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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28. 2024

뒤늦게 끄적여보는 신년 계획

매일 쓰는 짧은 글:240128 



나의 MBTI는 매우 극명하고 확실하다. 나를 조금이라도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거침없이 골라낼 수 있을 정도로 4가지의 양식 모두가 극단을 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I이어도 E에 가까운 I가 있고 I의 끝자락에 가있는 I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명확하게 후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4가지 카테고리, I, S, F, J 모두가 그렇게 극단으로 타협하는 바 없이 90% 이상의 농도로 해당 유형을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성향은 바로 J.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평소에 따로 계획해 둘 정도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계획이라는 단어조차 좋다. 계획을 위한 도구들에 대한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즐겁다. 다이어리, 플래너, 볼펜, 형광펜, 굿노트, 연필 등.. 그런 나에게 신년이란 이런 기질을 마음껏 펼쳐 놓을 수 있는 파티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이어리 구매부터 다이어리 세팅, 신년 계획 세우기까지. 좋아하는 일들이 가득가득해 연말, 신년이 되면 두근두근 너무 신이 난다.


그러다 올해는 연초에 시험이 있어 연말부터 쭉 숨 가쁘게 공부를 해야 해 이런 설렘을 미처 누리지 못했다. 시험이 끝난 뒤로 미뤄야지, 미뤄야지 하다가 오늘이 왔다. 저녁 식사를 든든히 하고 제일 좋아하는 텀블러에 따뜻한 디카페인 페퍼민트 차를 타서 방으로 들어온다. 작년과 올해의 다이어리를 모두 펼치고 에버노트 창을 켜 작년 말에 조금씩 작성해 온 만다트라 이미지를 꺼내본다. 올해는 이직이 끼어있고 생각처럼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아 그 과정에서 마음의 상처도 많이 입어 예년과 달리 두려움을 기반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불확실성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당장 다음 달부터 백수가 되는 지금이 달갑지만은 않다. 쉼이란 게 이렇게 불안한 거였을까, 나름 평생 쉼표 없이, 단 한 번의 휴학이나 한눈팔기 없이 정해진 코스대로 살아온 나에게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매우 큰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계획에 몰두하기. 어쨌든 흘려보내야 하는 시간에 그냥 지나갔다, 로 남기지 않기 위해 차근차근 또 계획을 세워본다. 이 시간만큼은 불안에 떨며 보내지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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