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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시간 Jul 18. 2024

내 삶이 영화라면











회사에 출근해서 같은 사무실, 같은 의자에 앉아 같은 일을 하며, 같은 사람들과 같은 대화를 하고, 같은 기획안을 N차 수정하며 같은 리젝을 받고, 녹초가 되어 같은 지하철을 타고 퇴근해서 맥주캔 딸 힘밖에 남지 않은 몸으로 같은 소파에서 맥주를 마시고, 같은 드라마를 보며 졸음과 싸우다 눈꺼풀이 끝내 지면 곯아 떨어지는 매일을 반복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매월, 매 분기 일정하게 돌아가는 프로모션 캘린더 안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작업이라, 같은 주제의 변주곡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야 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어느 날 광고모델 촬영장에서 큐시트를 넘겨보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찬란하게 빛나는 모델을 바라보았을 때, 말 할 수 없이 구슬픈 감정이 치밀었습니다.  

나는 내년에도 또 같은 스튜디오에서 모델만 바뀐(어쩌면 모델도 그대로인) 큐시트를 넘기며 케이터링 업체 음식 맛 평가로 낯선 스텝들과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고, 꼭 들어가야 할 소품을 체크하다 잊을 때쯤 한 번씩 강한 플래시와 늘어지는 진행으로 지쳐가는 모델 사기진작을 위해 "지금 너무 좋아요!"를 외치고 있을까?  

내 삶을 한 편의 영화라고 한다면 지금 장면은 쓰일까? 잘려 나갈까?  

내 삶에서 내가 주인공이긴 한 걸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안쓰러운 마음에 우선 꼭 안아주고, 햇살을 받으며 산책 좀 하고,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것 먹고, 일찌감치 푹 자라고, 그다음에 같이 생각해 보자고 다독였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분히 옆에 앉아 조금씩 나아지는 것과 그로 인한 변화에 대해 글로 기록할 것 같아요. 바뀌지 않는 것에 괴로워하기보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좀 더 초점을 맞춰 보자고,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우리 삶이 한 편의 영화라면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나요?  

연이은 촬영에 지쳤나요? 혹여 통편집 당할 위기에 있진 않나요?    


"지금 너무 좋아요!"    


이 영화의 하나뿐인 주연 배우, 당신을(이번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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