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만 일기 쓰기 모임 주제로 '낙엽에 글씨 쓰기" 과제가 있었다. 때마침 회원 중 한 명이 낙엽 위에 글씨 쓰기 하여 사진을 올렸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이 거리 가득 뒹굴고 있다. 내 얼굴보다 더 큰 낙엽을 줍는다. 이렇게 큰 낙엽 위에 글씨를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흐흐흐 이렇게 크면 일기도 쓰겠는걸 히히히.
남편이 그걸 주워서 뭐에 쓰려느냐고 타박을 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숙제, 숙제해야지."
공원으로 산책을 가니 온통 낙엽이다. 수북하게 깔린 낙엽에 색깔도 종류도 가지가지.
숙제를 위해 낙엽을 모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즐겁다. 뭔가 소중한 것을 담는듯하다.
잠시 눈을 감고 바람에 몸을 맡긴다. 두 팔 벌려 나는 듯하니 바람이 옷깃을 스치며 말을 건다.
"나 여기 있소."
바람의 향기를 함께 보낸다. 비 온 뒤 숲 속에 어린 비냄새와 흙냄새가 나무 향기에 묻어온다. 하늘과 구름의 빛깔은 나뭇잎에 물들고 땅 위에 내려앉는다. 자연을 품은 낙엽을 줍는다.
수건으로 낙엽 위에 물기와 먼지를 닦아낸다. 책갈피 사이사이에 가지런히 낙엽을 올려놓는다. 무거운 책 여러 권을 그 위에 올린다. 일주일이 지났다. 곱게 마른 낙엽이 반갑다며 인사한다.
거의 매해 낙엽을 주어서 식탁 유리 밑에 두거나 책갈피에 넣어두곤 했다. 그러나 낙엽 위에 글씨를 써 본 적은 거의 없다. 10대 때나 했을까? 숙제로 해보는 이 행위가 50대 아줌마를 10대 소녀 시절로 돌아가게 한다.
작은 낙엽 위엔 간단한 글귀나 시를 적는다. 커다란 플라타너스 잎에는 정말로 진짜로 히히히 일기를 쓴다.
갈색 나뭇잎에 배어 있는 나무 냄새, 흙냄새를 맡는다. 바람의 노래, 하늘의 향기, 구름의 빛깔 온통 자연의 소리가 들린다. 오늘 자연과 세월을 낙엽에 담는다. 그리고 추억 한 자락도 추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