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는 벌레에 너그럽다

주말농장 이야기

by 하민영

“어떻게 된 게 겨자채는 심자마자 벌레들이 다 먹었는지 몰라.”

“땅속에 사는 벌레들이 많아서 그렇겠지.”

“농장에 거름을 많이 주어서 그런 건가?”

“원래 땅속에 벌레들의 유충이 많이 산다잖아.”

지난주 주말농장을 다녀온 후 우리 부부의 대화 내용이다.

누군가 우리 부부의 대화 내용만 들어보면 서울에서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농부가 틀림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겨우 다섯 평 남짓 밭뙈기에도 우리 마음은 이미 전문 농부다.

화초를 키우거나 농사를 짓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벌레 때문에 고민이 많을 것이다. 주말농장을 하는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주말농장을 하면서부터 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농사지었던 일을 자주 떠올린다.

우리 부모님은 농사를 꽤 많이 지으셨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보다 두 배는 부지런했고, 일하는 속도도 엄청 빨랐다. 그러나 시골 일이란 게 할 일은 많고, 일손은 늘 부족했다. 부모님은 어린 아들 딸의 고사리 같은 손까지 빌려보았지만, 농사일은 감당이 안 될 정도였다.

다른 사람이 논과 밭에 두세 번 농약을 칠 때 우리 집은 한 번이나 칠까 말까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논에는 벼와 함께 자란 피가 두드러지게 많았고, 밭에도 풀이 수북했다. 농작물이 병이 들어 누렇게 말라 있거나 겨우 매달려있는 과실은 형편없기도 했다. 거두어들인 농작물은 볼품없었고 수확량도 적었다. 어린 나는 이웃의 풀 한 포기 없이 깨끗한 논과 밭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고, 이웃들의 튼실하고 풍성한 작물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

요즘은 풀과 함께 작물이 자라야 더 건강하다고 말한다. 농약도 안 쳐서 벌레 먹은 작물이 더 좋다고 한다. 볼품없는 거친 작물을 ‘유기농이다’,‘친환경이다’라고 하며 오히려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번 주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과제는 바로 겨자채를 살리는 일이다. 심은 지 일주일밖에 안 된 겨자채를 벌레가 많이 먹었다. 겨자채에 구멍이 송송송 뚫려서 제대로 자랄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겨자채를 지켜야 하는 사명이 생겼다.

지난주에 다른 작물과 함께 심은 당귀는 너무 어려서 방역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깻잎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남편은 식초를 뿌리자고 했다. 식초와 물을 섞어서(100배 희석) 채소에 뿌리는 것은 우리 부부만의 *벌레퇴치법이다.


한 주 만에 주말농장에 다시 찾았다. 그런데 겨자채의 상황이 지난주보다 훨씬 더 안 좋았다. 벌레가 겨자채를 거의 다 먹어 치운 것이다. 몇몇은 모두 사라져서 심었다는 흔적만 남아 있고, 또 몇몇은 다음에 방문하면 생사를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조금 튼실해 보이는 겨자채도 거의 다 구멍이 나서 다음에 오면 겨자채를 하나도 못 볼 것 같았다.

게다가 지난주 막 싹을 틔운 손톱만 한 하트 모양의 무순에도 벌써 구멍이 숭숭 나 있었다.

“헐~ 이럴 줄 몰랐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이놈의 벌레들~~”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벌레들도 살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것이니 어쩌겠는가’라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도시농부가 부릴 수 있는 관대함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식초물을 뿌리기로 했다. 식초의 향으로 벌레를 물리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남편이 물 뿌리기에 식초를 타서 겨자채와 무순에게 뿌려주었다.

“여보, 식초와 물을 얼마 비율로 섞었어?”

“몇 대 몇으로 섞어야 하는지 비율이 있을 텐데 대충 섞었지.”

“그래? 당신은 알고 있는 줄 알았네.”

“그냥 심리적인 위안을 위해서 뿌리는 것이지 어떤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 안 해.”

남편은 꼼꼼한 편이고 나보다 주말농장에 더 적극적인 편이라 벌레퇴치법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도 그냥 느낌대로 섞었다고 하니 의외였다.


“아~ 이런! 허당 농부들 좀 보소. 주말농장 6년 차 맞아?”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맞다. 우리 부부는 농부로서 정말 허당이다. 주말농장 6년째인데 우리가 아는 벌레퇴치법은 식초물, 설탕물, 우유 등을 활용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방법이 확실히 벌레를 퇴치하는지도 확신하지 못한다. 우리는 주말농장을 시작한 첫해에만 벌레퇴치법을 연구했고, 그 이후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우리가 게으른 탓도 있고, 벌레에 대해서 관대해서인지도 모른다.




주말농장은 환경에도 좋고 사람에게도 좋은 채소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뜻에 동참하는 도시농부로서는 자연과 인간 모두에게 좋은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저 그런 뜻에 동조하는 것이지 어떤 철두철미한 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벌레도 먹고 인간도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우자’라는 생각이다.

또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서 자라는 대로 먹자’라는 생각도 있다. 그동안 ‘자라는 대로 먹자’라고 생각하고 게으르게 농사를 지었어도 충분한 양을 수확했다. 햇볕과 땅의 힘, 물과 약간의 노동만 추가해도 모자라지 않았다. 엄벙덤벙 대충 농사를 지었어도 5평 남짓한 땅에서 네 가구가 나눠 먹을 정도로 충분한 채소를 수확했다. 그러니 우리 부부의 게으름은 어쩔 수가 없다. 우리 부부의 허당기 가득한 게으름을 ‘벌레에 대한 관대함’으로 포장하는 이유가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번에는 제대로 알고 키워보자고 집에 돌아와서는 인터넷과 서울시에서 제공한 **안내책자를 뒤적거렸다. 우리가 지금 골치를 앓고 있는 원인은 나방류(배추흰나비와 배추좀나방의 애벌레)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야 벌레들의 정체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벌레의 정체를 알았다고 해도 ‘벌레도 살려고 하는 생명의 본성이 있을 텐데 함께 가야지.’라고 생각해본다. 이런 생각이니 올해도 우리는 우리의 게으름을 벌레에 대한 너그러움으로 포장하며 농사를 지을 것 같다.

구멍 송송송 겨자채와 방역 당귀 / 구멍 숭숭 무순



*식초를 활용한 벌레퇴치법 : 인터넷 검색

식초는 채소와 과일의 잔류농약 세척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며, 초파리 퇴치를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식초는 초산이 들어있는 산성의 식품으로 유기농가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식초는 초산이 보통 6~7%이며 pH는 2.6로 산성이다. 이런 특성으로 살균과 살충효과를 기대하며 자주 사용된다. 식초는 흰 가루병과 같은 병해충이 발생했을 때 물로 약 100배 희석한 식초를 병해충이 있는 옆면에 살포하면 된다.


**<친환경농장가꾸기> 벌레퇴치법 : 서울시 안내 책자 참조

벌레퇴치법으로는 설탕물이나 우유, 난황유(식용유+계란노른자), 살추비누(물비누), 베이킹 소다, EM(Effective Microorganism) 발효액, 미생물농약 등 여러 살충효과가 있는 천연 농약이 있다.

배추나 열무를 재배할 때 구멍 숭숭 뚫리는 이유는 나방류(배추좀나방이나 배추흰나비 애벌레) 때문이라고 한다. BT제를 뿌려주면 효과적이란다. BT제란 미생물농약인데 일반화학농약이 아니므로 유기농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용된다고 한다. 농약상이나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데, 나비목이나 딱정벌레목의 장에 들어가서 출혈을 일으켜 해충을 죽게 만든단다. 무당벌레에는 안전하다고 한다.

주의할 점은 계속해서 같은 종류 BT제만 살포하면 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난황유 등과 번갈아 뿌리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번갈아 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벌레퇴치를 위해서 식초1+물100 비율로 섞는다 VS 무순 사이에 심은 방역 당귀
깻잎과 파
적상추와 청상추
치커리와 근대 새싹
들에 핀 바람꽃과 제비꽃


#딸아행복은여기에있단단_하민영

#간호사의우아한사생활_하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