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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씨일기 Jan 31. 2024

선택장애가 생기는 이유

매일 쓰는 짧은 글:  240131 




언제 인가서부터 보면 나의 불안과 우울의 근원은 '통제 불능'이라는 상황에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게 되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큰 불안을 느끼고, 통제를 할 수 있는 상황만 만들기 위해서 도전을 꺼리고 자신에게 제약을 거는 일이 많아졌다. 그 제약이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어떤 일에 대해서든 선택을 미루는 것이었다. 


선택을 하지 않는 상태에 머무르는 것, 그것은 언제든지 다시 돌이킬 수 있는 상황으로 내가 통제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하지만 일단 무엇이 되었든 선택을 내리면 주사위는 굴러가고 내가 옳은 선택을 했는지, 최선의 선택을 한 건지, 그 후의 일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부담이 지워지는지가 매번 너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로 선택을 유보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점심 식사 메뉴로 내가 짜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정하는 것의 작은 결정에도 많은 에너지를 들여야 했다. 그래서 특히 출산 같이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결정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을 넘어 경이의 감정까지 느낀다. 어떻게 저렇게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여러 고민을 했겠지만 어찌 되었던 '결정'을 내렸다는 게 너무 대단하게 느껴진다. 


유튜브나 책이나 고개를 돌리는 어느 곳에서나 모두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불안을 헤치며 미래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 성공을 거머쥔다고 말한다. 겁쟁이는 더 이상 육체적, 심리적, 경제적 건강과 자유를 점유하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물론 어느 시대에나 겁쟁이의 설 자리는 많지 않았겠지만). 다들 어떻게 그렇게 멋있게 결정을 내리며 살아가는 거죠? 불안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자에게 더 기회가 주워진다는 것은 잘 알겠지만 다들 어떻게 하고 살고 있는지. 몰래 옆에서 기웃거리며 슬쩍 훔쳐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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