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고등학생 시절 무렵,
길을 걷다가 지하철역으로 통하는 에스켈레이터를 본 적이 있다.
무심결로 준 시선 끄트머리에
유리막으로 쌓여있는 투명한 창 한 구석에 오도 가도 못하고 갇혀있는 나비를 발견했다.
있는 힘껏 날갯짓을 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유리창에 막혀 날아가지 못하던 나비.
뭐가 잘못된 지도 모른 채 계속 같은 자리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
어린 내 마음에도 처량하기도 하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나비가 그 유리창 밖으로 나와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갔을지,
아니면 끝내 같은 노력만을 반복하다 그 자리에서 주어진 시간들을 모두 허비했을지,
왠지 직접 확인하는 것이 두려워 한동안 길을 돌아서 갔던 기억이 있다.