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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시간 Aug 01. 2024

인생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는건











살면서 경이로운 순간을 만난 적이 있나요?


저는 결혼 직전 혼자 하는 여행은 마지막이라는 결연한 마음으로 떠나 튀르키예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를 탔을 때, 미시간에서 차를 타고 4시간 남짓을 달려 남편과 아이와 함께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 섰을 때, 하와이 라니카이 비치에 누워 나른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쏟아지는 별 무리를 봤을 때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이번에 본 개기일식은 지금까지 본 어떤 것과도 달랐습니다.

아이 학교에서도 일식을 관측하는 행사가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보며 감흥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선생님께 미리 말씀 드리고 일찌감치 오하이오의 과학센터로 향했습니다. 이날의 우주 이벤트에 기대를 품은건 우리 뿐만이 아니라서 가는 길에 차가 꽤 막혔지요. 예상 도착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더 걸려 행사장에 도착해 우리는 적당한 곳에 캠핑의자를 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부분일식이 시작되며 일식 관찰용 검은 필름이 붙은 안경을 쓰고 달이 태양을 가리며 조금씩 초승달 모양이 되는 것을 천천히 지켜보았습니다. 그 사이에 아이가 광장에 열린 행사부스에서 뭔가 만들어와서 봤더니 '핀홀 솔라뷰어'였습니다. 긴 박스에 작은 구멍을 뚫고 맞은 편에 흰 종이를 붙여 빛을 반사시키는 면에 태양의 상이 핀홀 구멍에서 들어온 빛만큼 작게 맺히는데 그 모양 또한 초승달이어서 참 신기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완벽한 개기일식이 일어난 1분이었습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자 주위가 확 어두워지면서 조명이 켜지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게 피부로 느껴지더니 어디선가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탄성을 지르고 하늘은 노을 빛으로 붉게 물들었어요. 오감을 뚫고 들어오는 자연의 신비에 경외를 넘어 공포감마저 들었습니다. 옛날에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저마다 믿는 신을 향해 얼마나 기도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이때 행사장에서 안경을 벗어도 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고 반신반의하며 안경을 벗고 하늘을 봤을 때, 검은 달 주변으로 태양이 만든 빛나는 링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에 알 수 있었어요.


‘이 장면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거야.’


여행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에 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엘리자베스 길버트


아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행사장에서 받은 스티커를 차창 여기저기 붙였다 떼기를 반복하며 너무 재밌었다고 까랑까랑 소리쳤습니다.

여행에서 느끼는 다양한 경험들이 아이가 자라며 견고한 자아를 만들어 가는데 보템이 된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여행 #개기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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