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건 틀린거야. 당연한건 없어.
: 날 출, 시집갈 가, 바깥 외, 사람 인. [풀이] 시집 간 딸은 자기 집 사람이 아니고 남이다.
이 말, 진짜 싫다. 너무 독하고 매정하다.
결혼을 해도 내 가족은 평생 '우리'일 거라 생각했다. 사실 너무 당연해 생각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어느날 아빠의 입에서 출가외인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심지어 사촌들은 이제 명절에 보는 것도 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 후로도 우리 가족은 종종 이 단어를 사용하며 현재 가족 내 나의 지위를 확인시켜줬다.
출가외인은 사자성어로만 배웠지 나에게 쓰일 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더 충격이다. 시댁에서 하는 말도 아니고 우리 가족 입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나를 그 집에 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눈물이 울컥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속상한 일을 부모님한테 말할까 하다가도 출가외인이 뭘 말해 하면서 넘겼다. 그렇다고 시댁을 우리 가족으로 여기지도 못했다. 시댁은 시댁이다. 언제나 남편이 우선이다. 당연하지. 남편의 부모님이니까.
그래서 결혼을 준비하면서 종종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있는 가족도 남같고 새로 생긴 가족도 남같고. 남편도 비교 대상이었다. 남편은 결혼해도 여전히 그 집 아들이고 새낀데, 나만 강제로 내쳐지는 것 같았다. 칼로 자르듯이 나와 관계를 끊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렸다.
우리 부모님은 끝내 결혼한 딸은 '남의 집에 보내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 했다. 그래서 결혼식을 치루면서 그렇게 속상해했나보다. 내 딸을 남의 집에 주는 거니까. 부모님과 나의 세상이 너무 다르다. 눈물을 쏟으면서까지 나를 남의 집에 줄 필요가 없는데.
이런 요상한 문화를 말로만 듣다가 직접 겪으니 참 많은 것이 속상했다. 특히 엄마는 여자가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안타깝지만 원래 이렇게 돌아가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에 반감을 갖는 나를 혼내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대우에 익숙해진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나의 다음 세대에는 이런 생각들이 사라질까. 더 이상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딸이 결혼을 했고 새로운 가정을 꾸린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 좋겠다. 결혼한 딸을 타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저 구닥다리 단어는 없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