우기로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남장여인으로 살아온 딸은 성장하였다. 외모는 숨길 수 있었으나 마음만은 숨길 수 없었으니 딸은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 딸이 사랑한 남자는 자신의 호의무사였다. 딸은 고민 끝에 아버지에게 자신이 부하 기사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딸의 사랑을 용납할 수 없었고 부하 기사를 성 밖으로 쫓아버린다. 딸은 이제는 여인으로 살기로 결심한다. 딸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던 칼을 성문밖에 꽂아 놓고 성을 떠난다. 성주는 이후 딸을 찾을 수 없었고 딸이 꽂아 놓은 칼에서는 분꽃이 피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